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10일 오후 6시쯤 대전 서구 관저동 소재 A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 자재실에서 김하늘 양(8)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40대 여교사 B 씨도 목과 팔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발견됐다. B 씨를 최초로 목격한 사람은 김 양의 할머니였는데, B 씨는 손녀의 가방을 발견하고 행방을 묻는 할머니에게 “없어요. 몰라요”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학교를 마친 김 양은 1주 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미술학원에 가기 전 돌봄교실 수업을 들었다.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방과 후 학교에서 돌봄 활동을 진행하는 교실을 뜻한다. 김 양은 16시 40분에 미술학원 차량을 타기로 돼 있었지만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가족들이 수색에 나섰고, 17시 18분쯤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17시 23분쯤 현장에 도착해 수색을 시작했다. 할머니의 제보에 따라 2층 시청각실로 향한 경찰은 시청각실 자재실 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김 양을 발견했다. 어깨와 손발 등에 심각한 자상을 입은 김 양은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8시 35분쯤 끝내 숨을 거뒀다.
B 씨도 목과 팔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현재까지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경찰에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휴직 기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도 있다”면서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을 생각으로 마지막에 가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범행 전 B 씨는 이상 징후를 보였다. 기존 2학년 3반 담임교사 대신 교과전담 교사로 복직한 B 씨는 범행 5일 전인 2월 5일 컴퓨터를 파손했고, 2월 6일에는 동료 교사를 폭행했다. A 초등학교는 관련 사실을 교육청에 보고했고, 대전 서부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 등 2명은 10일 오전 “내일(11일)부터 (B 씨가) 학교에 출근하지 말고 병가나 연가를 쓰도록 권유하라”는 지침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B 씨가 불응할 경우 학교장 경고나 질병휴직심의위원회를 여는 방안도 안내했다.
일각에서는 B 씨가 연가·병가를 권유받는 과정에서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B 씨는 장학사 측의 지침을 전달받고 1시간쯤 뒤에 자신의 차를 몰고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했다. B 씨는 주방용품 가게에서 날 길이만 16cm에 달하는 흉기를 구매해 약 3시간 뒤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B 씨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거주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할 방침이다.
당초 김 양의 부검에 반대하던 유족은 경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부검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날 김 양 부검을 진행, “다발성 예기 손상에 의한 사망”이라는 소견을 냈다. 날카로운 도구에 의한 다발적 손상이 김 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 JTBC에 따르면 김 양의 몸 곳곳에는 B 씨의 공격을 막아보려 애쓴 방어흔이 뚜렷했다고 한다.
김 양의 아버지 C 씨(38)는 가해 교사에 신상정보를 밝히며 강력한 처벌을 당부했다. 그는 “가해자는 48세 여자분이고, 아들은 이번에 수능을 봤다고 한다. 그리고 2학년 3반의 담임이자 정교사”라면서 “학교에서 구할 수 없는 식칼로 하늘이를 해쳤는데 어떻게 계획 살인이 아닐 수 있느냐. 강력한 처벌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했다.
#“매일 아침 인사해주던 딸이었는데…”

유족에 따르면 김 양은 생전에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장원영과 축구를 좋아했다고 한다. 김 양은 생일 선물로 장원영 포토카드를 사달라고 했고, 어떤 프로그램이든 장원영이 나오면 본방 사수를 해야 했다. 또 축구를 좋아해 아버지와 함께 대전하나시티즌 서포터즈로 활동했으며, 빈소에는 C 씨가 딸과 함께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마련해뒀던 새 점퍼가 걸려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은 12일 직접 조문을 왔고, 구단 측의 근조화환도 전달됐다. 조카 빈소를 지키던 김 양 외삼촌은 “하늘이가 주세종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를 특히 좋아했다”며 “주 선수도 11일 밤에 와서 하늘이를 보고 갔다”고 말했다. 아이브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도 빈소에 근조화환과 포토카드를 전달했다.
유족은 김 양이 풀빌라를 가고 싶다고 해 이번 여름 온 가족이 베트남 나트랑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숙소까지 예약을 해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이상 김 양은 가족들과 추억을 쌓을 수 없게 됐다. C 씨는 “하늘이가 10일에 죽었고, 하늘이 동생 생일이 2월 9일인데 앞으로 동생 생일파티를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김 양 할아버지는 “하늘이 이름을 내가 지어줬다. 높은 하늘을 보며 살라는 뜻이었는데 그 아이가 이렇게 빨리 하나님 품으로 갈 줄 몰랐다”면서 “하늘이는 순해서 늘 동생한테도 져주는 아이였다. 춤도 참 잘 춰서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도 많이 피우고, 커서는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고 회상했다.

교사들도 애도에 동참했다. A 초등학교 정문 앞 추모 공간에는 “교사로서 이번 일이 더 비통하고 참담하며 지켜주지 못한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면서 “학부모님께도 죄송한 마음과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A 초등학교 교직원들은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빈소 앞에서 두 손을 꼭 쥔 채 서 있었다. C 씨는 “가셔도 된다”며 이들을 위로했지만 눈물 흘리며 계속 서있기를 택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김 양의 빈소에는 평소에 얼굴을 모르던 인근 주민 등 김 양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수많은 이들이 조문했다. C 씨는 “친구나 지인뿐 아니라 얼굴을 모르는 조문객도 많았다”면서 “11일 저녁에는 경찰관 세 분이 오셔서 저를 끌어안고 펑펑 울다 가셨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더라”라고 했다.
김 양 유족은 온라인상의 악성 비방글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C 씨는 “(하늘이가) 무슨 잘못을 했나? 그냥 죽은 것”이라면서 “앞으로 모든 악성 댓글 관련 정보를 수집해서 모두 처벌받게 하겠다”고 했다. 대전시교육청은 경찰과 함께 온라인 게시글과 영상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해 모욕성 게시물이 확산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2월 14일에는 유족들의 눈물 속에 김하늘 양의 발인이 엄수됐다.
대전=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