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는 (주)EG, EG메탈, EG테크, EG포텍, EG에이치티 등으로 이뤄진 그룹 형태를 띠고 있다. 지난 1987년 5월 15일 삼화기업과 거양상사가 각각 2억 원씩 출자해 자본금 4억 원으로 설립한 삼양산업주식회사가 그 모태다. 코스닥 상장 직전인 1999년 9월 지금의 EG로 회사명을 바꿨다.
설립 초기 EG는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와 당시 박태준 회장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가공하면 모니터 부품 등의 필수 재료인 산화철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 이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갖춘 기업은 없었다. 포스코가 삼양산업을 설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화철 사업은 초창기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던 분야였으나 사업성이 부각되자 몇몇 기업이 진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높아 아무나 진출할 수는 없었다. 특히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유일한 철강회사나 다름없었던 포스코의 도움이 없다면 진출한다 해도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삼양산업은 포스코의 절대적인 지원으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산화철, 복합재료, 금속 등 전자소재를 생산하는 EG는 해마다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도 벌써 3분기까지 매출액이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액인 4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EG의 모태인 삼양산업을 설립하는 데 포스코 계열사인 거양상사가 절반을 참여했다는 것만 봐도 포스코가 얼마나 지원을 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포스코의 해외 수출 업무를 담당했던 작은 계열사 거양상사는 이후 포스트레이드로 사명이 변경됐으며 현재는 포스코PNS에 업무가 이관된 채 없어졌다.
▲ 박태준 |
생전에 박 명예회장은 박지만 회장을 무척 안쓰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박 명예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박 전 대통령이 5·16 군사쿠데타를 실행하기 전, 특별히 “살아남아 가족을 돌볼 사람은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박 명예회장의 참여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일화만 봐도 둘의 사이가 얼마나 각별했는지 알 수 있다. 또 포항제철 설립 등 박 전 대통령의 박 명예회장에 대한 신뢰는 대단했다.
1990년 1월 22일 삼양산업 대표에 오른 박지만 회장은 1991년 유상증자에 참여해 삼양산업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기업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박 회장의 유증 참여에 돈을 대준 사람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박지만 회장은 기업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후에도 수차례 마약 복용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현재 박지만 회장은 EG의 사내이사로 올라 있으며 대표이사는 이광형·문경환 두 사람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박 회장은 코스닥 상장 이후 EG의 주가 급등락을 틈타 수차례 보유 주식을 매도해 수백억 원의 현금을 챙겼다. 현재 박 회장의 자산은 주식평가액, 매도 차익, 배당 등을 합해 1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현실에 정착하지 못하던 31세 박지만은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도움으로 삼양산업에 취직, 1600억 원대 자산가가 된 셈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