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유동부채는 2022년 회계연도 말(2023년 2월 말) 2조 2000억 원에서 2023년 회계연도 말 3조 5000억 원으로 급증한다. 이 기간 유동자산은 7462억 원에서 8347억 원으로 900억 원가량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특히 장기차입금은 8642억 원에서 3003억 원으로 줄었는데 단기차입금은 3277억 원에서 5861억 원으로 2600억 원 넘게 급증했다. 또 같은 기간 매출액은 3000억 원 남짓 증가한 반면 매입채무 및 기타지급채무는 9839억 원에서 1조 4182억 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차입금을 제때 갚지 못한 것은 물론 물품 대금도 제대로 결제하지 못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셈이다.
빌린 돈의 만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만에 하나 만기 전에 채권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하면 사실상 부도의 벼랑으로 내몰리게 된다. 홈플러스의 단기차입금은 장기신용등급을 BBB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그 아래로 떨어지면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된다. 단기신용등급 하락 사실이 알려져 단기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 재무상황이 더 악화돼 장기신용등급까지 하락할 수 있다. 장기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막대한 단기차입금을 단번에 갚아야 한다. 현금이 없으면 유형자산인 담보라도 처분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2월 말 결산법인이다. 비상장사여서 5월 말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만 2024회계연도 실적이 공개된다. 홈플러스 자기자본은 2022 회계연도 말 8712억 원에서 2023 회계연도 말 2653억 원으로 급감했다. 영업 적자와 높은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2024 회계연도에는 완전 자본잠식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신용등급 하락에 완전 자본잠식 사실까지 드러나면 추가 차입은 물론 정상적인 영업까지 어려워진다. 선제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 채무상환을 유예하면 자산을 쪼개서라도 팔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자산을 높은 값에 팔아야 빚을 갚고도 돈이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돈이 남아야 MBK 입장에서는 투자금 일부라도 회수가 가능하다.
2015년 10월 MBK가 홈플러스 인수에 치른 값은 5조 2000억 원이다. 한국리테일투자(1조 6700억 원)와 한국리테일투자2호(1조 2300억 원), CPP인베스트먼트(1500억 원)가 홈플러스스토어즈에 약 3조 원을 출자했고, 이 가운데 2조 2000억 원이 인수대금으로 치러졌다. 나머지 3조 원은 홈플러스홀딩스가 3조 원을 차입해 마련했는데, 이 중 2조 4000억 원에 대해서는 홈플러스스토어즈 보유 홈플러스홀딩스 주식 등이 담보로 제공됐다.
한국리테일투자는 2015년 1조 6900억 원의 자본으로 설립된 회사다. 국민연금이 우선주 투자로 낸 돈이 7000억 원이다. 자본 대부분은 홈플러스홀딩스 지분을 인수하는 데 쓰인다. 줄이면 MBK 입장에서는 3조 원이 투자 원금인 셈이다. 홈플러스가 빚을 다 갚고도 3조 원 이상의 가치를 유지해야 MBK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