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도 대표이사직 유지 위한 ‘가처분’ 제기…뉴진스·민희진 vs 하이브 내전 다시 발발
여기에 민 전 대표도 대표이사직 임기 보장을 위한 가처분소송을 하이브에 제기하면서 '하이브 대 민희진'의 격돌은 '하이브 대 민희진·뉴진스'로 판이 다시 짜이게 됐다. 뉴진스까지 본격적으로 소송전에 뛰어든다면 하이브는 민희진과 뉴진스 양측의 공격과 '주가'까지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뉴진스 멤버들이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이브 측에 최후통첩을 가한 다음 날 하이브의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새로 선임된 이재상 하이브 신임 대표이사는 뉴진스 멤버들의 민 전 대표 복귀 요청에 대한 질의에 "원칙대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뉴진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에둘러 밝힌 셈인데, 현재 대표이사를 포함해 어도어 경영진 전원이 하이브 측 인사로 채워져 있는 만큼 하이브의 뜻은 곧 어도어의 뜻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는 뉴진스의 요구가 '선을 넘었기에' 수용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티스트가 소속사, 더 나아가 모회사의 경영과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려 드는 것은 국내 연예계 역사를 되짚어 봐도 전례가 없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를 수용할 경우 산하 레이블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하이브로서는 거부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보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어도어 새 경영진조차 몰랐을 정도로 비밀리에 준비됐던 11일의 뉴진스 라이브 방송이 민 전 대표나 그들에게 법률 조언을 해주는 변호사의 지시에 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좀처럼 의심이 풀리지 않는 데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갈등의 골도 다 메워지지 않은 상태다 보니 멤버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렇게 수용할 수 없는 요구사항을 던졌다는 건 결국 뉴진스가 하이브-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송전으로 이어질 경우, 대부분의 연예인과 소속사의 전속계약 분쟁처럼 양 측 간 신뢰관계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기점이 된다. 여기서는 뉴진스 데뷔부터 이번 '하이브-민희진 사태' 이후의 활동까지 하이브의 지속적인 '훼방' 의혹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하이브 측이 뉴진스의 데뷔 연기를 강요하고, 민 전 대표의 홍보 활동을 막으려 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시작된 이 의혹이 곧 현재의 뉴진스와 하이브(어도어 새 경영진 포함) 간의 신뢰관계 파탄의 시발점으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하이브가 민 전 대표와 분쟁을 이어가는 동안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파탄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뉴진스에는 만 18세인 해린과 만 16세인 혜인 등 미성년자 멤버가 두 명이나 포함돼 있는데 이 사태로 인한 멤버들의 정서적인 불안과 스트레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멤버들의 데뷔 전 영상과 개인 정보 등 사적 기록이 언론에 유출되는 등 아티스트에 대한 기본 보호 조치조차 없다는 점이 멤버들의 부모에 의해 꾸준히 지적되기도 했다.
뉴진스에 대한 하이브의 '선제적인' 보호가 없었다는 지적은 지난 4월, 하이브-민희진 사태의 발발 초기부터 찾을 수 있다. 당시 민 전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과 뉴진스에 대한 권리를 찬탈하려 했다는 첫 보도가 나온 뒤 대중들은 이 사태가 앞선 피프티피프티 사태와 유사하다고 보고 뉴진스를 '뉴프티'라고 부르며 조롱한 바 있다. 뉴진스 멤버들이 민 전 대표와 공모한 사실이 없고, 심지어 이 시기는 뉴진스가 민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밝히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에 대한 멸칭이 먼저 붙게 된 것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도 이 같은 멸칭이 쓰였지만 하이브 측이 언론사에 이를 정정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뉴진스 멤버들과는 관계 없는 경영진들 간의 문제이니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어 쏟아진 언론 보도 속에서 민감한 단어 사용을 지적하며 즉각적인 대처에 나섰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상황에선 민 전 대표의 행위가 피프티피프티 사태와 유사하다고 인식돼야 하이브에 유리했던 만큼, 이를 통해 대중들이 보는 시각에서의 '해임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소송으로 간다면 뉴진스 측이 이 지점을 포함해 아티스트 보호 의무 불이행과 이에 따른 신뢰 훼손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민 전 대표는 하이브에 대해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소집 및 어도어 사내이사 재선임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9월 13일 민 전 대표 측은 공식입장을 내고 "민 전 대표에게는 주주간계약에 의해 어도어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서 5년 동안의 임기가 보장된다. 이 사실은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결정으로 이미 명확히 인정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는 이전과 동일한 사유로 일방적으로 민 전 대표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며 "이는 여전히 유효한 주주간계약과 대표이사 임기를 보장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 전 대표가 지난 5월 하이브의 1차 해임을 막기 위해 냈던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재판부는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주주간계약 조항 가운데 '채권자(민희진)가 정관, 법령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는 등 상법상 이사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본 계약이 해지되지 않는 한 채무자(하이브)는 채권자가 어도어 설립일인 2021년 11월 2일부터 5년의 기간 동안 어도어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는 조항이 현 사태에서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가 민 전 대표의 '해임사유'를 증명할 수 없는 한, 그의 해임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그대로 부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민 전 대표의 해임사유를 증명해내지 못했고, 결정이 나온 뒤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민 전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 관련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거나 추가로 확인한 자료 등을 공개한 사실이 없다. 이처럼 해임에 이를 만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1차 가처분 때나 지금이나 동일한데도 하이브가 법원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 주주간계약 해지와 이사회 개최까지 강행해 해임했다는 게 민 전 대표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와 어도어는 13일 오후 현재까지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어도어 측은 최근 이들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이 보도된 것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은 이사회에 주어진 고유권한에 따른 것"이라며 "특정 법조인의 발언 만으로 분쟁의 한쪽 당사자를 비판하면서 당사에 취재 문의나 반론권 보장을 하지 않은 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해당 글에서 이 변호사는 어도어가 아닌 '하이브'를 겨냥해 "분쟁 상태임을 이유로 법을 따르지 않고 자기들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으로 주로 분양형 상가나 재개발 조합에서 하는 양아치같은 수법"이라며 "주총에서 해임한 것이 주주간계약 위반이라고 판결이 나니까 이번에는 (어도어) 이사회에서 해임을 시켰다. 이사회의 뜻은 하이브의 뜻이 아닌가? 그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물량공세를 벌이면 보통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진다. 나는 그건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지켜보면 응원할 마음이 생기는 거지"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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