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의 SK엔무브는 중복상장 문제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는 회사다. 중복상장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모회사와 자회사를 중복상장하면 모회사의 지분가치가 희석된다.
SK엔무브는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 5조 947억 원, 영업이익 6875억 원을 기록했다.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에서 독립돼 설립된 기유·윤활유 제조·판매사다. 대부분의 매출은 승용차용 윤활유에 주로 사용되는 기유에 집중돼 있다. 2024년 매출에서 기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87.44% 수준이다. 전동화 추세와 맞물려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비중은 축소되고 있다. SK엔무브는 배터리나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사실 SK엔무브의 상장 계획은 이미 7년 전 확정됐다. 7년 전 FI(재무적투자자)에게 2026년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만약 SK엔무브가 기한 내 상장에 실패할 경우 FI는 공동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최대주주 보유주식을 함께 매각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매각할 수 있어 FI 입장에서 협상의 여지가 커진다.
또 다른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도 중복상장 문제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곳이다. SK온도 FI에게 상장을 약속했다. 2026년까지 상장을 진행하되 1년씩 2회 연장할 여지를 남겼다. 2028년 말까지는 상장을 완료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기한 내 상장하지 못하면 SK온 FI는 SK엔무브와 마찬가지로 SK이노베이션이 가지고 있는 SK온 보유주식을 함께 매각할 수 있다.
특히 SK온은 2026년까지 상장을 서둘러야 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SK온은 FI에 제공한 제1종 전환우선주식에 대해 2026년부터 2029년까지 5%의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을 보장했다. 제1종 전환우선주식은 2022년 12월과 2023년 3월, 5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8243억 원, 3756억 원, 1조 6093억 원 규모로 발행됐다. 총 발행 규모는 2조 8093억 원이다. 제1종 전환우선주식에는 의결권이 부여돼 있어 보통주와 같은 권리를 가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식배당은 모든 주식에 배당이 되기 때문에 지분율 변동이 없어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특정 주식에만 주식배당이 이뤄질 경우 상당한 이익으로 볼 수 있다”면서 “5% 수준의 주식배당은 상장을 서두를 만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상장을 위한 정지 작업에 한창이다. 2024년 11월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했다. 지난 2월에는 SK엔텀을 흡수합병했다. 두 회사 모두 SK온의 주된 사업인 2차전지와 크게 연관이 없다. 시너지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다른 자회사를 사실상 우회 상장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주주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원유 및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수입 및 관련 용역제공을 주된 영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흡수합병 직전 해인 2023년 연결기준 매출액 48조 9629억 원, 574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SK엔텀은 2024년 2505억 원의 매출액과 124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2024년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 SK에너지와 16조 1058억 원의 매입 거래를 했다. 2024년 매출이 17조 416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거래는 SK에너지에서 시작됐다.

SK온 입장에서는 SK트레이딩과 SK엔텀을 흡수합병하면서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를 봤다. SK온의 현금흐름은 매년 마이너스(-)다. SK온의 최근 3년간 영업손익은 2024년 -1조 865억 원, 2023년 -5818억 원, 2022년 -1조 726억 원 등으로 적자행진이다.
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를 상장과 관련해 중복상장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SK온과 SK엔무브 상장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전환주에 부여된 배당과 관련한 권리는 현재로서는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지급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서 SK엔무브와 SK온에 대해서는 “주주 간 사전에 협의된 사항이다. 상장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거래소의 SK엔무브에 대한 판단은 상장 추진에 대한 제동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SK온 관계자는 “향후 상장 추진과 관련해 주주가 피해를 받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