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이후 정국 안정 기미 안 보이는데…말라붙는 유동성에 금융당국도 ‘비상’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한 후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조성됐다. 그런데 지난 7일 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퇴장으로 탄핵 투표가 무산됐다. 국내 정치상황을 주목하고 있던 영국 BBC, 미국 CNN 등 주요 외신들도 즉시 보도했다.
8일 오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공동 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를 위임받은 한 대표와 한 총리가 긴밀히 협력해 국정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8일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당장, 헌법에 없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매주 토요일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지만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채택하면서 정국의 향방이 ‘안갯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 회장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장 등과 함께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가 이어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이 발동하자 그날 오후 1402원대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이 단 두 시간 만에 1442원까지 급등했다.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변동성이 단숨에 집중된 셈이다.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화보유액도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기준 외화보유액은 4153억 달러로, 10월의 4157억 달러에서 소폭 감소했으나 곧 4000억 달러 이하로 내려앉으리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상계엄 후폭풍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시장에서 매입 중인 환매조건부채권(RP·금융기관이 일정 기간이 지나 되사는 채권) 규모는 하루 10조 8000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2주간 RP매입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해 향후 151조 3400억 원의 규모가 RP매매에 소요될 전망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이 약 657조임을 감안하면 심상치 않은 액수지만, 한은이 상황에 따라 기간을 연장하기로 밝힌 만큼 최종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4~6일까지 외국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 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6일 기준 거래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49조 8987억 원으로 8월 이후 10조원 넘게 줄며 유동성이 말라붙고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해외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국내에서는 정치 상황을 계속 봐왔기 때문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라도 하는데 해외에서는 정말 쇼크가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5일에는 증권사 최고경영자들에게 종합 비상계획을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고, 6일에는 보험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들과 회동했다. 오는 9일에는 은행 여신·자금담당 부행장, 10일에는 저축은행 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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