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 vs “손실 책임도 시장논리” 팽팽…‘불완전판매’ 피해자 가려내는 방향으로 결정될 전망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ELS 분쟁조정 기준에 따라 각 은행과 투자자가 자율적으로 배상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 양측의 합의·조정이 결렬되면 소송 절차를 밟는다. 다수 피해자는 전액 배상을 주장한다. 시중은행에서 투자 당시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이 없었거나 왜곡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불완전판매’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공시된 내용에서 볼 수 있듯 ELS로 손실을 본 고객 중 92%가 재투자 경험이 있다”며 “92%가 재투자를 했다는 것은 최소 한 번은 이익을 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 이상의 투자 경험이 있다는 것은 해당 상품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다는 게 은행의 입장이다.
피해자들은 반발한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 측이 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을 아예 하지 않거나 줄이는 등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결정된 투자였다고 주장한다. 홍콩 ELS 투자로 피해를 봤다는 A 씨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은 없다'는 창구 은행원의 말을 믿고 투자를 했다"며 "은행원은 '이 상품은 절대 손실이 날 일이 없고 단 한 번도 마이너스인 적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투자자 B 씨는 “(홍콩 H지수가) 내려가는데도 은행에서는 중국에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지켜보라고 했다”며 “은행이 권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나 몰라라 한다”고 토로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19조(설명의무)에 따르면 금융상품판매업자는 일반금융소비자에 투자에 따른 위험을 설명할 의무가 있으며 소비자가 질의를 할 경우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를 가려내는 방향으로 배상 작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자본시장법상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투자자가 입은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해 주는 행위는 금지된다. 위법행위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에 협상 등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를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불완전판매와 같은 위법행위가 명백히 존재해야 시중은행에서 손실을 배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의 위험 투자에 대한 일괄 배상 권고안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 전문가는 “ELS의 ‘불완전판매’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래 당사자가 해당 투자의 리스크를 모르고 거래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예금 금리보다 높기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투자한 것이니만큼 투자자들도 공공연히 리스크가 큰 상품인 줄 알고 투자를 한 것이며 그에 대한 손실의 책임을 지는 것도 시장 논리”라고 말했다.
향후 갈등은 더 격화될 조짐이다. 길성주 홍콩 ELS피해자모임 위원장은 '차등배상'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그는 "가입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목돈만 있으면 (은행에서) 가입시켰는데 왜 배상할 때는 나이로 갈라치고 금액, 금융 지식으로 나누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고 했음에도 은행에 불리한 조건은 다 빼고 소비자에 유리한 것만 말했는데 이게 어떻게 '사기판매'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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