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는 교통카드 사업의 의혹들을 털기 위해 2기 사업에서는 LG CNS가 차지하고 있는 독점적 지위를 공정하게 나누겠다는 방침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서울시가 거리병산제와 환승할인제도를 골자로 하는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한 건 2004년. 이를 위해 서울시는 2003년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 사업자를 공모했다. 삼성 SDS와 LG CNS가 경쟁한 입찰에서 LG CNS가 최종 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그때부터 특혜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LG그룹 3세인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옛 LG벤처투자) 대표가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사위였기 때문에 LG CNS가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당시 서울시는 삼성 SDS와 LG CNS의 사업계획서 평가 결과 점수까지 공개하며 LG와의 관련설을 적극 부인했다.
박원순 시장으로 ‘정권 교체’가 된 서울시는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2기 교통카드 사업에서 칼을 빼들었다. 서울시의 의도는 한국스마트카드와 LG CNS의 관계를 끊고, LG CNS가 차지하고 있는 독점적 지위를 공정하게 나누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9월 3일 한국스마트카드 사장후보자를 복수 추천하는 방법, LG CNS가 맡고 있는 사업의 경쟁 입찰 계획 등을 밝혔다. 서울시는 이어 12월까지 2기 교통카드 사업 발주를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2기 교통카드 사업에서 경쟁 입찰이 되는 부분은 LG CNS가 맡고 있던 ‘교통카드 단말기 납품 및 유지보수 사업’이다. 경쟁 입찰에서 거론되는 후보는 대표적인 IT기업인 삼성 SDS, SK C&C, 롯데정보통신. 이 3강 외에 KT, 포스코ICT도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으로 보자면 삼성 SDS가 유력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문제는 거론되는 후보들 중 손을 들고 나서는 기업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통카드 시장이 5조 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음에도 독점 의혹으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보니 섣불리 끼어들기에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 CNS가 쌓아 놓은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도 문제지만, 그동안 커진 사업에 기업들이 숟가락을 얹기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며 “아직까지 관심을 내보인 기업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 1기 시스템 구축 사업자 LG CNS 전경. |
기업들이 아직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서울시의 ‘머뭇거림’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삼성 SDS, SK C&C 등은 “아직 경쟁 입찰 계획서가 나오지 않아 검토를 하지 않은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발주가 12월로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서울시에서 제대로 된 입찰공고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는 한국스마트카드의 ‘지위 문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한국스마트카드를 현재의 주식회사 형태가 아닌 공기업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해왔다.
공공교통네트워크 나상윤 정책위원은 “사실상 민간 회사인 한국스마트카드를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거나 현재 35%인 서울시의 지분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경쟁 입찰도 앞으로 8년이 아닌 2년 정도로 단기 계약을 맺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스마트카드의 지위가 정해져야 사업시행계획서가 잡히고 입찰 공고도 낼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한국스마트카드를 공기업으로 전환할지, 현재의 지분 상태를 유지할지 서울시에서도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정환 인턴기자
분실해도 ‘안심’
2기 사업에서 달라지는 교통카드 시스템 중 눈에 띄는 것은 교통카드 분실·도난 안심서비스 시행이다. ‘티머니 홈페이지’에 이름 계좌 등 개인정보를 등록하면 이를 DB화해 교통카드를 분실했을 경우 카드 사용을 정지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또 이전에는 훼손된 교통카드만 환불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분실된 교통카드도 환불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오는 12월에 분실·도난 안심카드를 도입하고 2014년부터 전 교통카드로 확대할 예정이다.
모바일 교통카드 기능도 개선된다. 현재 모바일 교통카드 이용을 위해서는 별도의 금융 ‘유심(USIM)’ 칩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동통신 3사 스마트폰 USIM 내에 티머니를 탑재해 발급할 계획이다. 또한 이동통신사별로 운영 중인 모바일 교통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한국스마트카드 앱으로 통합해 모바일 교통카드를 편리하게 이용하게끔 할 예정이다. 2013년 상반기부터는 모바일 교통카드를 싱가포르, 홍콩, 도쿄 등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