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F 또한 5500억 원을 댔기 때문에 만약 5조 원에 매각한다면 1조 원대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그럼에도 F&F는 테일러메이드 매각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출자 과정에서 매각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받았기 때문에 자사 동의 없이는 매각 작업에 착수할 수 없다는 것이 F&F의 주장이다.
F&F는 내심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센트로이드 7호 펀드가 현물배분(투자한 주식을 출자자들에게 나눠주는 것)하고 청산하기를 바라고 있다. 패션업계 경쟁사인 휠라홀딩스처럼 골프용품 회사를 자회사로 품고 싶다는 것이 F&F의 속내인 것이다.
#F&F, 골프 자회사 있는 휠라에 올해 실적 역전?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패션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휠라홀딩스는 지난 2월 12일,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5% 증가한 4조 2687억 원, 영업이익이 21.3% 증가한 3681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순이익은 43.9% 증가한 2203억 원이었다.
휠라홀딩스가 이날 공개한 실적은 잠정 실적이라 사업부문별 실적을 세부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하지만 다수 증권사 연구원은 휠라홀딩스 실적 개선은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운영하는 아쿠쉬네트의 실적 호전 덕분일 것이라고 본다.
신영증권은 지난 1월 2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휠라홀딩스 국내법인이 600억 원, 휠라 미국 법인이 마이너스(-) 876억 원, 아쿠쉬네트가 391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쿠쉬네트가 휠라홀딩스 전체 매출의 80%, 영업이익의 99%를 책임질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실제 영업이익이 당시 신영증권의 추정치보다 덜 나왔기 때문에 아쿠쉬네트의 비중은 이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골프용품이 휠라홀딩스의 수익성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2021년 당시 F&F홀딩스가 사모펀드 출자가 아니라 테일러메이드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형태로 투자했다면, F&F홀딩스는 매해 1000억~2000억 원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경우 F&F홀딩스는 지난해도 플러스 성장이 가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휠라홀딩스가 이런 경우다. 휠라홀딩스는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모펀드(PE)와 함께 아쿠쉬네트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자금력이 부족한 휠라홀딩스 몫은 12.5%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5년 동안 매해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지분 4.15%를 인수할 수 있는 조건을 붙였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지분율을 33.1%까지 끌어올렸고, 2016년 아쿠쉬네트 상장 이후 FI들로부터 지분 20.1%를 추가 취득해 최대주주(53.2%)에 등극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배당으로 회수한 금액만 2200억 원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당시 휠라홀딩스가 매해 지분을 추가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보장받은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올해는 휠라홀딩스와 F&F의 위치가 뒤바뀔 수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휠라홀딩스가 53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한다. 아쿠쉬네트가 4500억 원의 이익을 낼 것을 전제로 한 분석인데, 실제로 이 정도 이익이 나온다면 최소한 이익 측면에서는 F&F를 따라잡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올해 증권가가 추산한 F&F의 예상 영업이익은 4600억 원선에 그친다.
다만 현재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F&F 측이 훨씬 크다. F&F홀딩스의 시가총액은 5000억 원을 밑돌지만, F&F 시가총액이 2조 8000억 원에 달한다. 휠라홀딩스 시가총액은 2조 3000억 원이다.
#F&F 기대와 달리 금감원 직접 개입은 안 할 듯
F&F 또한 믿을 구석이 있다. 2021년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할 때, 인수금융(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액의 절반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F&F는 조금만 상황을 잘 만들면, 추가 투자 거의 없이도 테일러메이드를 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센트로이드는 2021년 테일러메이드 인수자로 확정됐음에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오지 못했다. 신생 펀드이다 보니 조 단위 자금 조달이 기대만큼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막판에는 F&F에 거의 질질 끌려다니는 처지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사전 동의권’이 부여된 배경이다.
F&F가 매각에 반대할 수 있는 근거인 사전 동의권은 존재만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F&F 주장대로 이 사전 동의권이 지분 우선매수권뿐만 아니라 매각, 심지어 기업공개(IPO·상장)까지 반대할 수 있는 이면계약이라면,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자본시장법은 무한책임사원인 GP(General Partner)와 단순 투자자인 유한책임사원(LP)의 역할을 확실히 구분한다. LP인 F&F가 센트로이드를 뛰어넘어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선 안 되는 것이다.
양측이 체결한 계약서는 금융감독원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센트로이드는 F&F가 이를 금감원에 직접 제보했거나, 아니면 금감원이 입수하도록 유도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F&F는 이면계약 건이 금감원에 넘어간 지금 상황이 나쁘지 않다.
다만 금감원은 F&F 측 기대와 달리 이번 건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만약 이면계약 여부를 들여다보고, 실제로 법 위반이 발견된다면 LP인 F&F는 처벌받지 않고 센트로이드만 제재를 받게 된다. 애초에 센트로이드만 금감원의 감독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금감원은 양측의 분쟁에 개입하는 것이 한쪽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탓에 검사에 착수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F&F는 그동안 테일러메이드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해 최소한 센트로이드보다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공을 세웠다는 것이 F&F 측 입장이다. 실제로도 F&F와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를 경영하는 중간지주회사 이사회에 각각 5인씩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F는 이사회에 이사진을 파견하고 있는 만큼 단순 투자자가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F&F는 센트로이드의 매각을 방해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진흙탕 싸움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F&F에 법률 자문을 하는 로펌은 각종 소송전으로 센트로이드의 매각 작업을 방해하려고 준비 작업 중이다. 펀드 내 갈등이 격화된다면, 잠재 매수자 입장에서는 테일러메이드 인수 건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F&F는 펀드를 현물 배분하고 청산하게 하거나, 아니면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3조 원대 가격으로 인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F&F는 일단 센트로이드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면서 GP 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목표로 할 계획이다. 전례도 있다. 오케스트라PE가 비전홀딩스를 인수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에서 정작 오케스트라PE가 해임된 바 있다. MG새마을금고도 M캐피탈 인수 펀드의 GP 교체를 추진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LP 전원이 동의하면 펀드 GP를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테일러메이드 인수 펀드의 LP로는 MG새마을금고와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가 있다.
센트로이드는 F&F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모건스탠리, JP모건,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받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매각 자문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