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2년 전부터 김연경의 은퇴로 말들이 많았다. 이미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은 벗었다. 흥국생명 소속으로 활약하던 2022-2023시즌 중에는 "은퇴 시점이 머지 않았다"며 갑작스레 은퇴를 언급해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현역 연장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기존 계약이 끝났으나 재계약을 맺으며 흥국생명과 동행을 택했다. 2023-2024시즌 역시 시즌 일정을 마치고 그의 선택에 눈길이 쏠렸으나 커리어를 이어 나가게 됐다.
결국 2024-2025시즌이 선수 김연경으로서 마지막 시즌이 됐다. 앞서 2월 9일에 열린 김해란 은퇴식 당시 김연경은 "나도 언니 따라 가겠다"고 말해 한 차례 관심이 집중됐다. 이후 13일 홈경기를 마치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2월 20일 기준 김연경은 정규리그 7경기만 남겨둔 상황이다. 흥국생명이 현재 리그 1위 자리를 지킨다면 챔피언결정전 최대 5경기를 치를 수 있다. 김연경을 코트에서 볼 수 있는 경기가 15경기도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후 구단과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김연경은 "시즌 전부터 이번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하려고 결정했다"며 "구단, 매니지먼트사와 상의해 시즌 후반부인 지금 발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남은 시간 많은 분들이 경기를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그 전체를 뒤흔들 만한 소식이었다. 곧장 이어진 16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에서 김호철 감독과 선수들은 김연경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마치 은퇴 투어를 연상케하는 장면이었다.
곧이어 KOVO는 은퇴 투어 진행을 결정했다. 17일 단장 회의에서 마음을 모았다. 향후 진행되는 흥국생명의 원정경기에서 각 구단들은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연경의 은퇴 투어와 관련한 배구계 관계자는 "한국 배구 전체가 김연경에게 일부 빚을 졌다. 김연경의 은퇴 투어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과거 일부 종목에서 은퇴 투어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나뉜 바 있다. 국내에서 은퇴 투어는 한 구단뿐 아니라 리그 전체의 영향력이 고려된다. 국가대표로서의 활약은 덤이다. 이에 KBO리그에서 이승엽과 이대호, KBL에서 김주성 등이 리그 차원에서의 은퇴 투어를 치렀다.
김연경의 은퇴 투어에는 반대 의견을 찾아보기 힘들다.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V리그 무대에 등장한 동시에 신인왕, MVP, 우승 등을 휩쓸며 곧장 정상에 올랐다. 4시즌 동안 3회 우승을 달성하고 해외무대로 떠났다. 일본, 터키 등에서도 숱한 우승을 경험했다.
국가대표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올림픽 4강에 2회 올랐고 아시안게임에서는 금, 은, 동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었다. 이 같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핵심 전력으로 공수에서 고른 활약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숱한 국제 대회에 출전했다. 김연경이 활약하는 기간, 한국 여자배구는 국제무대 강팀으로 통했다.
소속팀 흥국생명에서 치르는 은퇴식은 아직 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구단은 고민이 많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유력한 상황인데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행사를 치르기엔 아쉬운 점이 있다. 챔피언결정전 기간에는 우승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행사를 준비하기가 부담이 된다. 김연경의 선수 커리어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지만 결국 구단 차원의 은퇴식은 다음 시즌으로 넘어갈 수 도 있다.
V리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더라도 김연경은 한 차례 더 코트에서 플레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KYK 파운데이션)을 설립하고 국가대표 은퇴식, 세계 여자배구 올스타전 등을 진행한 바 있다. 비슷한 형태의 이벤트가 오는 5월에도 열릴 예정이며 별도의 은퇴 행사 또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선수로서 마지막이 될 시즌, 김연경은 다시 한 번 우승 기회를 잡았다. 흥국생명은 여유 있는 격차로 현재 V리그 여자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전에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기간의 해외 생활 이후 2020년부터 김연경을 보유한 흥국생명은 매번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다. 국제무대에서도 정상급 경쟁력을 보유한 그의 합류로 V리그에서 흥국생명의 전력이 단숨에 강화된 덕이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역시 20일 현재 29경기에서 535득점을 기록, 리그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점수를 올리고 있다. 그보다 앞선 순위에는 외국인 선수들만이 자리했다. 공격성공률은 45.61% 전체 2위다. 커리어 내내 '공수 겸장' 선수로 뛰어 온 그는 리시브 효율에서도 리그 2위(41.58%)를 기록 중이다.
소속팀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고공 행진을 지속 중이다. 시즌 초반부터 1위에 올라 추격자들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2위 현대건설과는 승점 차가 23점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적이다.
김연경에게는 '우승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다. 장기간의 해외 생활 이후 국내 무대를 다시 밟은 2020-2021시즌 이후 김연경은 지독하게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프로 입문 이후 초기, 4시즌 동안 우승 3회와 준우승 1회를 기록한 시절과는 대비가 됐다.
성적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매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복귀 1년 차, 적극적인 전력강화에 김연경까지 더해진 흥국생명은 '무패우승'까지 점쳐지던 강팀이었다. 하지만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논란을 일으키며 팀을 이탈했고 시즌 말미 팀은 무너졌다.
이후 중국에서 다시 1년을 보낸 이후 돌아온 김연경은 절치부심했다. 시즌 중 감독이 교체되는 혼란 속에서도 분위기를 수습하며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챔피언결정전 상대 한국도로공사가 기적적인 뒷심을 발휘해 트로피를 내줬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먼저 1, 2차전에서 승리하고도 내리 세 경기를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재계약으로 다시 한 번 운동화 끈을 조인 김연경이었다. 구단도 동갑내기 절친 김수지를 영입하고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번엔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진에서 문제가 생기며 압도적 전력을 보인 현대건설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흥국생명 복귀 이후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으나 매 시즌 다른 구단에게 우승을 내준 김연경에겐 또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고은과 신연경을 동시에 영입하며 다시 한 번 '대권'을 노렸다. 세터와 리베로진을 보강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우승에 다가서고 있다.
경쟁자들의 상황 또한 흥국생명의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디펜딩챔피언 현대건설은 전력 핵심 위파위 시통이 부상으로 쓰러져 향후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현대건설을 근소한 차이로 추격 중인 정관장은 한때 13연승을 달리는 등 기세가 좋았으나 지난 1월 말과 2월 초 흥국생명에 2연전을 모두 내주며 한풀 꺾였다.
김연경은 "'김연경 경기 나중에 봐야겠다'라며 미뤄 두셨던 분들이 경기장에 찾아오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자신의 은퇴 발표 시점을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배구여제의 경기를 볼 기회가 많지 않다. 선수로서 10경기 내외를 남겨둔 김연경이 마지막 경기에서 이번엔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