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전재수 대항마 띄우지만 나와도 들러리…“대권 플러스 될지 미지수” “사법리스크 방어 차원” 분석
6월 28일 민주당 전당준비위원회(전준위)가 2차 회의를 열고 선거인단 표 반영 비율과 경선 룰 등을 발표했다. 당대표 예비경선은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25%, 일반국민 25%(기존 중앙위원 70%, 일반국민 30%)’를 합산해 적용하기로 했다.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50%(기존 중앙위원 100%)를 합산 적용키로 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비율은 20 대 1 미만으로 유지한다. 투표 결과 동점자가 발생할 경우 권리당원, 전국대의원, 일반국민 순으로 득표율이 높은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이재명 전 대표 단독 출마 시 적용할 경선 룰은 추후 정하기로 했다. 정을호 전준위 대변인은 “그 부분은 지금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 다른 분들 출마 의향이 있을 수 있는 것인데 중앙당에서 단독 후보를 설정하고 하는 모습이 국민, 언론에 비춰지면 다른 후보 부담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고려했다”며 “당대표 후보 등록 현황을 보고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앞서 6월 24일 이재명 전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연임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 “아무래도 출마를 하지 않을 것으로 확정했다면 사퇴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임 도전을 강력히 시사한 셈이다.
이재명 전 대표 연임 도전 기류 속 최고위원 및 시도당위원장 후보들까지 친명 일색이다. 강선우 김병주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은 ‘이재명 마케팅’을 내세우며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민석 전현희 민형배 한준호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양부남 의원과 친명계 최대 계파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강위원 상임대표는 광주광역시당 위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서울시당 위원장에 도전한다. 강득구 김승원 문정복 민병덕 의원은 경기도당위원장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친명계로 분류된다.
그러자 정치권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재명 일극 체제’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6월 26일 원조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고위원 후보가 자신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야지 이 전 대표와 가깝다는 말만 해서는 자질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월 27일 박지원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게 권고하고 싶은 것은 최고위원 경선만이라도 개입하지 말고 진짜 친명 일색으로 가지 말고 좀 핫하게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그런 최고위원 경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으로 인한 흥행 실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동훈 대세론’이 흔들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비교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등 중량급 후보들이 경쟁을 펼치면서 ‘컨벤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의원은 “이재명 전 대표 연임이 사실상 결정됐다. 대항마로 나올 사람도 없어 보인다. 뭐라고 한다고 바뀌겠냐는 분위기다. 그래서 다들 침묵 중”이라며 “사실상 추대 형식이다 보니까 전대 흥행 실패하고, 당이 역동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비치는 부분에 대해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전 대표가 22대 국회 운영 방침을 “몽골 기병식”이라 선언한 바 있다. 신속하고 단결된 힘으로 민주당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미였다. 친명계의 이 전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 움직임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 전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 탄핵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고, 이 전 대표 재판 논리 구축에 나섰다(관련기사 [단독] 이재명 1명 구하기 올인?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대책단 내부에선). 차기 당 지도부 역시 친명 일색으로 꾸려져 이런 양상이 계속되면 이는 민주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민주당 내부선 당대표 후보군을 찾아서 출마를 설득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6월 21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인영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출마설을 띄우기도 했다. 5선 중진 이인영 의원은 86운동권 맏형이자 문재인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친문 인사다.
친명계에서도 대항마 띄우기에 힘을 실었다. 6월 25일 원조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인영 의원 당대표 출마설에 대해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당의 기대되는 지도자 아니었나. 또 원내대표도 지냈고, 경륜도 있으니까 나가도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 측에선 “출마를 전혀 논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험지인 PK(부산·경남)에서 3선 고지를 밟은 전재수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6월 27일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전 의원이 오랫동안 고심하는 것 같다”며 “결국 계란으로 바위를 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이다. 민주당의 전통을 봐서는 이재명 대표 혼자 추대 형식으로 연임이 가는 걸 그렇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출마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재명 전 대표 연임을 위한 들러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6월 26일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MBC ‘뉴스외전’에서 “지금 (당대표 선거에) 나가봐야 (이 전 대표) 들러리 서 주는 것”이라며 “이 분위기에서 이 전 대표와 붙으라고 그러면 ‘너 약간 돌았냐’ 이 소리밖에 더 듣겠느냐”고 말했다.
여론은 이재명 연임에 호의적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6월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이재명 전 대표가 당대표직을 연임하는 것에 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2.1%, ‘반대한다’는 응답은 46.4%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연임 도전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0.3%에 달했다. 하지만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53.1%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당심과 중도층 간 괴리감이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6월 26일 우상호 전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당대표 연임이) 민주당을 위해서는 나쁜 게 아닌데 이재명 대표가 대권 후보로 간다고 할 때는 과연 이게 플러스가 될까 하는 측면에서 우려하는 것”이라며 “중도층에서 ‘이거 좀 욕심이 과도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전 대표가 연임을 택한 것은 결국 사법리스크 해법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전 대표가 연임해서 손에 쥘 만한 이득이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압도적인 차기 대선 주자가 왜 피로감을 증폭시키는 행보를 할까”라며 “이 전 대표 사법리스크가 생각 이상으로 상당히 커서 무리하게 연임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제1당 당대표로서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여론마저 지쳐서 돌아선다면 그때는 민주당도 답을 찾기 어렵다. 이 전 대표 연임은 그래서 더 위험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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