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DYC가 선보인 이 프로젝트는 사용자가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보수(Bo Su)’ 또는 ‘진보(Jin Bo)’ 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구조다. 코인 가격은 암호화폐 거래소인 유니스왑(UNISWAP)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동된다. 즉, 특정 정치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변동하는 각 진영의 코인 가격으로 여론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사 측은 코인의 실시간 가격이 여론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블록체인 특성상 조작이 불가능하고 △참여자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달려있으며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블록체인의 장점인 즉각성과 투명성이 기존 여론조사가 가진 조작 가능성과 응답 편향성 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현실성 있는 이야기일까. 지난 4월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이다연 DYC 대표를 만났다.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현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로도 재직 중이다. 이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고 그 기록이 조작 없이 남는 탈중앙화된 정치 여론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밈 코인’이라는 콘셉트를 도입했다”며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구도를 디지털 자산화함으로써 기존보다 더 직관적이고 쉬운 방식으로 정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코인을 의견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구조인 만큼 참여 계층과 경제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객관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정치적 사안을 예측하고 결과에 따라 수익을 얻는 점 역시 국내에선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 대표 역시 일부 동의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현재 한국의 여론조사는 정치적 편향성, 낮은 응답률, 조작 의혹 등으로 인해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 전화로 이루어지는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낮고, 질문이 편향돼 있는 경우도 많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정치 참여와 여론 형성의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에서도 정치적 참여를 보다 투명하고 흥미롭게 만들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ㅡ여론조사와 비교했는데 코인 가격이 여론을 반영한다고 보나.
“여론조사 결과는 조작될 수 있지만, 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코인의 가격은 시장의 자발적인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 특정 정치 이슈나 사회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느 쪽의 코인 가격이 상승하는지를 보면 그때그때 민심의 방향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보수 코인 가격이 한화로 132원이고 진보 코인이 155원이다. 약 23원 차이가 난다. 전반적인 민심 흐름에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기존 여론조사의 경우 결과 분석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질문 설계나 표본에 따라 오차도 큰 반면 코인은 24시간 거래되고 시장의 실시간 반응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다.”
ㅡ여론조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여론조사보다 신뢰할 수 있다고 본다. 블록체인은 구조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하다. 한번 기록되면 변경할 수 없고 과정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여론조사처럼 특정 기관의 편향적 설계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이 없다. 또, 금전적 이해관계가 실제로 수반되므로 참여자의 판단이 훨씬 더 신중해지는 경향이 있다. 자본주의에서 ‘돈’보다 정확한 것은 없지 않나. 마지막으로 암호화된 네트워크로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더욱 객관적인 의견을 모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ㅡ하지만 여론조사는 표본조사와 문항 설계 이후 검증까지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코인의 경우 특정 연령대와 계층만 참여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통계학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비슷한 걱정을 했다. 그런데 조사를 하다 보니 청년층뿐만 아니라 60~70대도 코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노년층의 경우 유니스왑과 같은 거래소에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시장 파이가 작은 초반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의견을 담을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이 부분은 추후 코인 상장 등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정치 지표로서의 신뢰도를 확보해 나가고자 한다.”
ㅡ기존 밈 코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보수·진보 코인은 선거와 같은 정치 이벤트에 맞춰 여론 흐름을 포착하는 실시간 시장형 모델이다. 각 진영의 코인 가격은 단순히 투기 대상이 아니라 민심을 시각화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즉, 가격 상승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양 진영 중 어느 쪽이 잘하고 있는지 비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한으로 발행되는 다른 코인과 달리 발행량에도 제한을 뒀다.”

ㅡ폴리마켓을 벤치마킹한 것인가. 위법 논란이 있을 수 있다(현행법에선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스포츠토토만 합법이다).
“폴리마켓 영향을 받은 것은 맞다. 하지만 폴리마켓처럼 승자가 다 가져가는 ‘베팅’에 초점은 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의견 표현과 커뮤니티 참여를 위한 정치커뮤니티 코인이다. 가격은 시장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참여자들은 보유한 코인을 통해 의견을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코인이 한국 정치에서 각 정당 지지도와 이슈에 대한 반응을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ㅡ현재 가장 많은 금액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를 가지고 있나.
“1000만 원 정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보수 코인 500만 원, 진보 코인 500만 원을 처음 매수했고 현재는 진보 코인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 역시 여론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본다.”
ㅡ밈 코인이 정치를 희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밈은 현대 디지털 정치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가장 직관적인 정치 언어다. 정치는 특정 인물이나 정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치 참여에 ‘재미’라는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끝으로 이 대표는 “단순한 밈 코인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의 정치참여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선거 및 정책 형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디지털 민주주의 인프라로 발전하고자 한다”고 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있다. DYC 측 주장대로 코인 가격이 여론조사를 대체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격 변동은 참여자의 수요 심리에 따라 움직일 뿐, 그 자체로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한 여론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 성향이 강한 소수 집단이 주도권을 쥘 경우 왜곡된 신호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치적 사안을 예측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익을 얻는 점 역시 국내에선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정치적 이슈에 따라 자산 가격이 실시간으로 등락하는 시장 거래를 넘어 베팅의 영역으로 넘어간다면 사안에 따라 사행성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법률적 검토를 마쳤으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