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취소 청탁’ 폭로 후 처음 열려, 나경원 이철규 황교안 장제원 등 출석…편집영상 증거능력 두고 공방
9월 2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정도성)에선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관련 황교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당직자 27명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나경원 의원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취소 청탁’을 폭로한 이후 처음 열린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 때 나경원 당시 당대표 후보와 토론을 벌이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나경원 후보가 내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 나는 그럴 수 없다 말했다”고 발언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공판엔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이철규 이만희 김정재 의원, 이장우 대전시장, 황교안 전 대표, 장제원 박성중 김선동 곽상도 민경욱 강효상 전 의원 등 피고인 27명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출석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진우 의원도 이날 공판을 참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에서도 이 재판에 관심을 갖고 챙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공소취소 청탁 폭로로 들끓은 당 관계자들의 심기를 달래려는 한동훈 대표 의중으로 해석된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김태흠 충남지사, 윤한홍 송언석 의원 등 10명은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월부터 5월, 6월, 7월까지 4차례 공판에서 재판부와 검찰, 피고인 측은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당시 국회 내 CCTV 영상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오전 공판에서는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검찰이 한 인터넷 언론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던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실시간 중계 편집 영상을 증거로 올리자, 증거채택 전 해당 언론사 담당자를 증인으로 불렀다.
피고 변호인 측에서는 인터넷 언론이 친야 정치적 성향으로 촬영과 편집에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된 딥페이크를 거론하며 조작 우려도 내비쳤다. 이에 재판부가 “언론사와 검찰이 딥페이크를 이용해 당시 현장 영상을 조작했다는 의미냐”라고 묻자, 변호인은 “그런 취지는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서는 답변을 했다.
변호인은 수사를 담당한 경찰이 임의제출이나 압수수색을 통해 영상을 확보한 게 아니라 유튜브에서 영상을 다운 받아 증거로 제출했다며, 영장주의의 절차적 위반이 있어 증거능력이 없다 주장했다.
피고인석에 있던 나경원 의원도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나 의원은 “첫 번째 검찰의 기소가 매우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의견에서 ‘국회 사무총장의 의견이 있었고, 민주당이 요구한 것이었다’는 말이 나온다”며 “두 번째 영상의 편집 부분에 있어서 풀영상으로 편집이 됐다 하더라도 자의적으로 연출된 부분이 있다. 예컨대 피고인의 어떤 행위가 영상으로 검증된다 하더라도, 그 앞뒤에 어떤 정황이 있었느냐 이런 부분에 있어서 영상 자체가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자의적으로 연출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판은 오전에 이어 오후까지 이어졌다. 다만 이철규 의원과 장제원 강효상 전 의원은 각각 국회 일정과 부산 특강, 건강검진 진료 등을 이유로 변론분리를 신청, 오후 공판에는 자리하지 않았다.
오후 공판에서 재판부는 인터넷 언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중계 편집 영상에 대해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증거로 채택했다. 그러면서 이날 검찰 변호인 측과 함께 중계 영상을 보면서 공소사실을 확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에서는 여전히 영상 증거 취득의 적법성, 영상 진위여부 등에 문제제기하며,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을 공판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길 요청했다.
결국 오후 공판은 재판부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47분 만에 끝이 났다. 다음 기일에서 담당경찰의 증인신문 이후 유튜브 영상을 확인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변호인을 향해 “종전 4번에 걸친 공판을 진행하면서 많은 양의 동영상을 봤다.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있을 때 기소된 부분에 대해 ‘화면에 내가 안 보인다’ ‘내가 미는 장면이 확인 안 된다’ 등 다시 검토하고 조서에 남겨 놓는 게 나중에 결심 공판했을 때 피고인들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며 “동영상 증거능력을 두고 이렇게 (공판 일정을) 차일피일하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은 2020년 9월 21일 첫 공판을 연 이후 지난 4년 동안 30여 차례 공판을 진행했다. 1~2달에 한 번꼴로 기일이 열린 셈이다. 이번 공판도 지난 7월 15일 이후 2개월 만에 속행된 것이다. 다음 공판은 두 달 후인 오는 11월 11일 진행될 예정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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