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우·정우주로 좁혀진 1·2순위…롯데 “야수 최대어 박준순도 고려 중”
이번 드래프트에서 키움은 김휘집 트레이트를 통해 받은 NC의 1라운드, 3라운드 지명권과 이지영 사인 앤 트레이드 때 나온 3라운드 지명권 등 3라운드까지 총 6명을 지명할 수 있다. LG는 진해수 트레이드로 받은 롯데의 5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한다. 이로써 전 구단이 모든 지명권을 행사할 경우 키움은 14명, LG는 12명, SSG와 롯데는 10명, NC는 9명의 신인선수를 뽑을 수 있고, 나머지 구단들은 11명의 선수를 지명한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는 고교 졸업 예정자 840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86명, 얼리 드래프트 신청자 56명, 해외 아마추어 및 프로 출신 기타 선수 15명 등 총 1197명이 참가한다. 일요신문에서는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각 구단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인드래프트 전략을 미리 살펴보기로 한다.
#키움, 1순위보다 더 중요한 7순위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까지 6명을 지명할 수 있는 키움은 팀에 필요한 좋은 선수를 뽑기 위해 스카우트 팀들이 일찌감치 합숙을 시작했다. 대만에서 열리는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대표팀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 스카우트 관계자를 대만으로 출장을 보냈다고 한다.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키움은 전주고 정우주에서 덕수고 정현우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키움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건 1라운드 1순위가 아닌 NC로부터 지명권을 양도받은 1라운드 7순위다. 키움의 한 관계자는 “5순위인 KIA까지는 투수를 뽑을 것 같은데 6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두산이 투수를 뽑을지, 야수를 뽑을지 잘 모르겠다”면서 “만약 두산이 야수를 뽑지 않는다면 우리는 야수를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야수 중 한 명이 박준순이다. 박준순은 모든 스카우터들이 “1라운드에 지명될 유일한 야수”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콘택트 능력과 중장거리 타구를 만들어내는 파워, 빠른 발과 주루 센스, 그리고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완성형 선수로 평가 받는다. 그래서 한때 3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가 박준순을 유심히 살펴본 것도 사실이다.
키움의 한 관계자는 앞 순위의 팀들이 박준순을 지명한다면 1라운드 7순위에 ‘의외의 인물’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의외의 인물이 포수도 해당되느냐”라고 묻자, 그 관계자는 “포지션은 투수”라고 못 박았다.
키움은 2라운드에서도 1순위 지명 순서를 갖고 있다. 2라운드 지명 관련해서 키움의 한 관계자는 “2라운드 지명 후보를 미리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1라운드에 어떤 선수들이 지명되는 지를 보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가 어떤 선수를 점찍어 두고 있다고 말하면 1라운드에서 다른 팀이 그 선수를 지명할 수도 있어 섣불리 언급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바쁘게 움직이는 한화
한화는 최근 몇 년 동안 신인 드래프트가 열릴 때마다 좋은 순번을 통해 최고 유망주들을 영입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2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데 한화 측에서는 신인 드래프트 관련해서 아직은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던 한화는 황준서와 김택연 가운데 황준서를 지명했고, 2순위 두산은 김택연을 지명한 바 있다. 이번 드래프트가 ‘정-정대전’으로 불릴 만큼 정현우, 정우주가 확고한 1, 2순위로 거론되는 터라 2순위 한화 입장에서는 키움 선택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화는 투수가 많은 팀 전력상 2라운드에서는 좋은 야수가 있다면 야수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단, 1라운드급에 해당될 정도의 실력있는 야수가 한화 순번까지 남아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 한화 측에선 ‘1라운드급 야수’가 누군지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현재 1, 2라운드에 지명될 수 있는 야수 후보로는 박준순(덕수고), 이율예(포수, 강릉고), 여동욱, 함수호(이상 대구상원고), 추세현(경기상고), 한지윤(포수, 경기상고) 염승원(휘문고), 심재훈(유신고), 차승준(마산용마고), 이한림(포수, 전주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의 ‘키’ 쥐고 있는 삼성
삼성을 제외한 모든 구단들이 이번 드래프트의 ‘키’는 삼성이 쥐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우주와 정현우가 1, 2순위를 나눠 갖는다면 이후 삼성이 어떤 선수를 지명하느냐에 따라 다음 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팀들의 전략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드래프트가 일주일 정도 다가오면 1라운드 만큼은 지명 선수들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한 스카우트는 “1라운드서부터 앞 팀의 예상치 못한 지명으로 ‘타임’을 요청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스카우트들 사이에선 다른 건 몰라도 1라운드 지명 예정 선수에 대해선 눈치를 채고 있는 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삼성이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만큼 삼성의 고민이 깊다는 의미다. 삼성이 이토록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는 대구고 배찬승 때문이다.
좌완 파이어볼러인 배찬승은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만전에서 3.2이닝 3피안타 7탈삼진 1볼넷 무실점 쾌투로 인상 깊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1라운드 중상위권 지명이 유력했던 배찬승은 대만전 호투로 3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삼성한테 숙제를 안겨줬다. 원래는 광주일고 좌완 김태현과 덕수고 우완 김태형이 삼성의 3순위 지명 후보로 꼽혔는데 배찬승이 급부상하면서 삼성의 선택지가 더 넓어진 것이다.
JTBC ‘최강야구’를 통해 올해 배찬승과 직접 투타로 만난 경험이 있는 정근우는 삼성의 선택을 두고 “김태현, 김태형, 배찬승 등의 선수들이 엇비슷한 평가를 받는다면 삼성으로선 연고 지역 선수인 배찬승이 조금 더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구단 관계자들도 “삼성은 즉시전력감 불펜 투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좌완 파이어볼러인 배찬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롯데는 즉시전력감인 선발 투수를?
롯데 자이언츠도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다. 박준혁 단장은 올 시즌 열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현장에서 지켜봤다는 후문이다. 4순위의 롯데는 상위 순번에 올 수 있는 유망주들을 체크하면서 앞 순위 팀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인데 취재한 바에 의하면 롯데의 1라운드는 즉시전력감 선발투수를 뽑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구단 측은 “4순위이기 때문에 3순위 삼성의 지명을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야수들 중 최대어로 꼽히는 박준순과 다른 투수들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만 말하겠다”라고 설명했다.
2라운드에서부터는 롯데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키움이 1라운드 7순위와 2라운드 1순위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 봐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번 드래프트의 모든 라운드에서 지역 연고 선수를 드래프트 우선 대상자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KIA의 드래프트 전략이 궁금해
KIA 타이거즈 스카우트 팀은 9월 초부터 합숙하며 신인 드래프트를 준비하고 있다. 회의가 있을 때는 새벽 1시까지 심재학 단장도 참여해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KIA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투수 보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KIA도 변수를 3순위 삼성의 지명 이후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KIA 관계자한테 배찬승 포함 김태현, 김태형이 후보 선수에 있느냐고 물었다.
“정현우, 정우주를 제외한 4명의 선수를 1라운드 후보 선수로 정해놨다. 김태현, 김태형도 4명 안에 포함돼 있다고만 말씀드리겠다. 우리는 그 4명 선수들의 순위를 정해 삼성, 롯데에서 지명하고 남은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있는 선수를 1라운드에 지명하기로 했다. 그래야 혼선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일부에선 KIA가 좌완 투수가 많아 이번 드래프트에서 좌완보다는 우완 투수한테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 KIA 관계자는 “좋은 선수라면 좌완 우완 가리지 않고 뽑을 예정”이라면서 “우리 팀에 왼손 투수가 많다고 해서 좌완한테 관심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KIA는 연고 지역 선수인 광주제일고 김태현한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까. 이점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연고 지역의 선수라고 해서 더 우선시하는 건 아니다. 실력이 더 뛰어난 선수를 뽑을 뿐이지 연고 지역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KIA는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스카우트팀과 전략기획팀이 협의를 통해 만들어 놓은 등급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고교 시절의 성적을 토대로 주말리그 권역별 수준 차이나 신체 조건에 따른 투수의 구속 차이, 홈에서 1루까지 몇 초에 뛰고, 2루까지의 주력이 몇 점인지, 장타율이나 타구 방향 등까지 체크하는 산정표가 있다. 그다음 스카우트들이 3년 동안 선수들을 살피면서 파악한 인성, 훈련 태도, 장래성, 학교폭력 여부 등도 산정표에 포함된다. 이렇게 평가하면서도 조금 애매한 상황이라면 현장의 1, 2군 코칭스태프한테 투수나 야수 영상을 보여주고, 이런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선수가 향후 어떤 발전 가능성을 보일지 여부도 판단한다. 선수를 기용하는 건 감독, 코치들의 몫이기 때문에 현장 의견도 적극 수렴하는 편이다. 1, 2학년 때 부진했던 선수가 3학년 갑자기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피고 있다.”
KIA 관계자는 현재 대만에서 열리는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왜 많은 스카우트들이 파견돼 있는지에 대해 분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들은 주말리그나 지역대회, 전국대회의 기록들뿐이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 생전 처음 보는 선수들, 수준 높은 상대 선수들을 어떻게 상대하는지를 관찰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모두가 백지 상태에서 외국 팀의 뛰어난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들, 외국 팀의 뛰어난 투수를 상대하는 우리 타자들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팀에서 A와 B라는 선수를 두고 비슷한 평가를 할 때 국제대회에서의 퍼포먼스는 선수를 결정하는데 아주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두산은 과연 1라운드에서 야수를 뽑을까
취재 과정에서 몇몇 스카우트들은 두산이 야수 보강을 위해 1라운드에서 깜짝 카드로 야수를 지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을 두산 측에 물으니 “야수 보강에 관심은 있지만 1라운드에 좋은 투수 자원들을 놓고 야수를 지명하기란 어렵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선발 외에 불펜도 충원이 필요한 상태라 1라운드에서부터 야수한테 집중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단 2라운드부터는 투수는 물론 야수 등 좋은 후보군들 중에서 우리한테 맞는 선수를 선택할 예정이다.”
두산 관계자는 ‘좋은 야수’에 포수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2차 드래프트로 온 김기연이 잘해주고 있고, 오는 11월에 제대하는 박성재도 있지만 구단 내부에서는 양의지 이후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자원의 포수가 남아 있다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택연을 지명했던 두산은 미리 김택연의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준비해 시선을 모은 바 있다. 과연 이번에도 미리 이름이 마킹된 1라운드 선수의 유니폼을 준비할 수 있을까. 두산 관계자는 “지금은 스카우트 팀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확실하지 않다면 미리 이름이 들어간 유니폼을 준비하는 게 어렵다. 그러나 드래프트 직전에라도 윤곽이 나타난다면 유니폼이야 금세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 밖에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8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SSG 랜더스는 좌투수와 우타자를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SSG 관계자는 “3순위 삼성에서부터 혼란스러운 상태라 여덟 번째인 SSG로선 다양한 플랜을 세워 놓고 앞 순위의 지명 선수들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8순위인 우리로선 가장 뽑고 싶은 8명의 선수들을 미리 정해 놓은 다음 앞 순위 지명으로 삭제되는 선수들 중 마지막에 남은 선수를 지명하면 된다. 그렇게 하다 보니 1라운드에는 투수가 아닌 야수가 될 수도 있고, 야수 중에서는 포수도 눈여겨보고 있다. 물론 투수도 될 수 있다. 만약 1라운드에서 야수를 지명한다면 2라운드에서부터는 투수 쪽에, 투수를 지명한다면 야수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KBO는 전면 드래프트 제도를 시행하면서 대학 졸업 예정자들 외에 3, 4년제 대학의 2학년 선수들이 프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얼리 드래프트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대학리그 선수들이 외면받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스카우트 관계자는 “대졸 선수 의무 지명까지 고민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스카우트 관계자는 “이번 드래프트에서도 많으면 15명에서 20명 정도의 대학 선수들이 프로 팀 유니폼을 입게 되지 않을까 싶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나타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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