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배현진 등 한동훈 지원 눈길, 원희룡 캠프엔 인요한 등 친윤계, 나경원·윤상현은 계파색 약한 실속형 구성
정치권에서는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6월 25~26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37.9%로 가장 높게 나왔다. 나경원 당대표 후보는 13.5%, 원희룡 후보 9.4%, 윤상현 후보가 8.5%로 뒤를 이었다. 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후보 적합도를 다 합쳐도 한 후보보다 낮은 수치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따로 보면 한 후보의 당대표 적합도는 절반이 넘는 59.3%까지 높아졌다. 이어 원 후보는 15.5%, 나 후보 12.6%, 윤 후보 5.9% 순이었다. 전대 경선룰이 ‘당원 80%·일반 20%’로 정해진 상황에서, 여당 지지층에 압도적 지지를 받는 한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셈이다(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후보 측은 매머드급 캠프를 꾸려 대세론을 밀고 나가려는 계산이다. 한동훈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대산빌딩에 선거캠프 사무실을 차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캠프로 사용했던 ‘선거 명당’으로 불리는 곳이다.
한동훈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지 반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정치초보’다. 국회의원 배지도 달아본 적 없는 원외 인사다. 이를 근거로 경쟁 후보들은 한 후보의 원내 장악력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또 거야와 맞서기 위해선 원내 당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 후보가 출마를 앞두고 원내 의원들과 개별 접촉하며 ‘내 편’ 포섭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규상 현역 의원과 당직자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통상 의원들은 보좌진을 캠프에 파견하는 방식 등으로 물밑 지원을 하곤 했다. 한동훈 캠프엔 현역 의원 보좌진이 상당수 파견돼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캠프는 초·재선 의원들이 주축이다. 국민의힘 내 ‘친한계’ 좌장으로 알려진 장동혁 의원을 비롯해 한동훈 비대위에서 당직을 맡았던 김형동 박정하 김예지 한지아 의원 등이 한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총선 영입인사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1호 영입인사 한국교총 회장 출신 정성국 의원이 일찌감치 지지 입장을 밝혔고, ‘갤럭시 신화’ 고동진 의원과 김소희 김상욱 우재준 의원 등도 힘을 보태고 있다.
‘친윤계’로 분류됐던 재선 배현진 박정훈 의원도 한 후보와 함께하고 있다. 특히 주진우 의원이 한동훈 후보 전당대회를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주 의원은 한 후보의 사법연수원 4기수 후배로 함께 ‘윤석열 검찰 사단’의 일원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해 초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맡는 등 ‘찐윤계’로 분류돼왔다. 이후 지난 총선에서 ‘보수 텃밭’인 부산 해운대갑에 단수공천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다보니 ‘비윤’ 후보로 분류되는 한동훈 캠프에 주 의원 합류는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원외에서는 총괄상황실장을 맡은 신지호 전 의원을 비롯해 유의동 전 의원, 정광재 전 대변인, 박상수 서구갑 당협위원장 등이 조력 그룹에 있다.
한 후보는 이들 중 전대에서 함께 뛸 ‘러닝메이트’ 최고위원 후보 찾기에 공을 들였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는 현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최소 최고위원 2명 이상을 우군으로 확보해야 지도부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관련기사 이준석을 반면교사로 한다지만…한동훈 ‘러닝메이트’ 찾기 난맥상)이다.
한 후보는 최고위원 후보에 장동혁 박정훈 의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진종오 의원과 손을 잡았다.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는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처음 국회에 들어왔는데, 1년 6개월 만에 한동훈 비대위에서 초선으로 당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박정훈 진종오 후보는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비대위에 영입인재로 들어와 당선됐다.
박정훈 후보는 6월 24일 출마선언에서 “한동훈 후보가 지금 우리 당이 처한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고, 해법 역시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다”며 “함께 당을 혁신해 나가야겠다고 판단해 러닝메이트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심’ 후보로 알려진 원희룡 후보 주변에는 ‘친윤계’ 인사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원희룡 후보 러닝메이트로는 당 혁심위원장을 지냈던 인요한 의원이 나섰다. 원 후보는 “인 전 위원장은 혁신의 상징이었고, 내가 호응해 희생했기 때문에 혁신을 위한 희생을 함께할 때”라며 “그런 차원에서 꼭 모셔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장은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원 후보와 발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호위무사’로 불린 이용 전 의원도 원희룡 캠프를 드나들며 원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윤계 구자근 박성민 정동만 의원 등 영남권 초·재선 의원들이 원내 세력으로 원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계파를 내세우지 않고 ‘보수 정통성’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캠프 좌장은 당내 최다선인 6선 조경태 의원이 맡았다. 조 의원은 “나 후보와 과거 원내 지도부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이번 전대를 앞두고 찾아와 역할을 부탁하기에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당 원로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은 상임고문에 합류했다. 실무 총괄은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양석 전 의원이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민수 김예령 대변인도 캠프에 합세했다.
나 후보는 6월 27일 KBS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한동훈 원희룡 후보의 최고위원 후보 및 러닝메이트 결성을 두고 “나쁜 전당대회의 모습이고 줄 세우기”라며 “러닝메이트는 과거의 퇴행적 (여의도) 사투리”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후보는 캠프를 실속형으로 구성했다. 캠프총괄은 18대 의원을 지낸 김성수 전 의원이 맡기로 했다. 재선 의원 출신 이완영 전 의원과 21대 비례 출신 최승재 전 의원도 윤 의원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당원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대위원장 공개 모집에 나섰다.
윤 후보는 한동훈 원희룡 후보가 러닝메이트와 함께 세몰이 하는 것에 문제 제기를 했다. 윤상현 후보는 26일 “당헌·당규상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은 특정인을 위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며 “러닝메이트를 하겠다는 분들은 나서서 특정 후보를 위해 뛰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데, 이는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27일 회의를 마친 뒤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러닝메이트’를 표방해 본인을 포함한 타 후보를 당선되게 하려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의원 보좌진을 후보 선거캠프에 파견하는 것 역시 당헌·당규상 가능하다 판단했다. 서 위원장은 “당원인 국회의원 보좌진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캠프에 참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캠프 구성을 시작으로 전당대회 레이스는 본격화했다. 정치권에선 한동훈 대세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영남권 표심을 예의주시하는 기류다. 한 후보가 ‘보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의 지지세를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전체 당원의 40%가량이 영남권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 지사 등 영남권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의도적으로 한동훈 후보를 ‘패싱’해 한 후보 측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홍 대구시장은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를 차례로 만났지만, 한동훈 후보는 만나지 않았다(관련기사 ‘한동훈 vs 반한동훈’ 국민의힘 전당대회 어디로 가나).
홍 시장은 6월 26일 원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한 전 위원장 측에서) 25일 만나러 오겠다는 걸 거절했다. 여러 사람 시켜서 전화 왔더라”며 “(다시) 27일 온다고 하기에 안 만난다 했다.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날 SNS를 통해 “보수우파를 궤멸시키기 위해 망나니 칼날을 휘둘렀던 사람이 당대표를 하겠다고 억지 부리는 건 희대의 정치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후보는 이철우 지사와의 회동도 추진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 지사는 “당대표 같은 고위직은 최소 당에서 수십 년 이상 헌신한 사람이 해야 한다. 밖에서 들어온 사람이 해선 안 된다. 당에 뜨내기가 많아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정쟁과 정치공격용으로 추진하는 것을 모르고, 덜컹 받는다고 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캠프 측에서는 이러한 TK 지자체장들의 비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지만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여권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어대한’ 분위기가 많다. 여론조사에서도 한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선다. 초·재선 의원 사이에서도 한 후보 지지세가 강하다”면서도 “하지만 당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영남권 의원과 지자체장들은 친윤 흐름이 강하다. 이게 영남권 당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동훈 후보가 TV토론회 등에서 중진 정치인들을 상대로 초보적 실수를 연발하면 대세론이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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