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알리오에 공시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88곳의 공공기관장과 상임감사들의 출신을 조사한 결과, 대통령실과 대선 캠프, 검찰에서 근무한 인사가 3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출신이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검찰과 대선 캠프 출신도 각각 10여 명이었다. 특히 검찰 출신 인사의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이들이 포진했다.
#대통령의 눈과 귀, 대거 공공기관으로 이동

상임감사직도 다수 있었다. 감사는 공공기관의 실질적 ‘2인자’로 기관장 못지 않은 높은 연봉과 의전을 받지만 언론의 주목을 덜 받아 업계에선 ‘꽃보직’으로 불린다. 알리오에 따르면 공기업 기관장과 감사의 평균 연봉은 2023년 기준 1억 8777만 원과 1억 4430만 원이다. 준정부기관의 경우 그보다 높은 2억 1048만 원과 1억 7460만 원을 받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 홍지만 상임감사가 대표적이다. 홍 감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비서실에 합류해 정무수석비서관 정무1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2022년 8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징계를 둘러싼 여권 내홍이 계속되자 정무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상임감사직을 꿰찼다. 이때 함께 사직한 경윤호 전 정무2비서관도 대통령실을 나온 지 3개월 만인 2022년 11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동생이자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출신 심우찬 변호사도 전쟁기념사업회 비상임감사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명 시기는 2024년 4월 1일로 심 검찰총장이 법무부 차관이던 시절이다. 주요 이력으로는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육군 군검사 활동이 기재됐다. 다만 비상임감사는 연봉이 아닌 수당(1년 최대 3000만 원)을 받으며 겸직이 가능하다. 실제로 심 감사는 같은 해 5월 카카오의 책임경영위원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전임 보수계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이도 확인됐다. 박진이 에스알(SR) 상임감사는 박근혜 정부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본부 이사관으로 있었으며, 권순일 한국부동산원 감사도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수석실 인사혁신비서관과 인사지원팀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12·3 비상계엄 하루 전날 임명된 그랜드코리아레저 윤두현 사장 역시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이다.
이 밖에 송석훈 한국가스기술공사 상임감사와 김범진 한국조폐공사 상임감사가 이명박 정부에서 각각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행정관과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검찰 수사관들 줄줄이 영전

대부분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한 수사관들이었다. 윤병현 한국마사회 상임감사는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 전 대통령이 초임 검사 시절부터 연을 맺어온 ‘30년 지기’로 유명하다. 검찰 수사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윤 감사는 대구지방검찰청 총무과장, 대구고등검찰청 사건과장, 대구지방법원 안동집행관 등을 거쳤다.
강진구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도 검찰 수사관 출신이다. 2023년 6월 임명된 강 감사는 윤 대통령이 2014년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으로 좌천돼 대구고등검찰청에서 일할 때 같은 검찰청의 총무과장으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윤 전 대통령은 강 감사를 사무국장으로 기용해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강성식 한국연구재단 상임감사 역시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9년 1월부터 7월까지 사무국장으로 함께 일했다. 박공우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은 2023년 6월 사무국장 임기를 마치고 반년 만인 2023년 12월 한국석유공사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김영창 한국관광공사 감사와 홍성환 한국환경공단 감사도 각각 대검찰청과 서울고등검찰청 사무국장 출신이다.
#임원직 등용문 된 윤석열 캠프

정용기 전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윤 캠프에서 상임 정무특보직을 맡은 후 2022년 11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자리를 꿰찼다. 같은 해 12월에는 최연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한국가스공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최 사장은 윤 캠프에서 탈원전대책 및 신재생에너지 특별위원장이었다. 캠프에서 조직지원본부 부본부장이었던 이범래 전 한나라당 의원도 2023년 9월 한국토지주택공사 감사에 임명됐다.
전과가 있는데도 기용된 캠프 출신 인사는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류지영 국민연금공단 감사,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이다(관련기사 [단독·공공기관 88곳 전수조사 ① 전과] 사기도 문제없다? 의원 대신 임원 컴백). 함 사장은 윤 캠프에서 수도권대책본부장이었고, 류 감사는 보육특보를, 김 사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윤 캠프에서 중앙선대위 경제사회위원회 비전기획실장 및 비서실 정책위원을 지내고 기관장이 됐다. 윤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고 바른미래당 대전시당 위원장과 새로운보수당 사무총장으로도 활동한 인사다.
이외에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안광복 전 안보특보가 강원랜드 감사 자리에 올랐고, 진만성 전 교육특보와 김좌열 전 국민희망본부 공동본부장도 각각 한국장학재단과 한국 지역난방공사 감사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영정보 분석 업체 리더스인덱스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47.3%가 지난 4·15 총선 이후 선임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총선 이후 임명된 기관장 124명 중 104명(83.9%)이 공백을 채우는 형태로 부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석이 생겨도 즉각 선임을 하지 않고 미루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적임자를 찾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리더스인덱스는 “공공기관장 자리가 선거 공신에게 보은성으로 제공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