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자체보다 사법방해 행위에 초점…재판 역시 만만치 않게 진행될 가능성
형사소송법은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최초 구속 기간을 2개월로 규정하고 있어 6월 18일 구속 기소된 김호중은 구속 기간 갱신이 되지 않았다면 2차 공판부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구속 기간이 갱신됐다. 구속 기간은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두 번 갱신할 수 있어 최장 6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김호중과 함께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본부장 전 아무개 씨의 구속 기간도 갱신됐다. 이 대표는 범인도피교사와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 전 씨는 범인도피교사, 증거인멸,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이 적어도 1심 판결 전까지는 석방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김호중의 경우 도주치상과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는 부분이 구속 기간 갱신에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된다. 피고들이 도주와 증거인멸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법원이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이 수사 및 기소 단계부터 상황은 김호중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음주운전 자체보다 사법방해 행위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호중 사건이 불거지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협력해 사법방해에 대한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고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며 “공판 단계에서는 양형의 가중요소를 구형에 반영하고 판결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소 등으로 적극 대응하라”며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을 정도다. 이례적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담당 검사가 직접 출석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터라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검찰이 매우 엄정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원의 구속 기간 갱신 결정은 재판 역시 만만치 않게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호중의 1심 첫 공판은 7월 10일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심리로 열렸다. 첫 공판은 약 15분 만에 끝났다. 첫 공판에선 검찰이 공소사실을 밝히고 이에 대한 피고 측 입장을 밝히는 선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재판은 다소 특이하게 마무리됐다. 피고 측 변호사가 함께 기소된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본부장 전 씨, 매니저 장 아무개 씨 등 3명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김호중의 혐의에 대해서는 “다음 기일에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는 “아직 사건기록을 열람·복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호중 측은 검찰 수사 단계까지는 검찰총장 직무대행 출신인 조남관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지만 구속기소 이후 변호인단 변경 작업에 돌입해 7월 5일에서야 법무법인 동인을 새롭게 선임했다. 첫 공판 5일 전에야 변호인단이 꾸려져 사건 기록을 살필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김호중의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인 택시기사 A 씨가 8월 7일 법원에 “김호중을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사전 교감 없이 제출된 탄원서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A 씨는 더팩트와 단독 인터뷰에서 “구치소에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었는데 김호중 씨가 자필로 직접 써서 내게 보낸 사과의 내용이었다”며 “편지에 담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제 마음을 울렸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란 것을 할 수 있는데 심성이 여리고 착하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김호중이 보낸 자필 편지에 탄원서 부탁 관련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A 씨는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냥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그래서 그 마음이 더 기특하게 여겨졌고 탄원서라도 써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합의하고 돌아선 이후로는 소속사나 변호사 누구도 그와 관련된 얘기를 저한테 요청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1500장 분량의 팬들 탄원서도 법원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런 탄원서는 유무죄 결정 등의 과정에는 아무런 법적인 효력이 없지만 양형에는 영향을 미친다.
연예 관계자들은 김호중 음주운전 사건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 많다고 지적한다. A 씨의 자발적인 탄원서 제출 소식을 접하며 한 중견 연예 관계자는 “저런 분이라면 사고 당시 김호중이 차량에서 내려 진심으로 사죄하고 사고 조치를 했다면 상황을 이해해줬을 것 같다”며 “음주운전도 연예인에겐 치명적이지만 지금처럼 상황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슈가의 음주운전과 비교되는 상황을 두고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크다. 앞의 연예 관계자는 “슈가와 달리 김호중은 운전자 바꿔치기 등 사건을 덮으려다 상황이 커져버리면서 구속까지 됐다”며 “대신 슈가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무려 0.227%나 나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역대 아이돌 멤버 중 최고치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는데 김호중의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낮았다면 김호중만 구속된 상황을 두고 여론에 변화가 생겼을 수 있다. 그런데 김호중은 음주측정을 사고 발생 17시간여 뒤에야 받아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는 피했지만 슈가와 수치가 비교될 기회도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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