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상 미확정·농장주 고령화 등으로 전·폐업 쉽잖아…개체 수 폭증 가능성 속 집단 안락사 우려도
#해묵은 논쟁 종식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은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 금지 △개고기를 원료로 한 음식물·가공품의 유통·판매 금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전업·폐업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사육, 유통, 판매 등의 행위를 하면 2년 이하 징역형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특별법은 법안 공포 3년 뒤인 2027년 시행된다.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40년 넘게 진행됐던 개 식용 논쟁은 마침표를 찍었다. 개는 1973년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됐다. 1975년에는 축산물가공처리법(현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의 범위에 포함됐다. 1978년 개 식용 산업에 대한 국내외 동물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러자 정부는 다시 개를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가축의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개는 축산법상 가축이지만,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는 가축이 아닌 상태가 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개 식용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었다.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서울시는 보신탕 판매 금지 조치를 했다. 1991년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됐지만, 개고기 산업은 지속됐다. 축산법상 개는 가축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육·도축 등의 행위가 동물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그 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개고기 식용 논란이 다시 불거졌고, 개 식용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 활동이 활발해졌다.
업계는 축산법을 근거로 개고기 산업을 지속했다. 축산법은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동물을 가축으로 규정했다. 개 역시 가축에 포함됐다. 식용 개 육성은 합법인 셈이다. 그러나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가축에 포함되지 않아 도축은 불법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불법 도축이 성행했다. 개고기 위생문제, 농장주의 학대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
개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여론도 갈수록 높아졌다.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한국HSI)이 2023년 9월 닐슨아이큐코리아와 함께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86.3%가 개 식용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개고기 산업이 잔인하고, 비위생적이고, 현대 사회의 인식과 맞지 않고, 불법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유였다. 다만 개 식용 금지 법제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7%였다. 이들은 ‘개고기를 먹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꾸준히 개고기 산업 금지 법안이 나왔다. 20대 대선 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개고기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2022년 6월 “개 식용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별법에 ‘김건희법’이라는 별칭까지 붙이며 호응했다. 야당도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완전 폐지까지는 첩첩산중
한국HSI가 2015년부터 운영한 ‘변화를 위한 모델 프로그램’은 개고기 산업 전·폐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례다. 식용 개 농장주를 설득해 농장을 폐쇄하고 다른 직업으로 전업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개고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동시에 식용 개를 구조하기 위해 고안됐다. 이 프로그램은 개고기 산업 전·폐업을 잡음 없이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경 한국HSI 팀장은 2022년 겨울 충청남도 아산에서 식용 개 농장을 운영하고 있던 70대 A 씨의 사연을 전했다. 이 팀장은 세 차례 서울과 아산을 오가며 A 씨를 만나 설득했다. 농장을 그만두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이 팀장은 “(A 씨가) 전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찾아가서 단체 소개도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그리고 생업을 그만두면 어떤 일을 할지 함께 이야기했다”고 기억했다.
170마리가 넘는 식용 개를 키우고 있던 A 씨는 개고기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고령에 따른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20년 넘게 운영하던 개 농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전업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한국HSI는 약 6개월에 걸쳐 이 농장을 철거했다. A 씨는 농사를 짓게 됐다. 농장 개들은 한 달 동안 제휴를 맺은 보호소에 머물며 건강 상태를 점검받았다. 이후 비행기 화물칸에 실어 미국으로 수송했다. 활동가가 화물칸에 머물며 개들 상태를 살폈다고 한다. 이 팀장은 “전업까지의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비용도 다 다르다.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고기 산업 관련 업체들은 법 공포일(2월 6일) 3개월 후인 5월 7일까지 운영 신고서를 제출하고, 법 공포일 6개월 후인 8월 5일까지 ‘개 식용 종식 이행계획서’를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농장이나 개 식용 업소는 전·폐업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간 안에 운영 현황과 이행계획서를 내지 않은 농장이나 업소는 최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및 폐쇄 명령·조치 대상이 된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운영 신고서 제출 기간(2월 6일~5월 7일)에 접수된 업체 수는 총 5625개소다. 개 사육농장은 1507개소, 개 도축장 163개소, 개 식용 유통업장 1679개소, 개 식용 음식점 2276개소 등으로 집계됐다.
개 농장주 등 업계 종사자들은 처음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육견협회 등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 개 200만 마리를 풀겠다’며 엄포를 놨다. 그러다 농식품부가 운영 현황과 이행계획서 등을 제출하라고 공지하자 ‘법이 통과된 이상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로 기류가 변했다. 대신 정부와 업계는 보상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식주권·생존권 위원장은 전·폐업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농장주들의 연령대가 60대 이상 고령자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고령인 사람이 많아 다른 일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주 위원장의 설명이다.
주 위원장은 다른 가축을 기르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사료 가격은 비싸지만 소 가격은 낮다. 돼지는 축종 변경이 쉽지 않다. 돼지는 민원이 심해 지자체에서 축종 변경을 안 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개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염소는 접근하기 쉽다. 구조가 비슷하다. 그런데 지금 수요가 증가해 염소 가격이 비싸다”며 “염소 시장이 작은데 이쪽에서 몇백 농가만 전업해도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시작하게 되면 (공급이 급증해) 염소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염소협회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정부 보상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업계 관계자들은 불만이다. 현재 정부와 전국 지자체는 ‘개 식용 종식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후속 조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 식용 종식 TF는 관련 내용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달고, 서류 제출을 독려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9월에 국회에 제출하는 기본 계획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농장이 기르던 개들에 대한 처분 문제도 해법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 유기견 보호소에 따르면 15일 이내에 입양자나 임시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 유기견은 안락사 대상이 된다. 2022년 기준 한국 유기견 입양률은 27.5%다. 농장 개 4마리 중 3마리는 안락사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개체 수 조절도 문제다. 개의 임신 기간은 평균 60일이다. 한 배에 4~6마리를 낳는다. 정부는 약 50만 마리의 식용 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육견협회는 200만 마리라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맞든 개체 수를 관리하지 않으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개들이 대량으로 안락사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상경 한국HSI 팀장은 “중성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현장에서 중성화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농장 위생이 좋지 않고 숫자가 많아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개들을 분리할 방법이나 번식을 막는 방법으로 개체 수를 줄여나가는 것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장 개체 수를 관리하는 것은 없다”며 “일단 생업을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할지 동물보호단체와 계속 이야기하면서 구체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부분들을 다 9월 기본 계획에 담고 심의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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