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세금처럼 급여통장에서 이체시키는 ‘연금저축보험’의 성적표가 공개되자 7년 전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한 한 직장인이 씁쓸하게 뱉어낸 말이다. 그동안 다달이 부어온 돈이 1860만 원인데 현재까지 적립금이 2027만 원에 불과했다. 연평균 수익률은 고작 1.28%. 정기예금만도 못하고, 수익률이 낮다고 해지하면 그동안 소득공제 받은 걸 환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보험뿐만 아니라 개인연금 전체적인 수익률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정기 예·적금보다 못한 상품이 수두룩하다.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상품의 경우 36개 상품의 평균 연평균 수익률이 4.16%다.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90개)은 연평균 3.46%, 손해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237개)은 마이너스(-) 1.90%로 더 낮다. 그나마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가 157개 상품에서 연평균 6.90%의 수익률을 올렸다. 초기에 사업비를 많이 떼는 보험사 상품 중에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많다. 특히 손해보험사는 9개 가운데 7개사 상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금융감독원에서 연금저축 수익률을 발표하고, 홈페이지에 수익률을 공개하자 개인연금저축의 판매가 뚝 떨어졌다. 보험사들은 생·손보협회 명의로 일제히 일간지에 ‘연금저축보험 계약자에게 알린다’며, 보험은 은행 및 자산운용사 상품과 차이가 있다는 광고를 수억 원을 들여서 냈다. 그런데 광고내용을 아무리 읽어봐도 전문가도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이 많았다.
먼저 ‘10년 이상 장기 유지할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져 수익률이 높아진다’라고 했다. 현재 보유계약이 있는 198개 생명보험사 전체 보유상품의 사업비 부가액 평균은 1차~5차년도까지는 8.07%를 떼고, 6차~7차년도는 7.98%, 8차~10차년도는 7.37%, 10차~30차년까지 6.62%~6.57%를 뗀다. 10년 이상 지나면 사업비가 줄어들지만 30년까지 6.5% 이상을 떼는 것이다. 납입료에서 사업비를 떼는 것은 보험뿐이 없다. 이 사업비 때문에 수익률이 특히 저조한 것이다.
한 생보 상품의 경우 보험관계비용이라고 7년 이내 8.15%, 7~10년까지는 2.15% 10년 초과 5.0%를 공제한다고 공시해 놓았다. 그렇다면 10년 이상 장기 유지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수수료를 덜 떼서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인데, 수익률은 말 그대로 투자실적으로 높여야지 사업비를 덜 떼서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도의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적립금 대비로는 수수료율도 1차년도는 8.61%, 3차년도 2.76%, 5차년도 1.60%, 7차년 1.05%, 10차년 0.52%, 15차년 0.27%, 15차년 0.27%, 20차년 0.18%, 30차년 0.03%를 뗀다. 은행이나 자산운용사와의 적립금대비 수수료율차이도 15차년부터 은행은 0.81%, 생보 0.14%, 손보 0.1%로 보험이 낮지만 1%이내에서의 미미한 차이다.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높은 수익률을 내고 수수료를 많이 내는 것이 오히려 낫다.
보험사들은 ‘개인별 수익률은 가입 시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주장했다. 금융권별로 내용이 상이하기 때문에 다른 금융권상품 또는 가입시기가 다른 상품과 직접 비교한다면 커다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모호한 주장을 했다. 물론 상품 내용과 가입 시기는 다 다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가입 목적은 동일하다. 동일한 금액을 저축하여 노후에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어느 상품이 목적을 더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느냐가 소비자의 상품선택 조건이다. 그런데 상품 종류가 많고 내용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비교조차 하지 말라는 주문 같아 우습다. 목적에 어느 상품이 더 부합하는지를 소비자가 비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목적 달성이 어렵다면 지금이라도 다른 금융기관으로 계약이전을 해야 하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다른 금융권에 비해 가장 안정적인 상품’이라고도 했다. 더불어 이율을 최저보증하고 수익률 변동성이 가장 적어 장기간 노후생활의 안정적인 보장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전 금융권 중 고객이 제일 많이 선택한 상품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최저보증은 보험사가 무상으로 보증해 주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보험료에서 보증비용을 별도로 낸다. 또 수익률 변동성이 가장 적어 안정적인 보장에 적합하다고 하나, 수익률이 턱없이 낮은 수준에서의 변동성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가입한 것은 30만 보험모집조직의 세일즈 파워 때문이지 상품의 수익률이나 목적 부합성 때문이 아니다.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이 하지 못하는 보장이 있다’거나 아니면 ‘보험만이 죽을 때까지 종신연금을 줄 수 있다’라든지, 보험만의 특징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렸어야 했다. 당장의 어려움을 면피하기 위해 진실을 호도할 수 있는 내용을, 두루뭉술하거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하는 것은 더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