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운용사를 대상으로 전방위적 점검에 착수했다. 지난 3월 2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가 지닌 문제점들이 제기된 상황”이라며 “사모펀드가 도입된 것도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공과를 짚어보며 주요국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들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연구원에 사모펀드 제도개선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후 금융당국이 상위 30개 사모펀드 운용사를 대상으로 부채 현황 자료를 취합 중이란 소식이 들려왔다. 업계에서는 MBK의 홈플러스 회생신청 여파로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에 대해 일정 부채비율 이상의 경영권 인수를 제한하거나 인수금융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년간 정부가 사모펀드 규제 수위를 완화, 개인 투자 요건을 낮추는 정책을 지속하면서 사모펀드들의 부당·불법 행위 환경이 조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연구’ 2024년 6월호에 게재된 ‘사모펀드 규제의 한계와 투자자 보호 개선방안’ 논문(원승연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은 “사모펀드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감독은 근본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서는 적격투자자 요건을 폐지하는 등 개인의 사모펀드 투자를 보다 제한해야 하고, 자산운용사의 신인의무 위반을 더욱 적극 차단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은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 당시 개인 적격투자자 요건을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렸지만 현행 체제에서는 개인투자자 보호가 어렵기 때문에 아예 투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계 사모펀드를 통해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이 우려된다며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기간산업의 핵심 기술, 주요 자산이 외국계 기업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승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시 최대 15억 원이었던 벌금을 65억 원까지 확대했다. 처벌 대상도 ‘목적범(고의 이외의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에서 ‘고의범(범죄를 하기 전 그 행위를 범할 의사를 가지고 하는 범죄)’으로 넓혀, 유출된 기술이 해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등 일부 개정안’ 입법 예고에 나섰다. 이 개정안에는 산업기술 침해 행위 손해배상 한도를 기존 3배에서 5배로 올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정도의 대책으론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사모펀드가 금산분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3월 27일 열린 ‘MBK 도덕적 해이와 대두되는 사모펀드 책임론’ 정책토론회에서 “사모펀드는 금융투자업자로서 자산을 운용하며 기업의 경영권을 가지기도 하는 일종의 의제된 금융회사”라며 “사모펀드를 통해 산업자본이 금융사에 간접투자를 하거나,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장악할 수 있다. 사모펀드가 대기업을 인수하거나,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주체로 등장하면서 일종의 ‘우회적인 금산결합 수단’이 됐다”고 꼬집었다.
PEF업계에서는 정부가 규제 카드를 꺼낼 경우 시장 전체가 경색될 것을 우려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하다가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사모펀드라고 특별히 죄악시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오히려 사모펀드는 제도적 육성을 잘해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국내 PEF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수도 없이 많은 기업이 생기고 망하기 때문에 거대한 부실채권 투자 시장이 형성돼 있을 정도”라며 “우리는 시장 규모가 작고 고용시장도 경직돼 있어 그 여파가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규제를 하기보다는 미국처럼 시장 원리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모펀드 자체의 본질적인 개념을 훼손하는 방식은 시장 전체의 기능 측면에서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잘못한 MBK, 그중 몇 명에 대한 책임 등은 최대한 세게 물고 제도 개선 자체는 나눠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