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E와의 분쟁 후 연료전지 사업 신규 수주 사실상 포기…포스코 “기존 고객 관리에 집중”
#포스코와 씨지앤율촌전력의 충돌
포스코에너지는 2019년 전문성 강화와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연료전지 사업 부문을 분할한 법인 ‘한국퓨얼셀’을 설립했다. 한국퓨얼셀은 분할 당시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기 사업자가 법인을 분할·합병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는 산업부 장관 허가를 받기 전에 분할을 진행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 사업이 제조 분야이므로 허가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산업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산업부는 한국퓨얼셀 분할 무효도 검토했지만 결국 조건부로 분할을 승인했다. 산업부가 제시한 조건은 한국퓨얼셀이 향후에도 고객사들에게 기존 제품과 같은 수준의 제품을 공급해야 하고, 고객사들과의 유지보수 계약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산업부가 이 같은 조건을 내건 이유는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 고객사들이 LTSA 서비스 질적 하락을 우려해 분할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LTSA란 장기서비스계약으로 계약 기간 동안 연료전지의 약정출력과 안정적 운용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 고객사인 씨지앤율촌전력은 한국퓨얼셀 분할 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분할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씨지앤율촌전력은 중국광핵그룹(CGN) 계열의 화력발전 업체다. 지난해 매출 1조 2519억 원, 영업이익 791억 원을 거뒀다. 씨지앤율촌전력은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제품을 구매한 후 LTSA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었다.
씨지앤율촌전력은 채권자 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지보수 서비스는 제품 구매 후 얻는 효익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LTSA 계약 기간 동안은 포스코에너지가 씨지앤율촌전력으로부터 채무를 진 것으로 인식되며 씨지앤율촌전력에는 포스코에너지의 채권자 권리가 주어진다. 포스코에너지가 2023년 포스코인터내셔널에 흡수합병되면서 소송 주체도 포스코인터내셔널로 넘어갔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1심과 2심 재판부는 한국퓨얼셀 분할이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올해 5월 한국퓨얼셀 분할을 최종 인정했다. 산업계에서는 애초부터 씨지앤율촌전력의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씨지앤율촌전력은 분할 무효 청구 소송 외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기존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의 출력이 미달해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부품인 스택모듈도 교체해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포스코에너지는 스택모듈 교체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포스코에너지는 씨지앤율촌전력이 서비스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맞소송으로 응수했다.
씨지앤율촌전력은 포스코에너지에 86억 원을, 포스코에너지는 씨지앤율촌전력에 236억 원의 손해배상을 각각 청구했다. 이후 두 회사는 청구 범위를 확대하면서 서로 500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법원은 두 재판을 병합해 심리·판결했다.
포스코는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씨지앤율촌전력이 포스코에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손해배상액은 수백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씨지앤율촌전력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도 결국 패소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요신문은 씨지앤율촌전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재판은 이겼지만…
한국퓨얼셀은 우여곡절 끝에 산업부와 법원의 분할 인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한국퓨얼셀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퓨얼셀 분할 전 포스코에너지는 국내 보급된 연료전지 설비의 절반가량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에너지는 2007년 미국 퓨얼셀에너지(FCE)와 기술이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FCE의 기술력을 사용했다. FCE는 글로벌 연료전지업계 선두주자로 꼽히는 만큼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도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포스코에너지와 FCE는 2020년 사업상 이견을 보이면서 소송을 진행하다가 2021년 합의에 성공했다. 합의의 주요 내용은 포스코에너지가 FCE 기술이 설치된 국내 고객에 한해 기술 판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신규 고객에 대해서는 FCE가 판권을 가진다. 이전에는 FCE가 포스코에너지와의 협의 없이 한국 시장에 단독으로 진출할 수 없었다.
합의에는 성공했지만 한국퓨얼셀은 FCE와의 분쟁 후 신규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퓨얼셀은 FCE의 기술이 없으면 자체적인 연료전지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박기홍 전 포스코에너지 사장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연료전지 기술은 FCE에 의존을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연구개발팀에서 노력을 많이 했지만 연구개발에는 실패했다고 인정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존 고객사에 대한 LTSA 사업도 전망이 밝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퓨얼셀 분할 후 상당수의 고객사가 LTSA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 한국퓨얼셀과 현재 LTSA 계약을 맺은 기업은 대부분 특수관계자로 분류된 곳이다. 한국퓨얼셀의 지난해 매출 1107억 원 중 93.57%인 1036억 원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했다.
한국퓨얼셀과 특수관계자의 재계약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일례로 경기그린에너지는 한국퓨얼셀의 특수관계자이자 주요 고객 중 하나다. 한국퓨얼셀은 지난해 경기그린에너지로부터 25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그런데 경기그린에너지는 지난 5월 FCE와 LTSA 계약을 맺었다. FCE와 한국퓨얼셀의 계약은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기그린에너지가 한국퓨얼셀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그린에너지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62.00%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고, 2대주주는 지분율 19.00%의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한국퓨얼셀은 경기그린에너지와 특수 관계지만 경영에 관여할 수는 없는 구조다. 당연히 한국퓨얼셀이 경기그린에너지에 계약 연장을 강제할 수도 없다.
한국퓨얼셀은 사실상 신규 수주를 포기한 상태다. 앞서의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한국퓨얼셀은 현재 O&M(유지보수) 회사로 운영하고 있다”며 “신규 고객사 수주가 아닌 기존 고객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퓨얼셀이 직접 연료전지 제조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연료전지는 오랜 검증 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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