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X계정발 루머에 주가 8% 일시 하락…향후 딥페이크 활용한 ‘조작세력’ 등장 가능성 우려도
루머의 시작은 6월 3일 오후 5시 25분 즈음 일본 현지의 유흥업소 종사자 모집 X(옛 트위터) 계정에 “한국 아이돌 NCT 멤버 2명이 여성 3명과 성매매를 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온 것이었다. 그냥 이런 글이 올라온 것만으로 루머가 확장성을 갖기는 힘들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관련 사진이 몇 장 함께 올라왔는데 호텔 키와 세 여성의 손이 나온 사진, 술병과 캔, 잔 등이 테이블에 어지럽게 채워진 사진, 호텔 로비로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사진, 그리고 NCT 멤버들의 사진도 있는데 직접 찍은 게 아닌 어딘가에서 퍼온 사진들이었다.
이런 소문과 관련 사진들의 출처에 대해 일본 현지의 유흥업소 종사자 모집 X 계정은 일본 도쿄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접대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SNS에 NCT 멤버들과 성관계를 추정케 하는 글과 사진이 함께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로비로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사진에는 NCT 사생 팬들을 조롱하는 글까지 함께 올라왔다.
이것이 NCT 멤버 쟈니와 해찬의 성매매 루머의 시작점이었다. 다음 날인 4일 해당 루머는 국내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확산됐다. 일본 현지의 유흥업소 종사자 모집 X 계정에선 이미 4일 저녁 8시 즈음 “삭제 요청이 들어와서 게시물을 지웠다”며 관련 사진과 글을 삭제했지만 이미 이를 캡처한 사진은 여기저기로 퍼져나간 뒤였다.
일본발 루머가 국내에서 큰 파급력을 갖게 된 계기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시발점이 일본 현지에서 유흥업소 종사자를 모집하는 계정이라는 부분이다. 일본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SNS 계정인 만큼 일본 유흥업계에서 실제로 이런 얘기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출처조차 불분명한 상당수와 루머와 달리 이런 출처가 해당 루머에 신뢰도를 더해줬다. 게다가 최초 게시자가 일본 유흥업소 여성 접대원이라고 알려지면서 신뢰성은 더 올라갔다. 또한 NCT가 실제 5월 말부터 6월 2일까지 일본에서 투어를 개최했다는 사실도 루머에 신뢰도를 높여줬다.
모든 루머가 그렇지만 루머는 근거가 아닌 추측으로 살을 찌운다. 우선 NCT가 일본 투어 당시 숙소로 사용한 호텔 키가 사진 속 세 여성의 손과 함께 나온 사진 속 호텔 키와 일치한다는 얘기가 더해졌고, 사진 속 테이블 위의 말려 있는 종이는 마약 투약 의혹으로 확대됐다.
등장인물도 늘어났다.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이 일본에서 현지 여성과 함께 술을 마시며 유흥을 즐겼다는 루머와 함께 이 자리에 NCT 쟈니와 해찬이 연관됐다는 루머가 더해졌다.
루머는 루머일 뿐이라는 게 연예계에선 진실처럼 통용된다. 과거에는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무대응으로 조용히 지나가는 게 최선라고 알려졌었다. 그런데 연예계가 산업화된 지금 시점에선 이런 대응이 오히려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연예계 루머가 주가 정보로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루머가 확산된 6월 4일 이들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의 주가는 전 거래일(8만 9200원)보다 무려 8.18%(7300원)가 하락한 8만 1900원을 기록했다. 8만 500원까지 내려갔다가 그나마 종가는 다소 회복된 수치였다.
SM엔터는 4일 밤 공식입장을 통해 “쟈니, 해찬의 성매매, 마약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자극적인 내용의 루머는 확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이는 아티스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 행위”라며 “범죄 행위를 좌시하지 않고 국적을 불문하고 선처나 합의 없이 관련 행위자들을 법적으로 처벌받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5일 오전 SM엔터의 공식입장이 언론을 통해 대거 보도되면서 SM엔터 주가는 8만 5500원으로 반등해 장을 마감했다.
따지고 보면 NCT 멤버 쟈니와 해찬을 둘러싼 루머가 신뢰성을 갖는다고 보기도 힘들다. 증거라며 올라온 사진들이 다양한 추측을 가능케 만들긴 했지만 결정적인 사진은 없다. 만약 술자리나 호텔 룸에서 직접 찍힌 쟈니와 해찬의 사진이 있었다면 해당 루머가 사실일 가능성이 언급됐겠지만 그런 사진도 없다. 어딘가에서 퍼온 쟈니와 해친의 사진이 없다면 이런 사진들을 K팝 그룹 멤버의 루머와 연결 지을 고리는 전혀 없다.
일본 현지에서 유흥업소 종사자를 모집하는 계정에서 제기된 루머라는 부분이 신뢰성을 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도와 관련된 의혹이 더 짙다. 해당 계정에 올라온 다른 글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홍보성 게시물이 많다. 문제의 루머 역시 유흥업소 종사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일하면 이런 K팝 스타들도 만날 수 있다’는 자극적인 유혹의 메시지를 주고 싶은 의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거치며 연예관계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연예계 루머가 믿거나 말거나 식의 심심풀이 대화 주제를 넘어 주가에 영향 미칠 정도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방탄소년단 멤버가 이런 악성 루머에 휘말리면 이제 하이브 주가부터 보게 되는 세상이 됐다”면서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연예계 루머가 주식시장에 혼란을 가하는 소재가 될 경우 시장이 매우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딥페이크 같은 첨단 기술이 연예계 루머에 결합될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특정 상장 연예기획사의 주가를 급락시키려 딥페이크까지 동원한 연예계 루머를 활용하는 작전 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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