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한화 둘 중 한 명 선택할 듯…3순위 지명권 삼성 ‘투수냐 야수냐’ 고심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투수 강세가 예상된다. 150km/h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드래프트 참가자들이 20여 명이 넘는다. 1라운드는 모든 구단들이 투수 지명에 집중하는 가운데 1명 정도만 야수 지명이 가능하다는 예상이다. ‘2025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과 관련된 이슈를 살펴본다.
#전체 1순위는 정우주 아닌 정현우?
156km/h를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 정우주와 152km/h의 좌완 파이어볼러 정현우의 경쟁은 드래프트 직전까지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둘 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이고, 프로 입단해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면 구속은 더 증가할 수 있어 두 선수를 ‘지켜만 봐야 하는’ 타 팀 스카우트들은 쓰린 속을 달랠 수밖에 없다.
A 구단 스카우트는 정우주가 문동주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의 완성도 면에서는 문동주보다 정우주가 더 좋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 유연한 투구폼에서 강한 공을 던지는 모습도 문동주를 연상케 한다. 가볍게 던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150km/h를 넘기더라. 마운드에서 배짱도 두둑해 보이고, 자신감 있게 투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관심을 가질 만큼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고교 최대어다.”
그렇다면 정현우는 스카우터들 사이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B 구단 스카우트의 설명이다.
“정현우의 장점은 뛰어난 변화구 구사 능력이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줄 알고 152km/h의 최고 구속에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좌완이면서 제구력을 겸비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키움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즉시 전력감을 뽑고 싶다면 정우주보다는 정현우가 될 것 같다.”
스카우트들마다 정우주와 정현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실제 키움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키움 구단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누구를 뽑을 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팀 내부적으로 정우주보다는 정현우한테 쏠리는 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 또한 드래프트 당일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단정해서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초·중반에만 해도 1순위는 정우주가 유력했다. 정우주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관심을 쏟을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두 팀의 스카우터들이 정우주 영입 경쟁을 벌였고, 그중 한 팀에선 정우주의 신체검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정우주가 최종적으로 미국 진출 대신 KBO 드래프트 참가를 결정했는데 그 배경과 관련된 여러 소문이 나돌았다.
국내 한 팀의 스카우트는 정우주 측의 이런 행동에 불편한 시선을 나타냈다.
“좋은 선수니까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겠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와 신체검사를 진행했다는 건 상당히 놀라운 사안이었다. 신체검사 후 계약금 이야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선수 측이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들었다. 금액이 맞지 않아서 거절한 걸로 보인다. 선수가 원래는 미국에 가고 싶어 했으나 계약금이 적어 KBO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여 키움 구단 입장에선 이 점을 유심히 살펴봤을 것이다.”
반면에 정현우는 원래부터 KBO 드래프트에 참가하려고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드래프트 신청서 마감일이 8월 12일이었는데 정현우가 드래프트 신청서를 접수한 시기가 7월 초였다. 정현우는 미국 진출보다 KBO에서 성장하고 인정받은 후 해외 진출을 꿈꾸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키움의 한 관계자는 정현우의 이런 행동을 높이 평가했다.
“스카우트 팀에서 선수를 평가하는 항목에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선수가 야구를 대하는 태도, 워크에식, 동료 선수들과의 관계 등을 살핀다. 그런 점에서 정현우가 높은 점수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미디어와 인터뷰하는 태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진 않았지만 정현우를 유심히 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올 시즌 키움의 국내 선발 투수들이 모두 우완이다. 2025년 9월에 제대하는 안우진도 우완이라 키움으로선 좌완 정현우에게 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삼성의 전체 3순위 지명은 과연?
이번 드래프트에서 키움의 1순위 지명 후 가장 관심이 쏠리는 순위는 삼성 라이온즈가 지명권을 갖고 있는 3순위다. 정현우와 정우주가 1, 2순위를 나눠 갖는다면 전체 3순위부터는 혼전 양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원래 전체 3순위 후보로 유력한 선수는 덕수고 우완 김태형이었다. 김태형은 정현우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며 덕수고의 신세계 이마트배와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었다. 김태형의 올해 고교리그 성적은 16경기 평균자책점 0.75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67이다. 2023년 6월 주말리그 청원고전에서 노히트노런(9이닝 2볼넷 15탈삼진 무실점)을 달성하며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김태형은 유튜브 ‘정근우의 야구이슈다’ 인터뷰에서 “(정)현우가 잘 던지는 모습을 보고 자극 받아서 현우처럼 잘 던져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현우 따라서 계속하다 보니까 서로 실력이 올라가고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자신의 실력 향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태형은 현재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대표팀에 합류한 상태다. 그는 자신의 지명 순번 관련해서 “청소년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3번 안에 지명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그런데 최근 삼성의 3순위 지명 선수가 김태형이 아닌 광주제일고 김태현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마추어 고교야구를 전문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야반도주’ 유효상 편집장은 삼성이 우완 김태형보다는 좌완 김태현한테 좀 더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150km/h 이상을 던지는 김태형보다 김태현은 최고 구속이 147km/h다. 그러나 야구에서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 않나. 공의 움직임과 회전수 등 세부적인 데이터에서 김태현이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현은 올 시즌 내내 구속이 오르고 있고, 높은 타점과 투구 밸런스가 안정적이다. 뛰어난 디셉션과 수직 무브먼트도 일품이다. 두 종류의 커브를 선보이는데 완성도가 매우 높고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다. 지난겨울 동안 일본의 한 야구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했다고 하는데 그곳에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다녔다고 하더라. 거기서 배운 야구가 김태현한테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들었다.”
한편 삼성 구단 관계자는 3순위 지명 관련해서 “한 선수를 지목하지 않고 폭넓게 보고 있다”면서 “투수뿐 아니라 야수도 보고 있는데 대만에서 열리는 청소년 대표팀 경기까지 체크한 다음 3순위를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 구단 스카우트는 삼성이 투수가 아닌 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덕수고 박준순을 지명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준순은 올해 고교리그에서 타율 0.442(113타수 50안타)를 기록했다.
삼성은 2022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지명 이재현을 포함해서 11명 중에 무려 8명을 야수로 지명했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선택의 효과를 올 시즌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유격수 이재현과 3루수 김영웅이 내야의 주축 선수로 성장하며 삼성 타선에 큰 힘을 보태는 중이다.
일부 삼성 팬들은 삼성이 투수보다는 야수를 잘 키운다며 1라운드 지명을 야수로 선택하길 바라지만 워낙 좋은 투수들이 많아 김태형, 김태현을 거르고 박준순을 지명하기란 어려울 수도 있다. 삼성의 선택에 따라 이후 지명권을 갖는 팀들의 선택에 대혼란의 조짐이 예상된다.
이번 드래프트 지명 순서는 2023시즌 순위의 역순이다. 즉 키움-한화-삼성-롯데-KIA-두산-NC-SSG-KT-LG 순인데 키움이 지난해에 이어 3라운드까지 6차례 지명 기회를 갖는다. 키움이 올 시즌 김휘집을 NC로 보내면서 받은 지명권이 1라운드 7순위와 3라운드 7순위이고, 앞서 이지영을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SSG 랜더스에 보내고 받은 3라운드 8순위 지명권까지 더해 총 3장의 추가 지명권을 확보했다. 키움이 원래 갖고 있는 지명권 3장과 추가 3장을 합하면 3라운드까지 무려 6번이나 지명 기회를 갖는다. 지난해 최하위에 그친 키움은 올해 드래프트에서 매 라운드마다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다.
이에 1라운드 1순위와 7순위, 2라운드 1순위, 3라운드 1순위와 7순위와 8순위 등 지명권으로 TOP 28 유망주 가운데 6명을 쓸어 담게 됐고, 4라운드 1순위까지 합하면 TOP 31 중 7명이 키움 선수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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