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발인예배에서 하 씨는 장 전 의원의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읽었다. 글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양심적으로 살았는데 비참한 사람이 됐다" "더 이상 설명하고 부딪치고 살고 싶지 않아. 남은 가족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하다"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았던 분들이 계신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장 전 의원의 아들이자 래퍼 노엘은 "어떻게 보면 저의 잘못 때문에…더 큰 일을 하실 수 있던 분이었다. 저를 항상 겸손하게 만들어주셨던 분이 바로 저희 아버지셨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국민의힘 소속 3선 출신이자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혔던 장 전 의원은 부산의 한 대학 부총장이었던 2015년 11월 비서 A 씨에 대한 성폭력 혐의(준강간치상)로 최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장 전 의원은 "고소 내용은 거짓"이라고 전면 부인했으나 A 씨 측은 성폭행 관련 사진 및 동영상, 사건 전후의 녹취 파일 등이 있음을 밝히며 반박했다.
당초 A 씨는 법률대리인과 함께 4월 1일 오전 10시 법무법인 온세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전 의원 고소 배경과 향후 계획을 알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장 전 의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그러나 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 수사가 이뤄지고 있던 상황을 배제한 채 추모의 목소리부터 높인 이들을 향해 비판도 이어졌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4월 3일 입장문을 내고 "마치 성폭력 피의자로 수사 중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없었던 듯 고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장례가 진행되고 있다"며 "직무정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정진석 비서실장을 통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고 했고 유력 정치인사들의 조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을 가능하게 했고, 오랫동안 고소를 망설이게 했으며,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소한 뒤에도 의심과 비난을 받게 했고, 가해자가 사망한 뒤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해자의 위력에 대한 제동이 필요하다"며 "이에 경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종합하여 가해자의 혐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이어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조문과 추모는 피해자에게 사라지지 않는 가해자의 권력을 재확인하게 할 뿐"이라며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고 장제원 전 의원의 유해는 영락공원에서 화장한 뒤 부산 실로암공원묘원에 안치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