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사과 좋았는데 ‘전동 킥보드’ 논란 이후 상황 악화…“민희진 상대 대응도 좋은 점수 주기 어려워”
8월 7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BTS 멤버 슈가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연예인 음주운전 사건에 슈가가 연루됐는데 일반적인 사례와 다소 차이가 있다. 승용차 등 일반적인 자동차가 아닌 전동 스쿠터를 음주 상태로 운전한 것이다.
#빠른 인정과 사과…정석대로 대응
경찰에 따르면 슈가는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거리에서 전동 스쿠터를 타다 혼자 넘어진 채 발견됐다. 인근에 있던 경찰이 넘어진 슈가를 도와주러 갔는데 슈가에게 술 냄새가 나자 바로 근처 지구대로 인계했다. 지구대에서 슈가의 음주 측정이 진행됐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으로 확인됐다. 슈가는 경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했다.
슈가와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정석대로 이후 상황을 정리했다. 관련 물의를 바로 인정하고 공식 사과를 한 것. 우선 슈가는 지난 7일 방탄소년단 커뮤니티 위버스에 사과 글을 올렸다. 슈가는 “실망스러운 일로 찾아뵙게 되어 매우 무겁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어제 밤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신 후 전동 킥보드를 타고 귀가했다. 가까운 거리라는 안이한 생각과 음주 상태에서는 전동 킥보드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도로교통법규를 위반했다”고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집 앞 정문에서 전동 킥보드를 세우는 과정에서 혼자 넘어지게 되었고, 주변에 경찰관 분이 계셔서 음주 측정한 결과 면허취소 처분과 범칙금이 부과됐다”며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으신 분 또는 파손된 시설은 없었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제 책임이기에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연예인 음주운전 사건의 주인공은 김호중이다. 그렇지만 김호중과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슈가와 달리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우선 김호중은 음주운전 과정에서 사고를 낸 뒤 아무 조치 없이 사고 현장을 떠났고 소속사는 운전자 바꿔치기, 사고 후 고의 음주(후행 음주),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제거 등의 사법방해 행위를 시도했다. 이로 인해 김호중과 소속사 대표 등이 구속 기소됐다. 반면 슈가는 사고 직후 인근 지구대에서 음주 측정 등 관련 조사를 받았으며 다음 날 바로 사과글을 올렸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 역시 공식입장을 통해 “슈가는 6일 밤 음주상태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중 헬멧을 착용한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이용해 500미터 정도 이동 후 주차 시 넘어졌고, 주변에 계시던 경찰을 통해 음주 측정한 결과 범칙금과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며 “해당 사건으로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며, 경찰 인계 하에 집으로 귀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티스트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 사회복무요원 신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행동에 대해서는 근무처로부터 적절한 처분을 받을 예정”이라며 “향후에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슈가와 빅히트 뮤직의 입장은 거의 유사한데 우선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적극 사과했다. 그렇지만 인명 피해나 시설 파손 등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부분과 가까운 거리(500미터)를 이동했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또 헬멧을 착용한 상태였다는 점도 덧붙였다. 보통의 자동차 음주운전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전동 킥보드’와 ‘전동 스쿠터’를 둘러싼 논란
문제는 경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슈가가 ‘전동 킥보드’가 아닌 ‘전동 스쿠터’를 음주 상태로 운전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진실게임이 펼쳐질 수도 있었지만 JTBC ‘뉴스룸’이 슈가가 전동 스쿠터를 타고 서울 용산구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지난 7일 보도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빅히트 뮤직은 8일 새벽 위버스에 공식입장을 다시 올렸다. 기본적으로 여러 정황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하고 서둘러 발표한 입장문에 따른 혼란 야기를 사과하는 내용이다. 우선 전동 킥보드 용어 사용과 관련해 “안장이 달린 형태의 킥보드라고 판단해 ‘전동 킥보드’라고 설명했는데 제품의 성능과 사양에 따라 분류가 달라지고, 사고에 대한 책임 범위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며 “사안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경찰의 음주 측정에 응한 뒤 바로 귀가 조치 됐는데 향후 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해당 사안이 종결된 것으로 잘못 인지했다”고도 밝혔다.
전동 스쿠터와 전동 킥보드의 가장 큰 차이는 형사처벌 여부다. 전동 스쿠터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도로교통법 제2조(정의) 17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차’로 구분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조 19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배기량 125cc 이하(최고정격출력 11Kw 이하)의 이륜자동차에 해당되는 ‘차’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동기장치자전거인 전동 스쿠터를 음주운전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반면 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는 최고 시속 25㎞, 중량 30㎏ 미만의 원동기로 도로교통법 148조2(벌칙) 1항이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한 경우는 제외한다’고 규정해 음주운전에 대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슈가와 빅히트 뮤직은 당시 전동 킥보드를 운행한 것이라고 여겨 형사처벌은 제외돼 사안이 종결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오류로 보이지만 형사처벌 여부와 관련된 핵심 사안이었던 터라 파장은 크다. 자칫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슈가와 소속사 빅히트 뮤직의 공식입장 전반에 대한 의혹 제기로도 이어졌다.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가까운 거리(500미터)만 이동했다고 밝힌 점 등에서도 사건 축소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연예인 사과 "몰랐다" 표현 피하는 게 불문율
슈가가 “음주 상태에서는 전동 킥보드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전동 킥보드 등 PM 관련 사건사고가 급증하면서 관련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5월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이후 집계가 시작된 PM 음주운전 사고는 2022년 259건, 2023년 253건이 발생했다. 부상자도 2022년 285명, 2023년 265명이나 된다. 실제 슈가가 운행한 전동 스쿠터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 음주운전 사고 역시 2019년 163건, 2020년 191건, 2021년 110건, 2022년 143건, 2023년 144건이나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힌 부분을 두고도 사건을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축소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이런 상식적인 사안을 모른 채 전동 스쿠터를 전동 킥보드로 알고 운전했다는 부분은 슈가의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연예 관계자들은 입장문이 너무 길고 구체적이었다고 지적한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관련 경험이 많은 한 연예기획사 임원은 “아티스트 입장문은 최대한 간결하게 사과 자체에만 집중했어야 한다”며 “요즘은 팬들과 소통이 중요해 가급적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 같은데 물의를 빚었을 땐 조심하는 게 더 중요하다. 게다가 아티스트는 해명 과정에서 ‘몰랐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일종의 불문율인데 그런 부분도 간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업 홍보 방식 연예계 이슈 대응은 한계
게다가 사안은 엉뚱하게 형평성 논란으로 확대됐다. ‘형평성 논란’ 역시 연예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리스크로 분류된다. 슈가의 음주운전에 대해 병무청은 8일 “해당 사회복무요원은 근무시간 이후에 개인적으로 음주 상태에서 운전, 경찰에 적발돼 도로교통법 등 관련법에 따라 처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복무요원도 품위 유지의 의무가 있지만 이는 근무 중에 한해 적용돼 근무 시간 외에 발생한 슈가의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병무청이나 복무 기관 차원의 별도 징계나 제재가 없다.
반면 현역병 복무 군인은 휴가 중 음주운전 사고 등을 낼 경우 경찰이 현장조사 후 군 형법에 따라 군 검찰에 사건과 신병을 이첩해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한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슈가와 무관한 사회복무요원과 현역병에 대한 제도적인 차이다. 그렇지만 이로 인한 형평성 논란이 야기된 부분 역시 슈가의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연예계에선 하이브의 전반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 능력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월드스타 BTS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설립된 하이브는 이후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도입하며 회사를 확장했다. 그동안 BTS가 별다른 물의에 휘말리지 않고 활동해 온 데다 월드스타가 된 뒤에는 국민적인 지지까지 받고 있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병역문제에 대해서도 BTS만큼은 병역특례를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됐을 정도다. 이처럼 하이브가 별다른 리스크 없이 성장해온 탓에 리스크 매니지먼트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예계에선 멤버 대부분이 군 복무 중인 상황에서 불거진 사건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모든 멤버가 병역의 의무를 다 이행하고 민간인이 돼 완전체 활동을 재개하려는 시점에 이런 리스크가 발생했는데 하이브와 빅히트 뮤직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필 이럴 때 엉뚱한 이슈 유발한 방시혁 의장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연예 관계자는 “하이브는 연예기획사가 아닌 기업이라 홍보팀도 기업 홍보팀 같은 모습인데 이번 공식입장 등도 기업 홍보 스타일에 더 가깝다. 하이브의 기업 홍보에는 이런 방식이 효과적이겠지만 연예계 이슈에선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분쟁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하이브의 리스크 매니지먼트에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언론 반응도 전반적으로 너무 매섭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부터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데 하필 이럴 때 미국에서 방 의장이 한국인 여성 두 명과 거리를 걷는 모습이 포착돼 엉뚱한 이슈를 유발한 부분이 참 아쉽다”고 밝혔다.
슈가 음주운전 논란이 한창이 8월 8일 해외 유튜브 채널 ‘아이 엠 워킹(I am walking)’에 지난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비벌리힐스의 거리 풍경 영상이 올라왔는데 우연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시혁 의장이 찍혔다. 방 의장은 한국인 여성 두 명과 함께 있었는데, 이들은 아프리카 BJ 과즙세연(23·본명 인세연) 자매로 알려졌다. 이 내용이 화제가 되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며칠 전에 내 친구가 미국에서 방시혁 봤다고 찍은 짤임’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여기에는 방시혁 의장이 여성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 속 방 의장과 여성의 의상이 유튜브 채널 ‘아이 엠 워킹’에 올라온 영상과 동일하다.
이에 대해 하이브 측은 “방시혁 의장이 지인이 모이는 자리에서 두 여성 중 과즙세연의 언니를 우연히 만났고, 엔터 사칭범과 관련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조언을 준 바 있다”며 “이후 두 사람이 함께 LA에 오면서 관광지와 식당을 물어와서 예약해주고 안내해 준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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