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계와 신규 보도방 업계 심각한 갈등 과정 기존 보도방 업주 김 씨 중재 나섰다 격분해서…
1990년대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신도시이자 산업단지인 광주첨단과학국가산업단지(첨단지구)는 산단 특성상 유흥업과 숙박업 위주로 발달된 상권이었다. 그나마도 서서히 상권이 쇠퇴했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새 상권이 완벽하게 부활해 이제는 MZ세대들의 성지로 불릴 정도가 됐다. 광주에서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시리단길도 첨단지구에 위치하고 있다. 기존 유흥업과 숙박업 위주 상권이 밥집, 술집, 카페는 물론 쇼핑과 영화 관람 등 문화생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복합상권으로 발전했다.
상권이 발전하면서 이권 다툼도 치열해졌다. 애초 유흥업과 숙박업 위주의 상권이던 첨단지구에서 오랜 기간 보도방을 운영해온 업주들 중심에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김 아무개 씨(58)가 있다면, 첨단지구 상권이 부활한 뒤 유입된 신규 보도방 업주들 중심에는 김 씨의 흉기에 사망한 A 씨와 다친 B 씨 등이 있었다. A 씨와 B 씨는 40대 남성이다.
보도방은 유흥업소에 접대여성을 공급하는 업체다. 갑과 을로 구분한다면 접대여성 공급 받는 유흥업소가 ‘갑’이고 유흥업소 요청을 받아 접대여성 공급하는 보도방이 ‘을’이다. 그렇지만 유흥업소들이 호황을 누리는 상황이 되면 갑을 관계가 뒤바뀌기도 한다. 유흥업소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져 접대여성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공급자 위치인 보도방이 유흥업소를 골라 접대여성을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유흥업소 측이 보도방에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 됐다.
그렇지만 유흥업소도 이에 대응할 방법이 있다. 보도방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접대 여성을 고용하는 방식이다. 물론 부담이 따른다. 손님이 올 때만 보도방을 통해 접대 여성을 부르는 방식과 달리 자체 고용은 손님이 없을지라도 고정적으로 비용이 나간다. 게다가 접대 여성을 고용할 때 선불 형식으로 미리 돈을 주는 등 초기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다시 갑을 관계가 뒤바뀐 결정적 계기는 첨단지구 유흥업소들의 초호황이다. 손님이 꾸준히 많이 오는 상황이라 투자 여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첨단지구 유흥업소들이 세를 규합해 접대여성들을 자체 고용하기 시작하면서 보도방 업주들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첨단지구 상권이 부활하면서 유입된 보도방 업주들은 ‘보건증 검사 요구 112 신고’와 ‘업소 앞 퇴폐 영업 근절 집회’ 등으로 맞섰다. 이렇게 첨단지구는 유흥업소들과 신규 보도방 업체들이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재에 나선 이들이 바로 기존 보도방 업주들이다. 첨단지구가 유흥업과 숙박업 위주로 개발되던 시기부터 이 지역에서 보도방을 운영해오던 업주들은 아무래도 오랜 기간 유흥업소 업주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그리고 이들은 함께 첨단지구의 상권 침체기도 함께 버텨왔다. 중재자로 기존 보도방 업주 가운데 김 씨가 나섰지만 A 씨와 B 씨 등 신규 보도방 업주들로부터 ‘그 나이 먹고 지금껏 아가씨 장사나 하느냐’ 등의 조롱을 당했다고 한다.
6월 7일 오후 7시 30분 즈음 첨단지구 유흥업소 밀집 거리에는 인파로 붐볐다. 금요일 저녁이라 더 사람들이 많았다. A 씨와 B 씨 등은 한 유흥업소 앞에서 ‘퇴폐 영업 근절 집회’를 준비 중이었다. 바로 이때 중재를 시도했지만 조롱만 당해 격분한 김 씨가 흉기를 들고 나타나 칼을 휘두르는 칼부림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당시 현장에는 집회 관리를 위해 경찰이 있어 빠르게 김 씨의 흉기를 빼앗고 체포했지만 이미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크게 다친 뒤였다.
결국 김 씨는 6월 9일 구속됐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이례적으로 강력 사건 전담검사가 직접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할 만큼 검찰도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종혁 광주지검장에게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 받으며 “초동단계부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살인 사건 자체는 물론, 사건의 발단 및 배경이 된 유흥업소 이권 다툼 과정에서의 불법과 그 배후의 폭력조직 개입 여부까지 철저하게 수사해 근절하라”며 “유흥가 주변 불법 폭력 범죄에 대해 총력을 기울여 엄정 대처함으로써 동종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검찰은 조직폭력배 관련성까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일보는 ‘김 씨가 수십 년 전 조직폭력배와 가깝게 지낸 전력이 있어 검찰이 사안을 깊게 들여다 볼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유흥업소 사장은 “유흥업소와 보도방은 밀접한 관계지만 늘 이런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라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흥업소들이 영업을 하지 못할 때 서울에서도 유흥업계와 보도방의 대립이 심각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기간 유흥업소는 영업이 아예 제한되거나 밤 9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당시 간판 불을 끄고 몰래 불법 영업을 하는 유흥업소들도 많았는데 상당수가 경찰에 단속 당했다.
앞서의 유흥업소 사장은 “일부 보도방 업체들이 자신들의 접대여성을 공급받지 않는 불법 영업 유흥업소를 경찰에 신고한다는 얘기가 유흥업계에 파다했다”라며 “이번 사건처럼 큰 일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자칫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만큼 당시 유흥업계 분위기가 살벌했었다”고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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