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를 뒤로 미뤄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 측은 ‘중대 결심’을 언급하며 반격을 준비하지만 남아있는 카드가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관측이 주를 이룬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8일에 증거로 채택됐지만 증거조사가 되지 않은 조서에 대해 증거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 측에 각각 2시간씩 현재까지의 주장과 서면증거 요지 등을 정리해 발표할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2월 14일 헌법재판관 전원이 모인 평의를 열어 2월 20일 10차 변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일에는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신청한 한덕수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을 추가 증인으로 채택해 증인신문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탄핵심판 증거 조사가 끝나면 소추위원들은 최종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도 최종의견 진술 기회가 주어진다. 최종의견 진술이 2월 20일 10차 기일에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가능성은 낮지만 헌재가 추가로 더 기일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2월 12일 헌재를 항의 방문해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가 있자마자 다른 사건에 우선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 했다”며 “이 자체가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의 결정을 통해 국민 통합 효과를 거둬야 하는데 지금처럼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되면 과연 국민 통합을 할 수 있겠나. 오히려 분열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2월 13일 변론에서 “헌재가 결론, 선고 시기를 정해놓고 달리는 것처럼 명문의 법률 규정을 위반하는 등 위법하고 불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헌재 심리가 계속되면 대리인단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야권 한 관계자는 “헌재가 어떻게 진행해도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 측이나 여당에서는 ‘불복’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헌재 입장에서는 최대한 윤 대통령 측 입장을 수용하고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헌재는 1월 22일 한 차례로 변론을 끝내고 2월 3일 선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 대행 측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요구, 선고 두 시간 전 변론 재개를 결정했다. 헌재는 2월 10일 두 번째 변론을 50여 분간 진행한 뒤 변론 절차를 종결했다. 다만 선고기일을 바로 정하지 않고, 재판관 평의를 거쳐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판결을 ‘재판관 9인 완전체’가 아닌 8인 체제로 내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야당에서는 6명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재판관 8인보다는 9인 체제가 더 확실하기 때문에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였다. 헌재 역시 완전체 구성을 위해 ‘임명해 달라’는 입장을 내고, 권한쟁의 심판에 속도를 내왔다. 그런데 최근의 헌재 안팎 분위기는 마 후보자 임명 문제를 뒷전으로 미뤄둔 것처럼 보인다.
마 후보자가 탄핵심판 마무리 전에 임명돼 헌재에 합류할 경우 새로 온 재판관이 기록을 확인하는 등의 변론 갱신 절차가 필요하다. 민주당 소속 한 법조인은 “헌재의 변론 갱신은 헌법재판에 반하지 않는 한, 헌재 자체 판단으로 간략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그런데 윤 대통령 측은 변론 절차를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등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주장할 것이다. 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변론에 참여하지도 않은 재판관이 판결을 내렸다’고 정당성에 문제를 삼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이 더 늘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서 법조인은 “지금까지 헌재 탄핵심판 분위기를 보면 탄핵 인용은 어느 정도 확실해 보인다. 그러다보니 헌재에서도 괜히 윤 대통령 측과 여당에 ‘불복’ 빌미를 주느니 8인 체제에서 선고를 내리는 게 낫다 판단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 조항이 윤 대통령에 적용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해석이 갈린다. 이 조항 예외에 ‘그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가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으로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 변호인단이 전부 사퇴해도 윤 대통령이 변호사 자격이 있어 탄핵 심리 절차가 중단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을 ‘사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야권 또 다른 관계자는 “변호인단 전원 사퇴는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나왔던 전략이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 재판관 8명 만장일치 탄핵 인용이었다”며 “윤 대통령 측에서는 여러 대응책을 논의하겠지만, 남은 카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려, 윤갑근 변호사와 석동현 변호사 등이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자진 하야 가능성이 제기됐다. 보수 논객 조갑제 대표는 2월 13일 YTN라디오 ‘이슈앤피플’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전격 하야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라는 진짜 변수가 하나 있다고 본다”며 “어떻게 보면 그 선택이 정치적으로는 올바를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데 하야를 결단하면 그 동정심이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반이재명’ 쪽에 있는 사람들에 매우 유리한 여론을 만들 수 있다”며 “보수가 뭉치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고 전격 하야의 충격이 더해지면 ‘반이재명 대동단결’이 가능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 경우에도 탄핵 소추 중인 공직자가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느냐를 두고 법적, 정치적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하야설’에 더불어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2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하야를 거부하고 탄핵심판을 선택한 것은 윤석열 자신”이라며 “만에 하나 전직 예우라도 잠시 연장해보려는 하야 꼼수는 꿈도 꾸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 측과 여권 안팎에선 헌재 탄핵심판 절차 무효 선언, 국제기구 제소 등 추가적 법적 대응, ‘야당의 사법카르텔’ 프레임 강화 등이 나오지만 현실성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의 경우 최종 변론 후 각각 14일과 11일 만에 선고 결과가 나왔다. 앞서 사례에 비춰볼 때 3월 초나 중순에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