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 | ||
이런 가운데 얼마 전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구속 수감 생활을 한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의 옥중 저서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로>가 새롭게 회사 주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김승연 회장의 ‘능력’과 ‘인간미’에 대한 ‘설명’이 상당 부분이어서 일반인에게는 어색할 수도 있지만 한화의 적나라한 사내 문화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2004년 대한생명 인수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을 때 7개월 동안 해외로 도피했고 김연배 부회장이 구속수감 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된 바 있다.
이 책은 김 부회장이 수감 생활을 하며 적은 글들을 김 부회장의 가족이 책으로 엮은 것으로 김 부회장이 가족들에게 보내는 글과 한화그룹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지난해 11월 발행됐는데 비매품임에도 재판까지 찍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한화그룹 내에선 직원들 책상 위에 하나씩 꽂혀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듯싶다. 책이 나오면서 한화는 전 직원에게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경기고-서울대 출신으로 김 회장과 고교 동문인 김 부회장은 “내가 직접 겪은 일 중심으로”라는 전제를 붙여 김 회장의 면모를 ‘한화의 후배들에게’라는 큰 제목 아래 ‘우리 회장님’이란 글로 소개하고 있다.
▲ 김연배 부회장이 쓴 옥중저서. | ||
이 책은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김승연 회장이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전한다. 어려운 구조조정 시기에도 역정을 내기는커녕 내색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화를 속으로 삭이는 탓에 건강이 나빠지기도 했다는 설명도 담겨 있다.
‘우리 회장님’ 편에 실린 김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이어지는 한화의 ‘의리 경영’ 편에서 좀 더 강조된다.
김 부회장은 자신의 책에서 어떤 게 ‘의리’인지 나름대로 정의해 밝히고 있다. 그는 ‘사장까지 출세하려면’이라는 항목에서 사장되는 비결로 ‘자기 희생과 솔선수범, 부하육성, 악역을 마다않는 용기’를 꼽았다.
이어지는 ‘의리의 한화인’ 편에서 좀 더 구체적인 사례가 등장한다. 책에 따르면 한화 금융계열사에서 임원을 지내던 A 씨가 5공 비자금을 관리해주다 옥고를 치렀다고 한다. A 씨는 끝내 비밀을 지켰고 출옥 후 다시 회사에 복귀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대한생명에서 주식운용을 잘해 수천억원의 이윤을 남겼다고 한다. A 씨의 성공적인 복귀는 김 회장의 ‘의리’ 중시 경영의 방증이기도 하다. 김 회장이 운동을 하다가 우연히 5공 인사를 만났는데 그 인사가 ‘한화 직원이 참 의리있고 일을 잘하더라’는 얘기를 하자 아주 흡족해 했다고 한다. 김 부회장이 수감 중일 때 오재덕 한화회 회장 등 한화 전현직 임원들이 자주 면회를 와서 ‘의리’를 절감했다는 내용도 덧붙여 있다.
이 책을 낸 김 부회장도 수감 생활을 끝내고 ‘신용이 참 중요한’ 금융업인 한화증권 부회장으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이를 두고 한화 주변에선 ‘의리’를 지킨 덕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보복폭행 수사과정에서는 누가 어떤 식으로 ‘의리’를 보여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