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반그룹, 한진칼 이어 LS도 장기전 나설 듯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 달간 호반그룹이 (주)LS를 공격할 것이란 소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공개매수를 위해 증권사를 만났다느니 사모펀드(PEF)와 연합할 것이라느니 하는 내용이었다”면서 “호반그룹이 일부러 소문을 낼 생각으로 소리 내면서 움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호반그룹은 사모펀드와의 연합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지만, 일부 사모펀드 관계자는 호반그룹이 동참 의사를 타진한 사모펀드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호반그룹 측 움직임을 인지한 사모펀드가 있긴 했다”면서 “하지만 이 사모펀드 또한 연합 가능성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난항을 겪는 데다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에 대한 여론이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호반그룹이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본다. 2022년 지분 취득한 한진칼만 봐도 금세 공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최소한 겉으로는 요지부동 상태이기 때문이다.
2022년 호반그룹은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등으로부터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17.43%를 6839억 원에 인수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6만 원으로, KCGI는 3년 만에 2배의 수익을 냈다. 현재 한진칼 주가는 8만 원선이다. 호반그룹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해도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칼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친인척, 대한항공 사우회 등을 합쳐도 최대주주 지분율이 21.2%에 불과하다. 다만 델타항공(14.90%)과 한국산업은행(10.58%)이 우호 주주로 분류된다. 설령 호반그룹이 한진칼에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어도 KCGI처럼 이사회 입성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주)LS는 사실 난도가 더 높다. LS그룹 오너 일가 지분이 32.12%에 달하는 데다 언제든지 우호 지분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는 자사주가 15.07%에 달하고, 국민연금 지분이 12.58%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경우에 따라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는 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채로 경영권을 바꾸는 데 동참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 때도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에 찬성해 사실상 현 경영진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호반그룹이 대규모 소송전 대비용으로 주식을 인수해 향후 다양한 압박용으로 활용할 것 같다”면서 “(주)LS 지배구조는 대주주 32%, 자사주 16%, 기타 우호지분 등을 합치면 50% 이상 돼 탄탄하다”고 밝혔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공략 지점 생길 가능성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호반그룹에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주)LS는 구씨 일가 44명이 지분을 나눠 들고 있다. 구자은 현 LS그룹 회장이 3.63%, 구동휘 LS MnM 대표가 2.99%, 구자용 E1 회장이 2.40%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많아 봐야 1%대다. 44명 중 34명이 0%대 지분율이다.
LS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들인 구태회(셋째), 구평회(넷째), 구두회(다섯째) 삼형제의 자녀들이 모두 함께 경영하고 있다. 구태회의 장남 고 구자홍 회장이 LS그룹 창립 때부터 10년간 회장직을 맡았고, 구평회 장남 구자열 회장이 다음 회장을 맡았다가 현재는 구두회의 장남 구자은 회장이 경영 중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구자열 회장의 장남 구동휘 대표 등 3대까지 내려오면서 가족 관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어 향후 5년 안에는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단 LS그룹은 전선, 전력설비, 금속, 에너지 등 기간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점차 전선과 전력설비 쪽 규모가 커지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 유통을 하는 E1이나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예스코·예스코홀딩스는 사세가 기울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LS전선 등은 폭발적인 해외 시장에 기대 고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을 가지고 있는 LS가문 인원이 44명이나 되고, 그룹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 있지 않다는 점, 승계 과정에서 상속·증여세가 발생한다는 변수를 모두 고려하면 호반그룹이 영향력을 발휘할 타이밍이 있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외부 주주의 참여에 따라 (주)LS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흔들릴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현재 LS는 가문별로 구태회 11.1%, 구평회 15.3%, 구두회 5.6%로 절대적인 경영 지배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LS그룹이 중복 상장으로 투자자 반발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지주사 (주)LS의 고손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와 LS일렉트릭의 자회사 KOC전기가 국내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서(RFP)를 배포하고 주관사 선정 절차를 시작해 논란이 됐다. 지주사의 또 다른 고손자회사 슈페리어에식스 ABL(SEBAL)과 LS이링크 등도 상장 추진 중이다.
(주)LS는 이번 호반그룹 지분 취득 이전에는 시가총액이 3조 2000억 원대에 불과했다. 그룹 자산이 24조 원에 이르지만, 정점에 있는 회사는 시총이 이를 크게 밑도는 셈이다. 과도한 중복 상장으로 지주회사 주가가 할인돼 자칫 잘못하면 24조 원에 달하는 그룹 자산의 통제권이 타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중복 상장을 많이 해 할인율이 높은 지주회사는 (주)LS와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호반그룹은 지난 2월부터 (주)LS 주식을 매집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미 수백억 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계열사 대한전선과 LS전선이 특허 침해 여부를 놓고 소송 중인데, 호반그룹 입장에서는 (주)LS 주식 취득이 일종의 헤지(방어) 효과도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 3월 13일 LS전선의 특허 침해 금지 및 폐기 청구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호반그룹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지만, (주)LS 승소는 투자해 놓은 자산에 대한 주가 상승 요인이라 상처가 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공시된 내용 외에 따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