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여 전 우리나라에 와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일본 만화의 한 장면이다. 와인과 함께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늘었다. 소믈리에란 와인을 관리하고 추천하는 직업이나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미각을 극도로 훈련시켜 일반인이 느낄 수 없는 섬세한 맛까지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관련 학과와 자격증도 있다.
그런데 최근 ‘워터소믈리에’가 생겼다고 해 화제가 됐다. 와인을 감별하듯 물맛을 감별한다는 것. 관련 보도를 보면 최근 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면서 유명 백화점이나 서울 강남 일대에 ‘워터바’나 ‘워터카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곳에서 워터소믈리에는 물맛을 감별하고 고객의 건강, 취향 등에 맞춰 추천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국내 생수시장이 커져가는 만큼 떠오르는 직업으로 비칠 만하다.
그러나 실상은 사뭇 달랐다. 워터카페를 운영하다 지금은 판매만 하고 있다는 한 업체 팀장은 “워터소믈리에가 직업적으로 정착이 돼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판매하다 보니 ‘좀 아는 수준’이지 전문적이진 못한다는 것. 그는 “소믈리에까지는 안 가고 상품을 소개해주는 어드바이저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언론에 워터소믈리에라고 소개된 프리미엄 생수 전문 업체 대표를 취재하기 위해 통화한 직원도 “대표가 소믈리에는 아니다”라며 “물에 관심이 많은 마니아 정도”라고 귀띔했다.
케이워터(K-water,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지난해부터 워터소믈리에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을 없애려는 취지와 함께 물 전문가를 제대로 양성하려는 것. 지난 9월에는 첫 자격검정시험도 치렀다. 워터소믈리에에 공인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라고 한다. 담당 윤미애 과장은 “기존 워터소믈리에는 자체적으로 용어만 쓴 거지 전문적 교육을 받거나 자격증을 딴 건 아니다”라며 “우리는 소믈리에를 양성하려는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망은 어떨까. 윤 과장은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일본에 ‘아쿠아소믈리에’가 있고 유럽 쪽에도 이런 교육과정이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와인처럼 자격증이 있거나 활발하진 않다”며 “대부분은 물에 대해 알려진 정보를 알려주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애초에 바리스타나 와인소믈리에인 사람이 자기 영역을 넓히기 위해 (교육과 시험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 우리 자격증만으로 취직이 되진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워터소믈리에라는 이 이색 직업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듯하다.
고혁주 인턴기자 poet0414@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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