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물량 감소와 전셋값 상승 영향 서울 등 집값 상승 반전…적극적 매수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집값 상승 동력 어디서 왔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올해 5월 5182건을 기록하며 3년 만에 5000건을 돌파했다. ‘패닉 바잉’ 열기로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8월(5054건)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39.3% 증가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1억 9280만 원으로, 사상 최고치인 11억 5700만 원(2022년 4월)을 뛰어넘었다.
경기 침체 속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필수재’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나 대출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달리 주택 구매 결정은 무작정 미룰 수 없다. 최근 1~2년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며 ‘거래절벽’ 상태였기 때문에 더는 매수 결정을 미루기 어려워지면서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가격이 따라붙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실수요자 입장에서 주택 매수 결정을 뒤로 미루려면 향후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상황은 정반대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통계(인허가)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전국에서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12만 2955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 936호에 비해 23.6% 줄었다. 수도권과 서울 주택의 인허가는 같은 기간 각각 6만 2507호에서 5만 371호로 19.4%, 1만 5135호에서 9781호로 35.4% 감소했다.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평균 36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2~3년 내 신규 입주물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집값 상승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도 이미 입주 물량은 많은 편이 아니다. 올해 하반기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1만 2000세대 입주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간신히 숫자가 평년과 비슷해진 것”이라며 “신축이 선호도가 높은 반면 점점 매물이 희소해지기 때문에 건축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뛰는데도 청약 열기가 뜨거운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4년 5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신규로 분양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지수는 각각 190.9와 191.6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35%, 16.61% 상승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청약 열기가 뜨겁고 분양가도 높아지면 수요가 구축으로도 옮겨붙게 되고 그게 결국 거래량을 유발한다. 신축 쪽에 반영됐던 인플레이션이 구축 물건 쪽에서도 반영되면서 전체적으로 가격이 뛰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오르고 있는 전셋값 역시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을 일으켜서 전세가 상승분만큼의 보증금을 마련할 바에는 아예 조금 더 보태서 주택을 매매하자는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전셋값이 오르면 세입자들의 매수 전환이 일어나며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경향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배경이다. 지난해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를 제외한 전국 규제 지역을 모두 해제했다. 또 다주택자들을 묶었던 무순위 청약을 가능하게 했고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대폭 완화했다. 올해 4월에는 신혼부부·생애최초·신생아 특별공급 정책을 시행했다. 7월로 예정됐던 2단계 스트레스DSR 적용 또한 9월로 연기하면서 당분간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집 사야 할까? 엇갈리는 전망
향후 집값은 어떻게 움직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강남 3구는 이미 지난해 거의 다 회복했고 마포·용산·성동구도 올해 들어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받쳐주지 못했던 거래량이 올해 들어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규모가 작을뿐더러 대부분 아파트가 아니라 도시형생활주택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수도권은 현재는 기존 매물을 소화 중인 단계인데 통상적으로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가격 상승폭이 더 커진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2020년에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갱신을 거친 임대차 계약의 만기가 도래한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 동안에는 임대료가 거의 동결되기 때문에 계약 종료 후 해당 물건에는 4년 동안의 전셋값 상승분이 반영된다. 입주 물량 감소로 올해 하반기부터 전셋값와 집값이 지속적으로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서진형 광운대 일반대학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은 심리전이기 때문에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건설비와 분양가 상승으로 앞으로는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물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인식도 생기면서 일부 실수요자들이 매수세로 돌아선 거 같다”며 “당분간 완만한 우상향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고 악성 미분양 이슈가 있는 지방의 경우 약보합 위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 시장은 소위 항공모함과 같다고도 불리는데 한번 방향이 잡히면 가속이 붙으면 붙지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라며 “정부가 스트레스DSR 같은 금융 규제로 접근한다고 해도 집값이 오를 거라는 확신이 있는 한 갭투자를 통해서 집 사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전세 자금 대출에는 스트레스DSR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세입자의 돈을 끼고 주택을 매매하려는 움직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 경기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반면 적극적으로 주택을 매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건 수도권 일부 지역만이고 지방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지금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바라기는 할 텐데 그러기엔 아직 금리가 확실히 내린 것도 아니고 경기가 녹록지 않아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금 집을 사는 사람들은 지난 2년간 매수를 보류했던 실수요자들이기 때문에 전고점을 뚫고 대세 상승장으로 가기는 쉽지 않다. 소득 대비 집값이 여전히 높고 경기도 좋지 않기 때문에 추석 전후로 상황을 봐야 한다”라며 “최근 구간 변동률이 서울이 0.2%가 나왔는데 이런 속도면 마포구나 성동구는 추석 전후로 규제지역으로 묶일 가능성도 높다. 자금 여력이 있는 분들이면 모를까 굳이 준비가 안 된 분들이 불안한 마음에 무리하게 살 필요 없다”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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