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철수하거나 적자 기록한 업체 여럿…1위 ‘위버스’ 수익화 구축 채비, 합종연횡 전망도
#GS리테일 투자 어메이저 파산
K팝 플랫폼 업체 어메이저는 올 초 법원에서 파산종결 결정을 받았다. 어메이저는 팬의 커버댄스 등 콘텐츠를 공유하고 아티스트는 이 콘텐츠를 직접 평가하면서 팬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이었다.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는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티스트 영입이 쉽지 않은 데다가 아티스트와 수익도 공유해야 해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GS리테일은 현물 출자 형태로 어메이저에 투자해 지분 6.9%를 보유하고 있었다.
팬덤 플랫폼은 플랫폼 안에서 아티스트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고 팬 활동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다. 플랫폼마다 세부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주로 아티스트와 팬 혹은 팬들 간 소통 서비스, 굿즈 판매와 이벤트 예매,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아티스트와 팬이 만날 창구가 사라지자 팬덤 플랫폼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팬덤 플랫폼 업체들은 2017년부터 속속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나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옛 에브리싱) 외에도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이 팬덤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팬덤 플랫폼을 통해 팬들은 아티스트와 다면적으로 소통하고 쉽게 정보를 모을 수 있다. 기존에는 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무료 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팬덤 플랫폼을 활용하면 엔터사 입장에선 분산된 팬들을 관리하기가 쉬워지고 글로벌 팬덤까지 모을 수 있다. K팝 팬덤 시장 규모는 연간 8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해외 팬덤의 조직화 현상과 팬덤 연령층의 확대 추세로 팬덤 규모 및 구매력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팬덤 플랫폼 업체들은 수익성 면에서 빛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 예컨대 팬덤 플랫폼 ‘팬투’를 운영하는 한류홀딩스는 지난해 약 11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2년(85억 원)보다 손실액이 31% 늘었다. 팬투는 아티스트의 자체 제작 콘텐츠(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고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한류홀딩스는 팬투를 기반으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하지만 한류홀딩스는 지난해 사업연도 사업보고서와 올해 1, 2분기 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나스닥 증권거래소로부터 지속해서 “상장 요건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아티스트 프라이빗 메시지 기반 팬덤 플랫폼 ‘프롬’ 운영사 노머스, 아티스트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굿덕’ 운영사 폰드메이커스, 아티스트 라이브 방송과 팬덤 커뮤니티 서비스 앱인 ‘쿠키’ 운영사 라이터스컴퍼니 등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지만 많은 업체들이 유료 구독 서비스를 통해 수익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책임 연구위원은 “최근엔 아티스트 메시지 기능에 더해 콘텐츠, 커뮤니티 기능 등을 한데 모아 ‘무거운’ 플랫폼을 내놓는 추세”라며 “팬덤 플랫폼 이용자를 많이 모아야 해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팬덤 플랫폼 업체 한 관계자는 “초강력 IP(지식재산권)가 있는 회사가 아니고선 플랫폼이 수익 구조를 탄탄히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위버스'도 2023년 80억 영업손실
점유율 1위 팬덤 플랫폼으로 꼽히는 ‘위버스’를 운영하는 하이브 위버스컴퍼니도 수익모델을 제대로 구축한 상황은 아니다. 위버스컴퍼니는 지난해 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이브, JYP엔터, SM엔터 소속 아티스트들이 대부분 입점한 위버스의 월간 활성이용자수(MAU)가 900만~1000만 명에 달한다.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의 프라이빗 채팅 서비스인 ‘위버스 DM’, 팬 커뮤니티 서비스, 자체 콘텐츠와 라이브 방송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위버스컴퍼니는 최근 수익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4분기 위버스는 구독형 서비스를 내놓을 방침이다. 기존에는 위버스 DM 정도만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구독형 서비스는 디지털 멤버십 카드, 보너스 젤리(디지털 재화) 충전, 광고 없는 영상 시청, VOD 오프라인 저장 등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며 “선택적으로 멤버십 독점 콘텐츠 조회, 이벤트 우선 참여 등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팬덤 플랫폼 시장에서 합종연횡이 활발해지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NC소프트가 운영하던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는 SM엔터 계열 디어유에 양도됐다. 디어유는 아티스트와 팬의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 ‘버블’을 운영 중이다. 버블의 MAU는 200만 명 정도지만 매년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강신규 책임 연구위원은 “독특한 장르를 구축하지 않는 이상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확률은 높다”라고 전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IT 스타트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아도 위버스나 버블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팬덤 비즈니스를 영위하기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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