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섬바디’ ‘어 바 송’ 등 대진운 좋지 않아…함께한 브루노 마스의 곡도 넘어야
K-팝이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는 현재.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와 미국 유명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호흡을 맞춰 지난 10월 18일 공개한 노래 ‘아파트(APT.)’가 10월 29일 공개된 11월 2일자 ‘빌보드 핫 100’에 8위에 진입했다. 빌보드 핫 100에서도 톱10에 바로 진입하는, 놀랄 만한 성적이다. 따로 시상식이 생방송되는 쇼 프로그램은 아니기에 굳이 로제가 카메라 앞에서 울 일은 없지만, 감격스러운 일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로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1월 2일자 빌보드 핫 100의 톱10 순위표를 올리며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이건 미쳤어”라며 “넘버원(로제 팬덤), 블링크(블랙핑크 팬덤), 모든 이들께 감사하다. 이건 당신을 위한 거야. 이건 내 꿈이 이뤄진 거야”라는 글을 남겼다.
이로써 로제의 ‘아파트’는 K-팝 여가수 가운데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곡이 됐다. 이전 기록은 13위로 역시 로제의 기록이다. 로제 솔로곡은 아니고 자신이 속한 걸그룹 블랙핑크가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부른 ‘아이스크림’이 13위에 오른 바 있다. 게다가 빌보드 핫 100 톱10에 진입한 최초의 한국 여성 아티스트이기도 하며, 전체 한국 가수 가운데는 다섯 번째 진입이다. 싸이가 가장 먼저 이 고지에 올랐으며, 방탄소년단(BTS)은 수차례 진입에 그치지 않고 1위 자리에도 올랐다.
BTS 멤버 지민과 정국은 그룹으로도 물론이고 솔로로도 톱10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BTS는 2020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2021년 ‘버터’(Butter),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등 6곡을 빌보드 핫 100 1위 자리에 올렸다. BTS 멤버 지민은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로, 정국은 ‘세븐’(Seven)으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최초로 이 고지에 오른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7주 연속 2위를 차지했지만 1위까지 가진 못했다.
8위로 차트에 진입하며 K-팝 기록의 계보를 이은 로제의 ‘아파트’는 과연 몇 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1위 등극이 가능할까. ‘아파트’는 대진운이 그리 좋진 않다. 빌보드 핫 100 진입과 동시에 1위를 차지한 모건 월렌(Morgan Wallen)의 ‘러브 섬바디’(Love Somebody)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탓이다.
모건 월렌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가수 중 한 명으로 빌보드를 비롯한 각종 북미 지역 차트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다. 모건 월렌의 신곡이 바로 빌보드 핫 100에 1위로 진입하는 게 북미 지역에선 그리 화제가 되지 못할 정도다. 월렌은 최근 신곡 홍보 활동에도 상당히 열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제의 빌보드 핫 100 진입이 하필 모건 월렌과 동시에 이뤄진 건 상당한 불운인데, 톱10 안에는 다른 쟁쟁한 경쟁자들도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곡은 전주 1위에서 2위로 밀린 샤부지(Shaboozey)의 ‘어 바 송(팁시)’(A Bar Song(Tipsy))이다. 이 곡은 전주까지 14주 연속 1위였다. 36위로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해 12주 만에 1위에 올랐다가 2위로 떨어졌고, 그 다음 주 다시 1위에 올라 14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통산 15주 1위다. 이번에 2위로 밀려났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러브 섬바디’를 밀어내고 다시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빌보드 차트를 기반으로 보면 현재까지 2024년에 가장 크게 히트한 곡이 바로 ‘어 바 송(팁시)’이다.
로제의 ‘아파트’가 빌보드 핫 100 1위까지 올라가려면 모건 월렌은 물론이고 샤부지라는 산까지 넘어야만 한다. 11월 2일 자 빌보드 핫 100을 보면 ‘러브 섬바디’는 모건 월렌의 북미 지역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음원 판매와 스트리밍 순위에서 1위에 올랐고, ‘어 바 송(팁시)’은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라디오 방송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빌보드 차트는 ‘라디오 방송’과 ‘음원 판매’, 그리고 유튜브 조회 수를 포함한 ‘스트리밍’ 등 세 가지 영역의 순위를 합산해서 전체 순위를 책정한다.
물론 로제는 혼자가 아니다. ‘아파트’는 북미 지역에서 큰 사랑을 받는 가수 브루노 마스와 함께한 곡이다. 그런데 브루노 마스는 레이디 가가와 함께한 ‘다이 위드 어 스마일’(Die With A Smile)로도 빌보드 핫 100의 톱10에 올라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3위로 차트에 진입한 이 곡은 벌써 10주째 빌보드 핫 100의 톱 10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함께한 곡으로 브루노 마스의 곡을 넘어야 한다.
이들이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모건 월렌이 북미 지역 차트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고 있지만, 이미 정국이 ‘세븐’으로 1위곡이던 모건 월렌의 ‘라스트 나이트’(Last Night)를 밀어내고 빌보드 핫 100 1위 자리에 오른 역사가 있다. 로제의 ‘아파트(APT.)’ 덕에 한동안 매주 주초에 발표되는 빌보드 핫 100 순위에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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