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 준비나 할 걸…” 정부에서 시행하는 유럽 해외인턴 사업이 갑작스럽게 중단돼 70여 명의 합격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정부가 주관하는 유럽 글로벌기업 해외인턴사업(2기)에 지원해 합격증까지 받은 대학생 김 아무개 씨(25)는 매일 정부해외인턴사업 홈페이지를 찾아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체크한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김 씨는 이번 겨울 유럽 현지 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게 될 예정이라 들뜬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정부의 지원금(300만 원) 외에는 별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나 어렵사리 잡은 해외 인턴 기회라 마냥 기뻤다. 하지만 돌연 사업시행기관의 해산 및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미진한 대응으로 모든 사업 계획은 잠정 중단됐고 인턴십 기회도 잃었다.
김씨와 같은 피해를 입은 대학생들은 무려 70여 명에 이르지만 누구도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사업시행기관인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의 EU글로벌인턴사업 사무국(EUGIP)’은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오히려 피해 학생들이 나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지난 9월 EUCCK가 내부 사정으로 해산하면서 발생했다. 이미 50여 명의 학생을 선발하고 정부로부터 인턴 지원금 2억 4550만 원을 지급받은 상황에서 사업시행단체가 공중 분해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초 6월에 파견 예정이었던 학생들은 몇 번씩 일정이 연기됐고 EUGIP가 설립허가 요청을 기다리고 있는 유럽상공회의소(ECCK)에 흡수되면서 지난 9월 중순에서야 인턴십을 시작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교과부와 ECCK가 정부 지원금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면서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활동비가 지원되지 않은 것. ECCK 측은 앞서의 EUCCK와는 다른 단체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을 새로이 받아야 학생들에게 활동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췄고 교과부는 이미 돈을 지급했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교과부는 지난달 30일 ECCK가 선발한 2기 인턴십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1기 학생들에 대해서는 직접 해결책을 찾겠노라 선언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EUCCK와 ECCK는 구성원과 성격을 볼 때 거의 같은 단체라 볼 수 있다. 자사 회사 사정으로 명칭만 바꿔놓고 돈을 이중으로 요구하니 우리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이미 인턴십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1기 학생들에 대한 활동비 지원은 교과부 예산을 사용해서라도 지급을 마무리할 것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1기 학생들의 통장 사본을 접수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또한 2기 학생들에게도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다각도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ECCK 측은 “EUCCK와 우리는 별개의 단체다. EUCCK가 받은 정부 지원금 2억 4550만 원은 소장과 부소장이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 별도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때문에 우리 쪽에서는 정부 지원금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면서 “2기 인턴도 우리가 나서서 뽑은 것이 아니다. 교과부가 원래 100명의 학생을 뽑으려 했는데 1기 지원자가 적어 추가로 선정하게 된 것이다. 교과부도 일단 사업을 시작했으니 어쨌든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며 사업 재개를 승인해놓고선 문제가 생기니 발을 빼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EUCCK의 횡령 사실을 몰랐다면 이마저도 관리 감독의 부실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 우리가 인건비나 기타 활동비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당초 5억 원으로 책정됐던 예산 중 미지급금 2억 5000만 원만 주면 오로지 학생들 지원금으로 사용해 사업을 계획대로 마치겠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ECCK의 입장에 대해 교과부는 또 다시 “EUCCK의 횡령사건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고 갑작스레 단체가 해산되는 바람에 손 쓸 도리가 없었다”며 “남은 예산 2억 5000만 원을 주더라도 프로그램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차라리 교과부에서 직접 나서 해결할 것이다. 2기 인턴십 과정에 선발된 학생들을 직접 만나 원하는 바를 들어보고 최선의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