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부터 진검승부 안철수 후보가 23일 후보직 사퇴를 선언함에 따라 대선 구도가 양자 대결로 재편됐다. 사진은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지난 11월 14일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나란히 참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이번 대선은 일찍부터 보수-진보 진영이 결집되면서 유달리 부동층이 적은 대선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여론조사 역시 무응답층과 유동층이 적어 각 캠프에서도 지지층 빼앗기보다 일단 지키는 쪽으로 전략을 세우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선거운동 과정에서 누가 더 잡음을 적게 내느냐가 관건이라는 ‘당연한’ 분석마저 나온다. 새누리당 대선캠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두 후보가 ‘마이 웨이’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우리 전략은 보수진영을 지키는 동시에 안 후보가 가지고 있던 중도층을 흡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복수의 여론조사전문가들은 “대선의 승패는 사실상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3일 안에 결정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12월을 넘기기 전 어느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인지 이미 마음을 정한다는 이야기다. 한국갤럽 정지연 이사는 “역대 대선의 여론조사를 보면 12월 TV토론 이후 민심 변화가 그다지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정 이사는 “지난 21일 야권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의 경우에도 문재인 후보가 잘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오히려 줄어드는 조사들도 나오고 있어 시중의 분석이 꼭 정답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안철수 후보가 23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브리핑룸에서 대선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는 정몽준 후보와 극적인 단일화를 이룬 노무현 후보가 11월 24일 단일화가 마무리되고 이틀 뒤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43.5%를 기록하면서 이회창 후보(37.0%)를 처음으로 이겼고 이를 끝까지 지켜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독주 속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가 이인제, 문국현 후보와의 범여권 단일화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지지율을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역대 세 번의 대선에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엔 역전극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셈이다.
앞서의 한국갤럽 정 이사는 “물론 이번 대선 역시 지지율이 그대로 이어지라는 것은 예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박 후보의 경우 지난 석 달간 지지율이 고착되다시피 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야권 단일화 이슈에 묻히면서 지지율 상승을 기대할 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승패는 안 후보 사퇴 이후 야권 지지자들의 지지율 결집 여부에 달려있지 않겠느냐”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야권의 전망을 어둡게 보는 분석을 내놓은 이들도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전격 사퇴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의 민심 이반이 예상보다 크게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떠올려 보면 단일화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5~6% 정도 일순간 상승했다. 이는 정몽준 후보의 지지자들이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번 대선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5% 이탈은 치명적인 수치다”라고 밝혔다.
지지율 5%는 전체 유권자 수 가운데 202만여 명에 해당하는 수치로, 지난 17대 대선 투표율을 적용하면 127만여 표에 해당한다. 11월 넷째 주에 발표된 4개 여론조사기관 다자대결 지지율을 살펴보면 박 후보의 지지율 평균이 약 42%, 문-안 두 후보의 지지율 평균 합산이 약 46% 수준이다. 안 후보의 지지자들이 박 후보 쪽으로 4% 정도 이탈하면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박빙의 상황이 되고 그 이상이면 박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지금 나오고 있는 여론조사보다 5% 이상은 숨은 표가 더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단일화로 인한 추가 이탈까지 이어진다면 야권으로서는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한 관계자 역시 “박근혜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안 후보가 높게 나오는 이유는 그가 중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안 후보의 본선경쟁력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됐지만 달리 말하면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높지 않아 쉽게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도 된다”라며 “문재인 후보는 상당히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안 후보가 품고 있는 중도 세력을 얼마나 잘 포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선에서 지지층 대거 이동이 선거운동 초반에만 반짝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여야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중도층의 표를 묶어두고 있었던 안 후보가 별다른 기약 없이 물러나면서 박 후보로의 표심 이탈이나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야권 지지자들 대다수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가운데 누구로 단일화하든 지지할 의사가 있었다. 문 후보가 밉더라도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지면 이탈자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라면서도 “다만 민주당이 안 후보가 가지고 있는 중도층 표심을 잃을 여지는 언제든지 남아있기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에 안 후보의 지원유세 여부가 중요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여권에서도 11월 마지막 주 발표될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얼마나 상승하느냐에 따라 초반 승패를 가늠해 볼 전망이다. 이미 당내에서는 야권 이탈자들의 표를 줍기 위한 ‘마이크로 타게팅’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를 위해 참여정부 때의 실정에 관한 비판 강도를 높이고 단일화 TV토론 이후 대두된 문 후보의 대북관을 가장 큰 취약점으로 보고 이를 박 후보와 대비시킨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 대선캠프를 돕고 있는 한 인사는 “안철수 후보가 본선에서 조직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면 문 후보는 표 확장성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라며 “여론조사 못지않게 대선레이스도 디테일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두 후보가 내놓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공약이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네거티브 공세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실제 지난 10월 둘째 주 ▲리서치앤리서치 ▲리서치뷰 ▲리얼미터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지지율의 평균치를 보면 다자대결에서 박근혜 후보 39%, 문재인 후보 23%, 안철수 후보 27%를 기록했다. 여권지지자들을 제외한 야권 단일후보 대결은 문재인 44%, 안철수 47%로 두 부문 모두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기관에서 최근(11월 넷째 주) 발표한 다자대결 지지율 평균은 박근혜 42%, 문재인 26%, 안철수 22%로 두 후보의 순위가 뒤바꿨다. 야권 단일후보 지지율 역시 문재인 47%, 안철수 41%로 문 후보가 높게 나타난다.
문재인 시민캠프 측 관계자는 “이미 11월에 접어들면서 모든 여론조사기관의 추세가 문재인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안 후보 측에서 가상대결 방식을 고집하다 돌연 사퇴하게 된 것도 이런 여론 흐름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수]
‘철수 쇼크’ 여론 향방 어디로…
오차범위 내 ‘대접전’
11월 23일 밤 8시 20분,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전격 사퇴 기자회견 이후 박근혜-문재인 후보 양자대결의 여론조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퇴 다음날 11월 24일 MBC-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41.2%를 얻어 39.2%를 얻은 박근혜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그러나 SBS-TNS에서 같은 날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 43.4%, 문 후보 37.6%로 오차범위 안이긴 하지만 박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돋보였다. 23일~24일 양일간 조사한 JTBC-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박 후보 46.2%, 문 후보 48.1%로 다시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일단 문 후보의 ‘단일화 효과’에 따른 지지율 상승을 예상해볼 수 있지만, 예기치 않았던 안 후보의 전격사퇴로 그의 지지자들과 부동층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안철수 후보 사퇴에 낙심한 지지자들이 여론조사 응답을 거부하고 있어 정확한 여론이 반영되기까지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날 조사했더라도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별도로 언급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안 후보 지지자들의 25% 정도가 박근혜 후보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는데, 안 후보의 지지율이 사퇴 직전까지 20%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정확히 5% 규모다.
현재 여야 캠프에서는 안 후보 지지자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11월 24일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낸 데 이어, 다음날 박 후보가 비례대표직 사퇴를 발표하면서 보수 진영을 재결집하고 보수중도층을 끌어들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선대위원장급 총사퇴를 통해 안 후보 지지자의 마음을 달래고 두 캠프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며 표 단속에 나섰다.
앞서의 이택수 대표는 “2002년 대선과 달리 이번 야권 단일화는 안 후보가 포기를 선언한 미완의 형태이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로의 이탈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로서는 새로운 지지층 유입이나 부동층의 마음을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