SG증권 사태 대주주 적격성 평가에 마이너스 요소 전망…키움증권 “사법리스크 해소 후 진행 사안”
키움증권은 지난 5월 28일 상장사 최초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키움증권이 이날 밝힌 3개년 중기 목표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주주환원율 3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 등이다. 신규 사업으로는 △초대형 투자증권(초대형 IB) 인가를 통한 발행어음 비즈니스 진출 △연금사업 신규 진출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중 초대형 IB 인가는 키움증권의 오랜 숙원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2016년 대형 증권사 육성을 위해 초대형 IB 제도를 도입했다. 자기자본 4조 원이 넘는 증권사는 금융당국에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후 단기금융업을 인가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돈의 50%는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
발행어음이란 고객을 수취인, 회사를 지급인으로 설정한 후 1년 이내의 약정이율로 발행한 어음을 뜻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발행 절차가 간편해 다수 투자자로부터 상시적인 자금수탁이 가능하다”며 “발행공시 의무도 없어 부담이 적으며 그만큼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2022년 말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겼다. 키움증권은 당시 초대형 IB 지정을 받기 위한 전담 조직을 설치했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지난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태에 연루되면서 초대형 IB 지정 신청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가 이번에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초대형 IB로 지정된 후 단기금융업을 인가받기 위해서는 △타당하고 건전한 사업 계획 △충분한 인력 및 전산설비와 그 밖의 물적 시설 △대주주의 충분한 출자능력과 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 등을 갖춰야 한다.
금융당국은 2017년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을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그런데 당시 단기금융업을 인가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뿐이었다. 나머지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2018년 단기금융업을 인가받았고,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각각 2019년과 2021년 인가를 받았다. 삼성증권은 아직도 단기금융업을 인가받지 못했다.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랜 기간 재판을 받아오면서 금융당국의 심사가 보류된 탓이다.
삼성증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금융당국은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을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에 반영하고 있다. 키움증권도 삼성증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김익래 전 회장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다우테이타 주식 140만 주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했다. 김 전 회장이 주식을 매매한 이틀 후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다우데이타 주가가 폭락했다. 이 때문에 김 전 회장이 주가 조작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 수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수사 종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키움증권의 지배구조는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주)이머니→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으로 이어진다. 김익래 전 회장은 다우데이타 지분 23.01%와 다우기술 지분 1.12%를 갖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지배구조상 최대주주는 아니지만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는 셈이다. 김동준 대표는 김익래 전 회장의 장남으로 특수관계자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금감원) 관계자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심사할 때는 대주주 적격성 관련 요건이 있다”며 “대주주 적격성을 평가할 때는 최대주주뿐 아니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까지 같이 심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익래 전 회장이 그의 장남 김동준 대표에게 지분 전량을 증여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수월해질 수 있다. 김동준 대표는 (주)이머니 지분 33.13%를 가진 최대주주로 지분 승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김동준 대표가 김익래 전 회장의 다우데이타 지분을 증여 받고, 증여세 마련을 위해 증여 받은 지분 일부를 매각해도 경영권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김익래 전 회장의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김 전 회장이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겪으면서 다우키움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현재도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인 다우데이타와 사람인의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사람인 이사회에 참석해 앱랜서와 라라잡 인수를 찬성하기도 했다.
황현순 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11월 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키움증권 후임 대표로 김동준 대표를 예상했다. 다우키움그룹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관련기사 영풍제지 사태에 흔들리는 다우키움그룹 ‘김동준 대표’가 중심 잡을까). 하지만 후임 대표로는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이 선임됐다.
한편에서는 키움증권의 이번 밸류업 계획 공시가 단순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장사에게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상장사가 자율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방안을 마련해 공시하는 것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궁극적인 목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키움증권의 계획은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고 깊이 고민한 흔적도 없어 보인다”며 “먼저 공시하겠다고 순위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충실한 제고 계획을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사회 검토 및 심의를 거쳐 공시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장사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이벤트 내 의의를 갖는 사례”라면서도 “기존 공정공시 대비 큰 변동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키움증권 관계자는 “초대형 IB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후 진행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익래 전 회장의 지분 매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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