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번 좋은 성적만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3관왕을 차지며 상금 12억 원을 휩쓴 지난 시즌 KLPGA 투어에서도 윤이나는 참가한 25개 대회 중 네 번의 컷오프(기권 2회)를 경험한 바 있다.
윤이나는 대회 이틀 동안 각각 버디 세 개씩을 잡아냈지만 보기 10개를 기록하며 탈락을 피하지 못했다.
미국 무대 데뷔 대회에서 어려움을 겪은 배경에는 흔들린 샷이 있었다. 드라이브 평균 거리는 267야드로 특유의 장타를 자랑했다. 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3할을 밑돌았다(28.6%). 심기일전한 대회 두 번째 날에는 정확도를 높였으나(57.1%) 비거리가 현저히 줄었다(211야드).
활약 무대는 다르지만 지난 시즌 내내 보이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KLPGA 정상권 활약을 보인 지난 시즌, 그는 드라이브 평균 거리 254.982 야드(전체 2위), 69.1757%의 페어웨이 안착률을 선보인 바 있다.
예상치 못한 윤이나의 부진을 두고 여러 분석이 뒤따른다. 그는 LPGA 진출을 앞두고 드라이버를 타이틀리스트에서 테일러메이드로 교체했다. 교체 과정에서 테스트 과정이 만족스러웠고 적응 훈련도 신중하게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새 장비로 실전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기에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심리적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다. KLPGA 투어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하던 스타였다. LPGA로 건너가기 직전 투어를 호령하는 활약까지 선보였다. Q스쿨 성적도 준수했기에 많은 기대가 쏠린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그의 선수생활 '오점' 중 하나인 '오구 플레이'가 나왔다. 대회 중 자신의 공이 아닌 것을 인지하고도 플레이를 이어갔다. 약 1개월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야 자진신고를 했으나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3년 출장정지의 중징계가 내려졌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윤이나의 '스타 파워'를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징계 감면을 호소하는 탄원서만 5000여 건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한골프협회는 징계기간을 기존의 절반인 1년 6개월로 줄였다. KLPGA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다.
돌아온 KLPGA 무대에서 여전히 팬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골프계 관계자는 "대회 현장에서 극성팬들의 환호 등에 다른 갤러리들 사이에서 민원이 자주 나왔다. 윤이나를 따르는 팬들이 다른 선수들이 샷을 하는 순간에도 소리를 내거나 이동을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귀뜸했다.
이어진 미국 진출 선언에 골프계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감면된 징계 기간이 지나기도 전에 국내 무대를 떠난다는 지적이었다. '스타 마케팅'을 펼치려던 국내 골프계로선 큰 자원 손실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1년 정도는 국내 투어에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들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의 미국 진출을 막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전했다. 국내 관계자들로선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다만 LPGA 진출 선언과 동시에 기부로 국내 무대와 작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주니어 선수 육성을 위해 대한골프협회(KGA)와 KLPGA에 각각 1억 원씩을 기부했다. 2부 투어인 드림투어 대회를 후원할 계획도 전해졌다.
윤이나는 많은 기대를 받고 첫 무대에 섰으나 적응기를 보내는 모양새다. 컷 탈락과 같은 부진이 길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지난 11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윤이나는 이미 24위에 올라 있는 상위 랭커다.
첫 경험을 한 LPGA 투어, 윤이나는 잠시 쉬어갈 전망이다. 시즌 개막 이후 대회 2개를 치른 투어는 태국, 싱가포르, 중국을 돌며 '아시안 스윙'에 돌입한다. 지난 시즌 투어 상위권 선수들에게만 출전 자격이 주어지기에 그사이 윤이나는 유러피언 투어(LET) 대회에 참가하는 등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