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핵심’ 배송‧가격 경쟁력 모두 밀려…“온라인에 최적화돼 있지 않은 비즈니스 구조”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지난 5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2019년 3월 이마트에서 물적분할돼 법인으로 출범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희망퇴직 대상은 2022년 7월 1일 이전 입사한 근속연수 2년 이상의 본사 직원이다.
지난달 19일 SSG닷컴의 수장이 최훈학 신임대표로 교체된 후 조직 효율화 및 수익성 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 교체와 함께 조직도가 가장 먼저 슬림화됐다. 기존의 △D/I(Data/Infra) △영업 △마케팅 △지원 4개 본부를 △D/I △영업 2개 본부 체제로 줄였다. 그리고 대표 교체 2주 만에 희망퇴직마저 진행되고 있다.
조직 효율화의 가장 큰 이유는 SSG닷컴이 수년째 적자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SSG닷컴의 연도별 적자 규모는 △2019년 818억 원 △2020년 469억 원 △2021년 1079억 원 △2022년 1111억 원 △2023년 1030억 원이다.
쿠팡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알리‧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가 급부상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이 같은 시장 상황 탓에 경쟁에서 밀린 이커머스 업체들이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도 비용 효율화 작업을 위해 지난 6월 근속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사옥도 기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남구 테헤란로로 이전했다. 또 다른 이커머스 기업 11번가도 지난해 말과 올해 3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오는 9월에는 경기도 광명시로 사옥을 이전한다.
이커머스에서 중요한 요소인 ‘저렴한 가격의 상품 제공’과 ‘빠른 배송’,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SSG닷컴의 적자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커머스 시장의 두 강자 ‘쿠팡’과 ‘네이버’는 ‘오픈마켓’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다양한 셀러들이 입점해 물건을 팔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저렴하게 물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SSG닷컴은 오히려 2022년 10월 말 오픈마켓 서비스 운영을 종료했다. 당시 SSG닷컴은 2021년 말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G마켓’과 중복되는 사업 영역을 최소화하고 각 사의 핵심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대신 검증된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를 발굴하고 선보여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역할을 공고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살아남은 회사들을 살펴보면 모두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되는데 쿠팡‧네이버가 대표적”이라며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면 판매자도 많아야 하고 판매상품도 많아야 하는데 그걸 안하고 있기 때문에 SSG닷컴에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쟁사 대비 배송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SSG닷컴의 발목을 잡았다. SSG닷컴의 풀필먼트(판매자 대신 상품의 준비부터 포장, 배송까지 물류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서비스) 물류센터 ‘네오(NE.O)’는 경기도 김포 2곳, 용인 1곳, 세 군데다. 네오 물류센터는 모두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다. 현재 SSG닷컴이 수도권 지역에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신 이마트 100여 개 점포 내 PP(Pick&Pack)센터를 통한 시간대 지정 당일 배송 서비스인 장보기 상품 ‘쓱배송’과 G마켓 동탄 물류센터를 통한 라이프스타일 상품 중심의 익일배송 ‘쓱1DAY’ 배송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 신세계그룹은 CJ대한통운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G마켓의 익일 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 택배 배송을 CJ대한통운이 전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SG닷컴의 익일배송과 새벽배송 물량도 CJ대한통운이 맡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쿠팡은 이미 2010년 창립 때부터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해 6조 2000억 원을 투자,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의 풀필먼트센터(물류센터)를 구축했다. 2021년 기준 전국 인구의 70%가 ‘쿠세권(쿠팡 로켓배송 가능지역)’에 살고 있다고 밝힌 쿠팡은 2027년까지 이 수치를 전국 88% 이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앞으로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벽배송, 로켓배송으로 무장한 쿠팡이 이미 고객을 다 선점해 락인(Lock-In)했는데 (SSG닷컴이) ‘단골화’할 수 있는 고객이 어디 있겠나”라며 “기존 오프라인 유통채널 강자인 이마트와 접목해 규모를 키우고 경쟁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이미 놓쳤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강자’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에서 살아남은 온라인 유통 업체들을 보면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애초에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한 곳들”이라며 “신세계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몸집이나 비용구조에 최적화돼 있지 않고 (온라인 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명확한 이해나 스마트한 실행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심 분야인 온라인 장보기를 비롯한 패션·명품·뷰티와 같은 전략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버티컬 커머스(특정 카테고리의 서비스나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전자상거래)로서 경쟁력을 높여나갈 예정”이라며 “사업자 회원 중심의 신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송과 관련해서는 “기존 온라인 전용 네오 물류센터 3곳과 전국 100여 개의 이마트 매장 후방에 위치한 PP센터를 활용해 배송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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