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 글로벌이 지난 3월 4일 LG화학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과 채권 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이날 보고서에서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이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에 따른 업황 약세, 무역 긴장 전망 등으로 올해도 업황 사이클의 바닥권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어서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
이번 신용등급 하락으로 향후 자금 조달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BBB는 사실상 기관투자자들이 담을 수 없는 등급이다. 국내 채권시장이 크지 않아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 위주로 거래되기 때문에 BBB등급은 유동성이 낮다”라며 “얼마 전에 기업 어음과 단기 사채 신용등급이 A3-로 하락하면서 회생 신청한 홈플러스가 회사채로 따지면 BBB- 등급으로 LG화학이 그 직전 등급”이라고 설명했다.
S&P는 LG화학의 공격적인 투자로 조정 차입금이 2023년 16조 원에서 2025~2026년에는 25조~27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대규모 장치산업의 특성상 투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실적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LG화학의 2024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8조 9161억 원과 9168억 원으로 2023년 대비 11.46%, 63.75% 감소했다. S&P는 “2차전지 수요 둔화와 화학 산업 침체가 길어지면서 LG화학의 연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이 2023년 약 6조 5000억 원에서 2024년 약 5조 4000억 원으로 감소하는 등 수익성 부담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석유화학업계 업황 부진은 2022년 초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본격화됐다.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 기반 원료인 납사 가격이 올랐고 이에 따른 원가 부담도 커졌다. 여기에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이 이어지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됐고 세계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적으로 업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잉 생산을 이어 온 중국이 전방위적인 덤핑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시장에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동에 있는 산유국들도 올해부터는 석유화학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 중국보다 더 저렴한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화학 업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조적인 사이클이 끝날 정도의 회복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최근 유가가 하락세이고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산 납사를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 화학 업종 주가가 다소 반등했지만 사실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큰 변화 없이 기존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자회사의 부진도 깊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25조 6196억 원, 영업이익은 57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4.1%, 73.4%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과 투자에 따른 차입금 규모 증가가 이어지면서 S&P는 LG화학과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도 BBB로 내렸다.
앞서의 증권사 연구원은 “LG화학 쪽도 전지 소재 쪽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연결 기준으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설비 투자 비중이 훨씬 크다. 현재는 자회사가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라며 “다만 회사가 경영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가 구조적으로 침체된 상태라서 부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배터리 시장의 캐즘은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쯤 끝날 가능성이 있다. 이후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텐데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원재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전구체 등 핵심 소재의 자체 생산 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앞으로도 상황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다른 자회사들도 여의치가 않다. LG화학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이 2023년 8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AVEO(아베오) 파마슈티컬스는 204억 1200만 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2021년 5250억 원을 들여 인수한 CEM(양이온 교환막)사업부는 1605억 7700만 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영업권은 무형 자산의 일종으로, 손상차손은 브랜드 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LG화학은 아베오의 경우 신장암 2차 치료제의 임상 3상 진입에 실패하면서, CEM 사업부는 업황 둔화와 경쟁 심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손상차손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LG화학 관계자는 “견실한 사업구조를 기반으로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실적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다년간 영위하고 있어 신용등급 하향으로 인한 자금 조달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LG화학은 올해도 3대 신성장 동력 중심 사업 고도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며 대외 경영환경을 고려했을 때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LG화학의 올해 매출 목표는 26조 5000억 원이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