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인 ‘잼미’ 등 고인 목소리 이용 남발…‘퍼블리시티권 상속’ 민법 개정 필요성 대두
그러나 목소리 주인을 비롯해 작사·작곡가 허락 없이 AI 커버곡이 남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망한 사람 목소리를 활용한 AI 커버곡이 등장하기도 했다. “AI 커버곡으로 인해 개인의 여러 권리가 침해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개인을 비롯해 사망한 사람의 퍼블리시티권(인격표지영리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조속히 민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의 성명, 초상, 목소리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다.
#“인격권, 퍼블리시티권 침해 우려”
장기하가 작사·작곡·편곡하고 가수 비비가 부른 ‘밤양갱’이 AI 커버곡으로 많이 등장했다. 장기하부터 아이유, 오혁, 잔나비 등 여러 인물 목소리를 커버한 AI가 밤양갱을 부른다. 조회수는 수십에서 수백만에 이른다. AI 백예린이 부른 뉴진스(NewJeans)의 ‘슈퍼샤이(Super Shy)’, AI 임재범이 부른 박재정의 ‘헤어지자 말해요’ 등 또 다른 AI 커버곡들도 화제다.
법조계에선 AI 커버곡이 여러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법 전문 이상용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커버곡이 목소리 주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과 더불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용 교수는 또 “저작권 침해 여부는 기존의 표절을 판단하는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똑같이 만들었다면 복제권 침해, 비슷하게 만들었다면 2차 저작물 작성권 침해가 될 수 있다”며 “작사가·작곡가 허락 없이 AI 커버곡을 만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2차 저작물 작성권 침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인격권 상속 불가…사자명예훼손 적용도 어려울 듯
고인인 유명 인사들의 목소리를 복제한 AI 커버곡도 등장했다. 4인조 영국 밴드의 보컬이었던 고 프레디 머큐리 목소리를 복제한 AI가 부른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 고 김광석 목소리를 복제한 AI가 부른 ‘밤양갱’ 등이 대표적이다. 트위치 스트리머로 활동했던 고 조장미(활동명 잼미)의 목소리를 토대로 한 AI 커버곡도 등장했다.
인격권, 저작인격권(저작자가 자기 저작물에 대해 갖는 정신적·인격적 이익을 법률적으로 보호하는 권리) 등은 사망과 동시에 소멸한다. 때문에 상속되지 않는다. 퍼블리시티권은 부정경쟁방지법 등 현행법상 상속이 보장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AI 커버가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자(死者, 죽은 사람) 명예를 훼손하는 사자명예훼손죄에 적용되기도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미디어 전문 신상진 가로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반적인 명예훼손과 달리 죽은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 처벌은 애초에 어렵다”며 “예컨대 AI 커버곡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고인이 생전에 불렀던 것처럼 오인시키지 않은 이상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용 교수도 “단순히 패러디하는 수위의 AI 커버로는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정말로 이상한 방식으로 패러디했거나 부적절한 내용으로 고인 명예를 훼손시키지 않은 이상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2021년 11월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돼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하지만 유명인에 한해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일반인은 물론 죽은 사람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을 별도로 보장한다는 내용의 법 조항은 없다.
신상진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표지를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타인’이 죽은 사람까지 포함하는지는 불분명하다”며 “퍼블리시티권 상속이 인정된다는 판례가 아직 없다. 특허청에서도 명확한 해석을 안 내놓고 있다. 퍼블리시티권을 보장하는 민법 개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무부는 민법 제3조의3에 퍼블리시티권을 신설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2022년 입법 예고했다. 퍼블리시티권자 본인의 신념에 반하는 등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용 허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퍼블리시티권자가 사망한 경우 해당 권리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재산권처럼 상속되는 것으로 규정했다. 존속 기간은 30년이다. 다만 개정안에 대한 법제처 심사가 진행 중이며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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