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가 각 대선후보의 득표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박근혜 후보가 지난 총선에서 홍준표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
지난 4일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새누리당의 경남도시자 후보로 낙점되자 여권에서는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화답하듯 홍준표 후보 역시 수락연설에서 “PK 민심 이탈을 막고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70% 이상 득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범야권에서는 ‘거물급’ 홍 후보에 맞설 상대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유력한 범야권 단일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다. 18대 국회에서 창원시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 97년과 2002년 대선에 출마해 ‘대중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PK에서도 홍준표 후보와 비등한 대결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전 대표가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이후 진보정의당으로 들어가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은 것 역시 이번 보궐에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권영길 전 대표는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히고 조만간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진다. 권 전 대표의 한 측근은 “현재 노동자 중심의 신당 창당에 몰두하며 도지사 출마 여부도 고민하고 계신다”라며 말을 아꼈지만 문 후보와의 러닝메이트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김두관 전 지사가 중도 사퇴한 이후 당에서는 누가 나가더라도 홍준표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여권 내부에서는 박근혜-홍준표 러닝메이트 전략 역시 PK 표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박 후보와 당내 친이 성향의 시·군·구 의원들과의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새누리당 구의원은 “선거와 관련해 중앙당에서 별다른 언급이 없다. 선거에 쓸 돈이 내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결사의 자세로 뛰어 주겠는가”라는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미래희망연대 출신의 한 관계자는 “안팎으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친박 성향의 시·군·구 의원들은 친이계와 합심해 대선 승리를 위해 뛰는 게 아니라 자기 살 궁리만 하고 있다”라며 “친이계도 골칫거리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친이계 성향의 기초단체장들이 자연스럽게 물러남에 따라 박 후보를 위해 뛰어줄 친이계가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지방에서 친이계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데 이들의 맘을 달래 함께 뛰지 않는 상황에서 박 후보가 표를 더 모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내후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조차 받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은근히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 역시 대선에서 학부모들의 표심을 자극할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그래선지 여야에서는 ‘엄정중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형국이다. 교육감 선거는 원칙적으로 정당이 관여할 수 없는 선거지만 이미 새누리당과 범야권의 대결로 굳어진 상황. 보수 진영에서는 일찌감치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를 단일 후보로 추대했지만 진보 진영에서는 여러 후보가 난립하며 단일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2012 민주진보 서울 교육감 후보 추대위원회’는 11월 13일 최종 단일 후보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인데 이 레이스에는 이수호 전 전교조·민노총 위원장, 이부영 전 전교조 위원장, 김윤자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송순재 전 서울교육연수원장, 정용상 동국대 법학과 교수 등 5명이 참여했다. 문제는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수호·이부영 두 예비후보가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에서는 전교조 출신 교육감은 대선에서 학부모들의 표심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전교조에서 활동했던 김 아무개 씨(43)는 “진보교육감 예비후보 가운데 이수호 김윤자 후보는 NL 계열, 이부영 송순재 후보는 PD 계열 인물로 분류된다. 교육감 선거에서조차 NL이니 PD니 논쟁이 벌어지고 싸움이 붙으니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고 대선에서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수도권 학부모 대다수가 전교조 출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전임 교육감인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인데 당에서도 염려의 차원에서 그런 말들이 나오지 않았겠느냐”라고 전했다.
진보교육감 추대위의 한 관계자는 “문용린 후보와 대항하기 위해서는 진보 진영에서 단일화가 무리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의견을 전하면서도 민주당에서 전교조 출신 후보들을 배제하고 싶어 한다는 것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 그런 우려를 표명할 수는 있다고 본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관여할 수 없는 선거인 만큼 투표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 역시 교육감 보궐선거가 마냥 유리하지는 않다. 문용린 후보의 경우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의 교육 정책 브레인 역할을 해온 교육계의 대표 친박 인사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출마를 위해 부위원장직을 사퇴한 상태지만 그의 정책 노선을 뜯어보면 박 후보가 대선에서 제시한 교육 공약과 흡사한 부분이 많아 그를 박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보궐 선거에서는 모두 이기고 정작 대선에서 패배하는 웃지 못 할 광경이 연출될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