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와 같은 평형, 막대한 시세차익 전망…SNS 등에서 루나 높게 평가해 ‘사태 책임론’ 비판
#최근 실거래 없지만 매도 호가 200억 원대
일요신문 취재 결과 테라·루나의 초기 투자자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국내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에테르노청담을 분양받았다. 업계 관계자와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24년 5월 14일 신탁사로부터 해당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최초 분양 계약 일자는 2021년 5월 31일이다.
가수 아이유와 배우 송중기의 아파트로도 유명한 에테르노청담은 지하 4층~지상 20층, 1개 동 총 29가구 규모의 고급 주택이다. 지상 2~5층은 전용 273㎡(약 83평)의 복층형 4가구, 6~16층은 전용 244㎡(74평)의 단층형 22가구, 17~18층은 전용 344㎡(104평)의 스카이펜트형 2가구, 19~20층은 전용 464㎡(147평)의 슈퍼펜트형 1가구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 대표는 이 가운데 아이유와 동일한 전용 244㎡(74평)를 분양받았다.
분양가는 3.3㎡(1평)당 1억 6000만 원에서 2억 1000만 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용 244㎡를 아이유는 130억 원, 송중기는 150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과 같은 평형을 계약한 김 대표 역시 100억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주택을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의 배우자인 배우 하연주 씨도 자신이 운영 중인 개인 사업장 주소를 에테르노청담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통신판매업을 하고 있는데 7월 5일 사업자등록번호 조회 서비스 검색 결과, 회사 주소가 에테르노청담으로 기재돼 있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사업자정보공개에는 이전 자택 주소가 등록된 상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막대한 금액의 시세 차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최근 실거래 건은 없으나 네이버 부동산 등에 따르면 에테르노청담의 현재 매도 호가는 전용 244㎡형 220억 원, 273㎡형의 경우 320억 원에 형성돼있다. 실거주의무기간이 끝난 후 가격에 큰 변동이 없으면 매각 시 100억 원대의 이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2024년 5월 22일 이 주택에 채권최고액 33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한 달 뒤인 6월 20일에는 22억 원을 추가로 설정해 총 55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해시드 관계자는 “대표의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테라·루나 사태 책임론엔 “투자는 개인 책임 더 커”
김 대표는 루나 폭락 사태 직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온 인물 중 한 명이다. 가상자산의 큰손이라 불리는 그가 이끄는 해시드가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테라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고 테라 역시 이 홍보 효과를 누리며 성장한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김 대표는 대규모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테라와 루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2019년 그는 해시드 공식 블로그에 ‘루나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올리면서 장기적으로 루나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2년에는 스테이블 코인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경제 유튜버를 겨냥해 “허위사실급 논리를 너무 자신감 있게 주장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폭락 사태 초기까지도 그는 “테라의 유동성은 무너졌지만 메커니즘이 건재하다”며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되면 다시 1달러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테라와 루나 가격은 그대로 수직 낙하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글도 삭제됐다.
이후 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신현성 차이페이홀딩스컴퍼니 총괄대표와 함께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해시드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2022년 8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테라 초기 투자에 참여하는 대가로 해시드가 보유했던 루나 3000만 개의 99%를 처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때는 최고점 기준 평가액이 36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에 달했지만 폭락 이후 상당 부분을 잃었다는 것이다.
또 ‘테라를 적극 홍보해 일반인도 투자에 나서게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생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것은 절대 선동이 아니다”며 “탈중앙화 생태계에서는 개인이 그만큼 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테라·루나를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폭락 직전이던 2022년 4월 출국해 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세르비아 등 해외를 떠돌다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붙잡혔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그를 어디로 송환하느냐는 범죄인 인도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추산한 루나 폭락 사태의 피해액은 400억 달러(약 55조 원)에 달한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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