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점포 정리 효과 없나? 최근엔 본사 직원 10% 점포 배치 ‘현장 강화’…“온·오프라인 시너지 없어”
롯데쇼핑은 이번 인사발령이 ‘현장 경영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이 성장하는 추세에서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매진한 경쟁 업체들에도 밀려난 롯데마트가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번 인사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의 2분기 매출은 1조 31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1분기 매출액은 1조 4825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 4468억 원 대비 2.5% 증가했으나 1분기 만에 또 다시 매출액이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도 1분기 432억 원으로 지난해 319억 원 대비 35.3% 신장했던 것과 대비된다. 롯데쇼핑 측은 “국내 온라인 쇼핑 경쟁 심화에 따라 비식품 상품군의 수요 하락으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쟁업체인 이마트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을 개선하며 연결기준 상반기 흑자전환했다. 올해 2분기 이마트는 34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상반기 실시한 희망퇴직에 들어간 일회성 비용 89억 원, 보유세 720억 원 등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이라고 이마트 측은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거나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효율화 작업을 해왔다. 지난해에도 롯데슈퍼와 통합작업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 및 비효율 점포 정리 등으로 실적 만회 작업을 했다. 지난 6월 기준 롯데마트 점포 수는 111개로 2019년 6월 125개에서 5년 동안 14개 점포를 줄였다. 2021년부터 3년간 3차례에 걸쳐 희망퇴직도 단행했다. 이번에는 본사 인력을 점포에 대거 배치함으로써 오프라인 점포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이동이 오히려 직원 사기 면에서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마트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본사 MD 인력을 점포에 내보내는 건 늘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보낸 적은 없었다”며 “본사에 있을 때만큼 점포에서 충성을 다해 일할 수 있겠나. 유통업계가 다 어렵다보니 이직할 곳도 없고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근본적으로 롯데마트가 경쟁사 대비 뚜렷한 강점이 없어 고객들이 눈을 돌린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직장인 김진석 씨(39)는 “오프라인에서 장을 볼 때는 이마트나 홈플러스를 이용한다”며 “이마트는 가격 할인 행사를 할 때 가서 대량으로 사오는 편이고 육류를 구매할 때는 양질의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홈플러스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롯데마트는 예전에 ‘통큰치킨’이 나왔을 때 이후로 가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롯데쇼핑이 신선식품 위주의 전문 매장 ‘그랑그로서리’와 식품 매장 및 장난감 등 전문 판매점을 결합한 플래그십 스토어 ‘제타 플렉스’ 등에 힘을 주면서 상대적으로 매출이 좋지 않은 롯데마트 매장 리뉴얼 작업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그로서리’ 강화 전략은 롯데마트가 잘 잡았다”면서도 “‘그랑그로서리’ 매장 등 힘을 주는 곳들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일반 점포 개선 리뉴얼 작업에는 소홀한 모습이라 ‘죽어 있는 매장’ 느낌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온라인 쇼핑과 시너지 효과가 부족해 롯데가 ‘오프라인 유통 강자’로서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2020년 출범 이후 줄곧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해 85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상태에 빠져 있다. 2022년에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통 유통강자인 롯데가 온‧오프라인 부문의 시너지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하면서 두 영역 모두에서 점유율을 크게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며 “양쪽 모두 실적을 개선하려면 연계해서 프로모션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본연의 경쟁력인 신선식품 중심의 매장 리뉴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체험형 콘텐츠 확대를 통해 신규 고객 유입을 늘려 매출 감소를 타개해 나갈 계획”이라며 “신선식품에 대한 품질 관리가 롯데마트만 가진 강점으로 최고의 신선식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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