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조사중인 거래소, 금감원 국감 전까지 결과 내놓을 가능성…이종호 “삼부토건·휴림로봇 모른다” 일축
아울러 이종호 전 대표와 삼부토건의 연결고리에도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일각에선 '휴림로봇'이 핵심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가 평소 휴림로봇에 깊이 관여한 듯한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는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 9월 12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4억 원을 선고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표와 김 여사가 2020년 9월부터 한 달 동안 40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채 해병 순직 사건에서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한 지인에게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기에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다. 여기서 이 전 대표는 "VIP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뜻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감감무소식, '이상거래' 발견 탓?
한국거래소의 삼부토건 주식 이상거래 조사가 3개월째 접어들며 언제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번 조사는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테마주'로 거론된 2023년 5∼7월 무렵 속칭 '작전세력'이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이 기간 삼부토건 주가는 주당 1000원대에서 5000원대까지 약 5배 급등했다.
채 해병 순직 여파로 시작된 조사다.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발원지인 '멋쟁해병' 단체 채팅방에서 2023년 5월 14일 이종호 전 대표가 대통령 경호처 출신 송호종 씨에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고 말한 게 도화선이다. 그 후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했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거래소는 10월엔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는 시장혼란을 고려해 특정 종목의 주가조작 조사 여부는 숨기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삼부토건 조사에 착수할 당시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통상 3개월 걸린다"고 설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조사 여부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일반적 프로토콜(의례)대로면, 저희 조사는 금감원에 이첩할 자료를 완성하는 정도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또 "금감원이 주가조작이라고 판단하면 사안을 검찰에 넘긴다"며 "결국 주가조작이 있었는지 최종 결론은 사법부 몫"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에 비해 국회에선 오는 10월 17일 금감원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으므로, 한국거래소가 그 전엔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 뚜렷하다. 야권 한 관계자는 "정·관계 일각에서 한국거래소에 문제 없음 결론을 압박했다는 뜬소문마저 나돈다"며 "조사 결과가 너무 늦으면 여러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어 정부한테도 좋을 게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초 금감원에선 특정세력의 선행매매 등이 확인되면 1개월에서 길어봐야 2개월, 그보다 심한 이상거래 흔적이 발견되면 '최대 3개월' 소요된다고 설명했다"며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결과가 통지된 게 없으니, 그 말대로라면 이상거래가 발견된 셈인데 곧 금감원 국감에서 주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개월 치솟고, 3개월 내리막
주가조작 조사 핵심은 특정 계좌들끼리 주식을 주고받는 통정매매 혹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싼값 매입,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기 위해 매수·매도 행위를 반복했는지 등을 밝히는 과정이다. 당연히 이상거래 의심 기간 동안 매수·매도인들의 계좌도 들여다봐야 한다.
삼부토건의 2023년 5∼7월 주가를 바라보는 전문가들 시각은 조금씩 엇갈린다. 단기간 급등해 순식간에 급락한 전반적 흐름이 전형적 주가조작 흔적이란 분석이 많다. 이에 반해 삼부토건 호재를 다룬 언론보도가 나온 이후부터 주가가 오른 점에 비춰 반짝 '테마주 버블'로 볼 수 있다는 시선 역시 존재한다.
우선 이 전 대표가 "삼부 체크"를 언급하고 하루 지난 2023년 5월 15일 삼부토건 주식은 주당 1013원이었다. 그러다 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우크라이나 영부인 젤렌스키 여사를 접견했다. 뒤이어 5월 17일엔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에 서명했다.
삼부토건 주가는 금요일이었던 5월 19일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9.62% 오른 1151원이었다. 이어 1거래일 지난 5월 22일엔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을 위한 고위급 면담에 참석했다. 이날 삼부토건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해 1496원으로 장을 마쳤다.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이슈는 계속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7월 14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추진하는 기업들과 만나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사흘 지난 7월 17일 삼부토건 주가는 장중 5500원까지 치솟았다.
그 뒤로는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려나갔다. 7월 26일 종가가 3000원대로 주저앉았고, 2개월여 지난 10월 5일 장중 2000원대까지 내려갔다. 올 1월 1000원대까지 폭락한 삼부토건 주가는 10월 2일 기준 500원대를 기록하며 '동전주'로 전락했다. 그 사이 8월엔 경영불안 등으로 1거래일 거래정지도 당한 바 있다.
#급등락 '개인 주도' 이례적 눈길
일요신문이 이 기간 삼부토건 투자거래원 등 매매동향을 더 자세히 살펴보니, 이 전 대표의 '삼부 체크' 메시지 다음날인 5월 15일 이 회사 종가(1013원)는 전 거래일보단 낮아진 상태였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순매도를 기록한 탓이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세를 보여 낙폭을 줄였다.
상승 기점으로 꼽히는 5월 19일도 비슷한 추세였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도, 기관은 전 거래일 대비 보합 수준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 주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에 따라 종가는 전일보다 101원 오른 1151원을 기록했다. 거래량은 무려 4073만주에 달했다.
7월 17일 최고점에 달하기까지 상승을 이끈 쪽도 개인들이었다. 이날까지 10거래일 동안 개인이 621만 주 순매수, 외국인은 495만 주 순매도했다. 반면 그 후 3770원으로 하락한 7월 31일까지 10거래일 동안은 외국인이 609만 주 순매수했고 개인과 투자신탁사 등은 순매도로 함께 움직이며 손실을 피했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이 외국인을 이긴 드문 사례다.
투자 거래원별로 보면, 5월 15일('삼부 체크' 문자 하루 뒤)부터 19일(상승 기점)까지는 키움증권 계좌에서 85만 696주 순매수, 신한투자증권 3만 3649주씩 사들여 가장 매수세가 강했다. 이 밖에 NH투자증권은 19만 3741주 순매도, 한국투자증권 13만 4354주 순매도, 미래에셋증권 51만 1908주 순매도, 삼성증권 52만 6020주 순매도였다.
7월 17일 최고점까지 10거래일 동안은 키움증권 133만 168주 순매수, NH투자증권 94만 3166주 순매수, 삼성증권 26만 8671주 순매수, 한국투자증권 17만 3329주 순매수였다. 그 외 신한투자증권은 161만 5503주 순매도, 미래에셋증권 66만 7920주 순매도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삼부토건이 정확히 어떤 이유로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분류됐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떻든 관련 보도 이후 주가가 폭등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외국인이나 기관이 아닌 개인 투자자들이 시세를 이끈 부분은 꽤 이례적이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호 "이큐셀 인수 중이야" 의미는?
이와 별도로 국회 안팎에선 이종호 전 대표와 삼부토건의 연결고리를 놓고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채 해병 순직 사건 이후 논란이 된 '멋쟁해병' 단체 채팅방 참가자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평소 삼부토건 관련 얘기를 자주 했으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결혼을 우리가 시켜줬다" 등의 말도 했다.
이전까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결혼은 조남욱 회장 등이 이끌던 옛 삼부토건 관계자들이 이어줬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조남욱 회장의 옛 삼부토건은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개발 등 무리한 사업을 이어가다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2017년 휴림로봇에 인수된 삼부토건은 완전히 다른 회사로 탈바꿈했다.
이 전 대표가 '휴림로봇'과 연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이 전 대표와 그의 지인이 대화를 나눈 녹취록도 한 가지 정황이다. 지난여름 대화에서 이 전 대표는 "요즘 이큐셀 인수 문제로 정신없이 바쁘다"고 언급했다. 이 시기 이큐셀 인수를 시도한 곳이 휴림로봇이다. 결과적으로 인수는 실패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요즘도 용산과 소통하냐'는 지인 질문에 "어어"라고도 답했다. '용산'은 대통령실을 뜻하는 표현으로 추정된다. 이때도 채 해병 사건 여파가 한창이던 시점이었다. 이 전 대표는 이를 염두에 둔 듯 "(용산이) 잘하는데 국민들이 뭐, 그렇게 하겠나"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10월 1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저는 삼부토건은 물론 휴림로봇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수사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 계좌 내역도 전부 제출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 및 김 여사 등과의 관계' 등엔 "허풍이었다"고 여러 매체에 밝힌 바 있다.
국회는 조만간 이 전 대표가 연루된 채 해병 순직 사건 및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을 다시 논의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9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처리했다. 하지만 정부가 같은 달 30일 재의요구안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특검 법안이 기존 여러 위헌 요소들을 답습했다"고 주장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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