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신축 매수 수요 한계에 강남권 거래량 반토막…“주담대 금리 인상, 대출 규제도 영향”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 7월 4주 차(22일) 기준 0.3% 올라 18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0.08% 상승, 인천시는 0.14% 뛰었다. 지방은 5대 광역시와 세종시 모두 하락하며 –0.03%의 변동률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서울 아파트값은 매주 상승폭을 키워와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짙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속된 전셋값 상승과 금리 인하 기대, 향후 2~3년간 급감할 신축 입주 물량 등을 근거로 집값 오름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을 점친다. 서울 아파트 신축 입주 수요는 매년 약 4만 6000세대 안팎으로 올해 입주 물량은 1만 8000세대, 내년은 3만 3000세대 정도다. 이후 크게 줄어 2026년 약 1600세대, 2027년 약 2100세대로 예상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신축 공급 부족으로 전셋값이 오르는 데다 미국이 9월 이후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 3%대로 내려온 주택담보대출금리 등의 영향으로 서울 집값이 지난 4월부터 본격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며 “앞으로 서울 신축 물량이 매우 적은 점을 보면 집값 상승세가 2~4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단기간 끓어오른 매수 수요에 이미 한계치가 보인다며 9월부터 상승세가 멈추거나 하락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중심지역, 10억~20억 원대 고가 매물, 준공 15년 이내 신축·준신축 아파트에 집중됐던 실거주 매수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외곽지역이나 중저가, 구축 아파트에는 매수세가 잘 붙지 않아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감소할 것이란 설명이다. 2021년 60%까지 치솟았던 투자성 매수(갭투자) 비율이 지난 5월 기준 37%로 떨어져 있는 상황도 중요 지표로 고려된다.
지난해 12월 1846건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6월 7390건까지 올라 예년 평균치(약 6000건)를 웃돌았다. 7월 거래는 이달(8월) 1일까지 누적 4800건이 신고된 상태로, 말일까지 집계를 이어가더라도 6월 거래량에 결국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문도 국제부동산정책학회 부회장(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은 “7월 매매 거래를 분석한 결과 20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가 거의 사라졌고, 강남권 거래량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정책 대출을 활용하더라도 이미 가격 부담이 높아 매수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거래량 감소는 현장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김인섭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강동구지회장은 “7월 중순까지 준공 4~6년 차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좀 이뤄지다가 현재는 거의 끊긴 상태”라며 “7월 거래량이 6월 대비 6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병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마포구지회장은 “6월에 활발했던 거래가 7월 들어 주춤한 상황”이라며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9~10월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값 불안을 우려한 정부 압박에 은행권이 8개월째 하락했던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다시 올리고, 대출 한도도 조이고 있어 주택 매수 의지는 더욱 꺾일 수 있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 7월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3%포인트가량 인상했다. 9월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스트레스(가산) DSR’ 2단계가 시행된다. 기본 가산금리인 하한금리 1.5%에 적용하는 가중치가 25%에서 50%로 상향되고, 적용 대상에 1금융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추가된다.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리치고’ 김기원 대표는 “스트레스DSR 가산금리가 높아지고, 적용 대상 범위도 넓어지면 부동산 매매로 들어올 유동성이 더 줄어들어 9월부터 매수세가 상당히 잠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5월부터 62주 연속 오르며 매매가 상승을 부채질한 전셋값도 올 하반기와 내년 초에 집중된 신축 입주 물량 영향에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강동구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1만 2032세대) 등 약 1만 5000세대가 오는 8월부터 내년 1월까지 입주를 진행하며 전세 물량을 쏟아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요인을 들며 강남권 등 중심지역의 오름세가 멈추고,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 5억~11억 원대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외곽지역은 매수 열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중심지역 고가 아파트는 전고점 가격 대비 많게는 95~100%까지 오른 반면 비인기지역은 고점의 85~90% 수준에서 상승을 멈출 것으로 예견된다.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을 역임한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올 하반기에는 일단 거래량이 줄어들며 상승이 이어질 수 있지만 내년 상반기는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 중저가, 구축 아파트의 추격 상승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는 올 하반기부터 점차 하락, 인천은 그보다 더 빨리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2022년 사례처럼 고점에 오른 가격이 약세를 보이다 6~7개월 뒤 급락을 할 수 있고, 또는 당장 9~10월부터 급락할 수도 있다”며 “경기·인천은 최근 오른 상급지를 포함해 전 지역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문도 교수는 “현 시점에서 수도권 아파트 추격 매수를 권하지 않는다”며 “자금에 여력이 있더라도 수천만 원~2억 원가량 떨어질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다가 매수에 나설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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