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전 사령관은 해당 보도 이후 변호인을 통해 “양심선언을 요구한 건 야당 의원이 아니라 나의 고등학교 동기다”, “민주당 의원들이 양심선언을 하라고 했다면 오히려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곽 전 사령관에 대한 야당의 양심선언 회유 정황이 드러났다며 공세를 폈다. 지난 7일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위원장 주진우)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김병주·박범계·박선원·부승찬 의원 등을 △강요 △위증교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해 12월 6일 김병주 의원과 함께 배석해 곽 전 사령관의 첫 증언을 들었던 박선원 의원은 지난 12일 ‘일요신문i’와 인터뷰에서 “(곽 전 사령관에 대한 양심선언) 회유나 강요는 전혀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에 소속된 박 의원은 비상계엄 당시 군과 정보기관이 체계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지적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계엄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첩사·정보사의 기능 개편 필요성도 언급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지난 7일 박 의원을 포함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강요·위증교사·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법률자문위는 박 의원과 김병주 의원 등이 지난해 12월 5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내란죄로 엮겠다’고 협박했다,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가 같은 달 10일 박범계·부승찬 의원 등이 과 곽 전 사령관을 ‘공익신고자 보호’로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 담긴 강요·위증교사·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각 혐의 모두 말이 안 된다. 지난해 12월 6일 김병주 의원과 함께 특수전사령부를 방문했다. 전날(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계엄 관련 사령관들을 불렀어야 했는데 성일종 국방위원장이 이들을 부르지 않아 특수전사령부로 직접 갔다. 당시 계엄이 또 시행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곽 전 사령관에게 ‘계엄을 다시 하면 군부대를 동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 확답을 들어야 했다. 또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 30분쯤 곽 전 사령관에게 ‘문을 부수고라도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그 ‘인원’이 국회의원이냐고 물었다. 이 모든 과정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곽 전 사령관에게 허위 증언을 강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생중계 화면에는 본인과 김병주 의원, 곽종근 전 사령관만 비춰졌지만 카메라 뒤에 20여 명의 군인 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도 신문을 어떻게 하나. 허위 증언을 강요했다면 그들이 알지 않겠나.”
—이번 고발로 국민의힘이 노리는 법적·정치적 전략을 무엇으로 보는가.
“일부러 국면 전환용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오죽 불안하면 이러나’ 싶어 안쓰럽다.”
—최근 ‘일요신문i’ 취재 결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변호인 중 한 명이 국민의힘 경기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이 곽 전 사령관 배후에 민주당이 있다고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상황은 또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명백한 이중 잣대다. 우리는 공개된 자리에서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들었고 모든 과정을 생중계했다. 노상원 전 사령관의 변호인이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건 문제로 보인다. 비상계엄 당시 그의 수첩에는 ‘정치인 확인 사살’ 등 내용도 담겼다. 이를 국민의힘이 방어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국민의힘이 증언 조작을 가까이에서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당초 내가 예상했던 계엄 시기는 지난해 12월 10~15일 사이였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국 상황을 봤을 때 조 바이든 행정부는 힘이 좀 빠지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직 힘을 갖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24일 ‘정말 나라가 이래서 되겠느냐’는 윤 대통령의 말을 듣고, 비상계엄 선포에 대비해야겠다며 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초안 등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8일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며 개인 가정사를 언급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각 시점에서 맞물렸던 논란은 ‘명태균 게이트’다. 명태균 논란이 커지면서 김용현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즉시 계엄 준비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가정사란 무엇이었겠나. 명태균 게이트로 인한 김건희 여사의 위기감이 계엄 실행을 앞당긴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판단한다.”
—윤석열 정권의 기본적인 권력 기반은 검찰로 알려져 있지만 계엄 논의 과정에서 군과 연결고리도 드러났다. 윤석열 정권에서 군이 활용된 방식을 보면 과거 군부 독재 시절 군 통치 방식과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나.
“박정희·전두환 시절에 군은 정권의 직접적인 유지 기반이었다. 반면 윤석열 정권은 검찰이 정권의 직접적인 유지 기반이고, 군은 후방에 준비된 카드로 쓰였다. 독재정권의 기반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박정희·전두환과 달리 윤 대통령이 군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핵심 측근을 군에 앉혔음에도 최악의 상황에서 군이 대통령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한편으론 윤석열 정권의 군에 대한 뿌리가 깊고 넓지 않았기 때문에 계엄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비상계엄 당시 정보사령부가 단순히 지원 역할을 넘어 핵심 실행 부대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정보사가 직접 선관위를 점거하면서 검거한 인원들에 대해 쓸 심문 도구들로 미루어 사실상 고문을 준비한 정황까지 나왔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정보사가 핵심 역할을 한 배경엔 김용현 전 장관이 있다. 김용현 전 장관은 비상계엄에서 자신의 별도 조직이 필요했고, 그 조직 구성원은 노상원·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정보사 간부들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장관과 관계를 과시하며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12·12 사태를 알고 있는 김용현 전 장관은 합동수사본부를 맡을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두려웠을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전두환 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을 조사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은 뒤 12·12 사태를 통해 당시 정승화 계엄사령관과 노재현 국방장관을 쳐냈다. 12·3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는 비상계엄 선포 뒤 국가수사본부에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목적으로 수사관 100명을 지원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용현 전 장관 입장에선 방첩사와 계엄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노상원·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함께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차원에서 시급하게 판단하는 군부 개혁 조치는 무엇이라고 보나.
“먼저 계엄법을 빠르게 개정해야 한다. 특히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은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한다. 비상상황이 아님에도 군 통수권자가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해 계엄이 선포되기 때문에 사후 승인만으로 계엄을 할 수 있게 해선 안 된다. 둘째, 방첩사의 역할을 정리해야 한다. 방첩사의 역할 중 하나는 쿠데타 방지다. 이런 방첩사가 반란을 일으키는데 어떡하나. 쿠데타 방지 임무를 국방조사본부 등에 이원화시키며 방첩사 역할을 분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보사를 국내 치안·행정 등 업무에 묶어두지 말아야 한다. 정보사는 실제 전쟁이 터지면 전방으로 가야 하고, 안보 분야 정보를 수집하는 데 주력한다. 국내 계엄을 주도하는 조직이 아니다. 아무튼 현재로선 이런 조치들이 필요하다”

“드러나지 않은 개입이 있었을 것이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2023년 12월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자신을 포함해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용현 경호처장, 김명수 합참의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과 만찬을 했고, 2024년 4월 김명수 합참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과 대통령 관저 만찬에 참석했다고 말한 바 있다. 조 국정원장은 만찬 자리에서 비상대권 언급이 없었다고 했지만, 김용현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2024년 4월 만찬 자리에서 ‘비상대권을 통해 (시국을)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 (조 국정원장도) 이미 (계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휘하 지휘관들에게 ‘선관위에 올 검찰과 국정원을 지원하라’고 지시를 내리지 않았나. 실제로 검찰 과학수사부장이 방첩사 대령과 통화했고, 국정원에서도 연락을 받았다. 여러 상황을 봤을 때 국정원이 최소한 정보 공유 단계에서는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박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 ‘명태균 관련’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김건희 여사가 국정원과 직접 소통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거나 활용한 정황이 있다는 뜻인가. 어떤 정황이 있었는가.
“(탄핵심판 변론에서) 김건희 여사와 조 국정원장이 비상계엄 전날과 당일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었다. 일단 대통령 부인이 국정원장과 연락할 일은 없다. 국정원이 다루는 건 북한·국제 안보·첩보 등이므로 김 여사가 국정원에 문의할 내용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 여사가 연락한 목적은 개인적인 사안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명태균 게이트로 혼란을 겪었기에 명태균 관련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연락)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또 (한 언론 보도는) 정부 관계자가 ‘김건희 여사가 해외순방 과정에서 주미대사와 안보실장을 지낸 조태용 국정원장의 외교적 조력을 많이 받았고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바뀐 번호를 알려 줬다고 한다’고 전했는데 은덕을 입었으니 도와달라는 의미가 담긴 연락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의 내란진상조사단 활동이 마무리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아쉬운 점이 있나.
“아쉬운 점이 많다. 일단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 일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또 ‘비화폰’(군 통신용 암호화 전화기) 배포 현황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 공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지지 않았다. 계엄 기획자들의 증거 인멸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공관 내부에 남아 있는 흔적을 확인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의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탄핵 청구를 기각하면 윤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정국을 반전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정국을 반전시키려고 할 것이다. 비상입법기구를 설치해서 또 비상계엄을 시도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것이든 막아낼 것이다. 비밀리에 추진된 계엄도 막았는데 뭘 또 못 막겠나.”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민주당의 후속 대응은 뭔가.
“이 갈고 싸울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리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민주당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경제를 살리는 데 노력할 것이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