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최측근 이화영 김용 김인섭 모두 1심 유죄…한동훈 띄운 헌법 84조 두고 뜨거운 공방
#검찰, ‘쌍방울 대북송금’ 이재명 기소
6월 12일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현욱)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2023년 9월 대북송금 관련 이 대표 구속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된 지 9개월 만이다.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를 이재명 대표를 위한 제3자 뇌물로 본다. 이 대표가 돈 송금 과정 등을 이화영 전 부지사를 통해 충분히 인지하고 관여했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이를 요구했을 때 인정된다. 이재명 대표는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와 공모, 2019년 김성태 전 회장이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북한 측이 요구한 도지사 방북 의전비용 명목 300만 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6월 11일 이재명 대표는 본인 유튜브 커뮤니티에 ‘쌍방울 측이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증인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금품으로 매수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내용의 뉴스타파 보도를 공유하면서 “사건 조작과 모해 위증 의혹”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 이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해서 처음 입장을 밝혔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판결을 보면 대북송금 행위를 대부분 유죄라고 판시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최소 17차례 대북 사업 경과를 보고했고, 이 전 부지사로부터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됐다’고 들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진술까지 인정됐다. 이 대표가 대북송금 사건을 인식하며 관여했고, 공모했다는 정황이 어느 정도 밝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심 재판부가 이재명 대표의 보고 여부까진 판단하지 않았다. 그 부분이 핵심 쟁점”이라며 “1심과 항소심 결론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으로선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만으로 이재명 대표한테까지 책임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항소심까진 가서 따져봐야 사실관계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사건이다. 검찰이 이 대표 혐의 입증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금 상황에서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거가 부족해서 무죄가 될 여지는 있겠지만, 국민 상식선에서 바라보면 이재명 대표는 제3자 뇌물 혐의로 유죄 받지 않겠나”라며 “이화영 전 부지사가 누굴 위해서 대북송금 행위를 했는지만 보면 된다. 부지사가 도지사 몰래 이 일을 추진했다는 건 비상식적이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도 ‘이화영에 대한 유죄 판결은 불가피하게 향후 이재명에 대한 유죄를 추정하는 유력한 재판 문서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오로지 이재명 대표 방탄에만 집중하고 있다. 나라꼴이 정말 큰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6월 7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9년 6월의 실형과 함께 벌금 2억 5000만 원, 추징금 3억 2595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북 송금 전체 규모인 800만 달러가 북한에 넘어간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중 스마트팜 사업비 164만 달러,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비 230만 달러 등 총 394만 달러만 해외로 밀반출된 불법 자금이라고 봤다. 방북비 230만 달러 가운데 200만 달러는 북측 인사인 송명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실장을 통해 금융제재대상인 북한 조선노동당에 전달됐다고 판결했다.
#이재명 대표 재판 4개 동시 진행
이재명 대표는 이번 기소로 총 4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그해 9월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2023년 3월 대장동 개발 비리·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같은 해 10월 12일과 16일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겼다.
이화영 전 부지사를 포함해 이재명 대표 측근 3명이 모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이 대표를 옥죄는 양상이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공모해 이른바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리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 청탁을 받은 뒤 민간업체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각종 특혜를 제공해줬다는 내용이다. 2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인섭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약 63억 50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관련기사 ‘성남시 2층’에선 무슨 일이…이재명 ‘백현동 공소장’ 해부).
2023년 11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 대선 당시 불거진 대장동 개발 비리와 관련된 첫 번째 사법 판단이 유죄로 나온 것이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직접 최측근이라 밝힌 인물이다(관련기사 ‘김용 구속’ 검찰 칼날 이재명 대선자금 겨누나).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위증교사 사건은 사안이 단순해 올해 안에 1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공직선거법 위반은 이 대표가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당시 몰랐다는 취지로 대답해 허위 사실을 말한 것을 골자로 한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을 확정 받을 경우 민주당으로선 초대형 악재다. 대선 주자인 이 대표가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 박탈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대선 비용 431억 원과 기탁금 3억 원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434억 원은 2022년 민주당 순자산과 맞먹는 수준인 만큼 사실상 당이 파산할 수도 있다.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당시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진성 씨(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2023년 9월 27일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한 바 있다. 김진성 씨도 위증을 했다고 자백한 상황이다(관련기사 ‘총선 전 선고 나올까’ 이재명 위증교사 재판 톺아보기).
#헌법 84조 논쟁
이런 가운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헌법 제84조를 띄우며 이재명 대표를 향한 공세에 나섰다. 헌법 제84조에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6월 9일 한 전 위원장은 SNS에 “헌법 제84조에서 말하는 소추란 소송의 제기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형사 피고인인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집행유예만 확정돼도 대통령직은 상실된다. 선거 다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0일 한 전 위원장은 “공범들이 관련 재판들에서 줄줄이 무거운 실형으로 유죄 판결받고 있으니, (이 대표) 자기도 무죄 못 받을 거 잘 알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 당선을 감옥 가지 않을 유일한 탈출구로 여기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판을 질질 끌어 선거 이후로 재판 확정을 미루거나, 발상을 바꿔 임기 단축 개헌이나 탄핵으로 선거를 재판 확정보다 앞당기려 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헌법 84조 해석을 두고 공방이 뜨겁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추는 광범위하게 쓰인다. 기소뿐만 아니라 재판까지도 포함된다. 대통령이 된다면 재판도 진행되지 않는다”며 “소송법 하위 법률에 이런 부분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그렇다 보니까 재판장이 기일을 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형사재판은 대통령 임기 끝난 뒤에나 속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4조에서 소추를 재판까지도 해당하냐 마느냐를 두고 논란인데, 문구만 보자며 소추는 당연히 재판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다만 국가원수를 형사 법정에 세우는 것은 국가의 위신, 대외적 신뢰와 연결되는 부분이어서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 헌법 제정자의 취지다. 선례가 없는 문제라서 견해 대립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만약 발생한다면, 그때 가서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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