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의 1타점 2루타에 이은 3회말 마이크 야트렘스키, 5회말 맷 채프먼의 홈런포에 힘입어 6-5로 역전승했고,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2위에 자리했다. 이정후는 시즌 타율 0.333을 유지했는데 이는 NL에선 5위, MLB 전체에서는 공동 10위다. OPS는 0.981로 NL 7위, MLB 전체 타자 중에서는 11위를 기록 중이다.
이정후의 올 시즌은 순항 중이다. MLB와 NL의 다양한 타격 지표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이정후는 상대 투수가 두려워하는 타자가 됐고, 그만큼 이정후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투수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정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하는 팀과 투수가 늘어날수록 그도 구단에서 제공하는 분석자료 외에 자신만의 경험치와 데이터로 투수를 상대할 것이다.
이정후와 인터뷰를 하다 보면 그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고 대응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이정후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이정후가 MLB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아보자.
4월 22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1차전을 마친 뒤 취재진이 이정후에게 “상대 팀 투수가 자신을 상대하는 데 있어 달라졌다는 걸 느끼나”라고 물었다. 이정후는 “타석에서는 못 느낀다”라고 답했다.
“이전 경기에서 이 팀이 저를 어떻게 상대했고, 시즌 초반 다른 팀들이 어떻게 상대했고, 오늘 경기에서 저한테 어떻게 상대했는지는 데이터를 뽑아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타석에서는 순간적으로 대처하려고 합니다.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투수들이 어떤 유형인지를 알고 타석에 나갑니다. 결국 투수는 자기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공을 던질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그 공을 쳐야 하고요. 예를 들어 상대가 제일 자신 있는 공이 슬라이더라면 슬라이더가 언젠가 하나는 들어올 것이고, 직구라면 직구가 날아올 겁니다. 저는 그것만 생각하고 최대한 단순하게 타석에 들어섭니다.”

“8타수 무안타라고 해서 답답함을 느끼는 야구 선수는 없을 거예요. 그동안 답답한 느낌은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가는 수밖에 없어요.”
이정후는 지난해 어깨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이날 7회 타석에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내 안에서 문제를 찾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계속 밀고 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잘 맞았는데 타구가 뜨지 않는 건 제가 너무 세게 치려고 하다 보니 공이 뜨지 않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마지막 타석(7회)에서는 가볍게 치자는 생각만 가지고 들어갔는데 좋은 타구가 나왔어요.”
이정후는 “자꾸 공을 앞에서 치다 보니까 타이밍이 앞으로 간 것 같아서 끌어놓고 치자고 생각했어요”면서 “세 번째 타석은 야수 정면으로 갔지만 중심에 맞는 타구가 나왔고 마지막 타석에서 좋은 타구가 나왔죠”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2년 차이지만 지난해 37경기밖에 뛰질 못한 터라 이정후로선 올해 만나는 투수들이 모두 새로울 수밖에 없다. 다양한 특색을 가진 투수의 다양한 구종을 상대하고 있는 그로선 타석에서 어떤 접근법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빠른 공이라고 해서 앞에서 쳐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다 보니 투심이나 커터 같은 공들이 계속 팔이 펴진 상태로 맞더라고요. 그래서 맞아도 힘이 없고 땅으로 가는 게 많았는데 더 끌고 와서 쳐도 된다고 느꼈어요. 제가 홈런 타자가 아니기에 조금 더 끌고 들어와서 내 스윙으로 해도 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4월 24일 이정후는 밀워키와의 3차전에서 4타수 3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23일 경기에서는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이날 이정후는 시즌 세 번째 3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첫 24경기에서 31개의 안타를 기록한 이정후는 2024년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24경기에서 35개의 안타를 기록한 이후 샌프란시스코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안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정후는 24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날 밀워키의 선발투수 호세 퀸타나한테 3타석 연속 슬러브에 당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저는 보통 투수의 손을 보고 치는 스타일인데 어제는 퀸타나의 손 위치나 공이 날아오는 게 잘 안보였어요. 바깥쪽은 멀어 보이고 몸 쪽 깊은 공이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경기 하면서 제 눈이 잘못됐다는 걸 느꼈어요. 팔 각도나 공의 궤적이 아예 안 보였거든요. 다음에는 다른 대책을 세워서 쳐야 할 것 같아요.”
23일 경기에서 무안타를 기록했고, 팀도 패한 터라 이정후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4일 경기를 앞두고 야구장으로 출근한 이정후가 바로 찾은 사람은 타격코치였다.
“타격코치님을 만나 어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체크했는데 코치님이 ‘어제는 그냥 안 맞은 거니까 똑같이 하면 된다’라고 말씀해주셨고, 오늘 제 자신을 믿고 준비했더니 (3안타라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23일 밀워키의 호세 퀸타나한테 막힌 이정후를 향해 일부 팬들은 이정후가 빠른 공에는 적응됐는데 오히려 느린 공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이정후는 자세한 설명을 들려줬다.
“지난겨울 동안 빠른 볼에 대응하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와서 느낀 점이라면 제가 갖고 있는 타격폼에 변화를 주지 않고 제가 하던 대로 스윙을 해도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이 공을 치기 위해 조금씩 바뀐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치던 대로 하면 안 맞을 게 뻔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이 공을 치기 위해 조금씩 변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빠른 공에 맞는 타격폼이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느린 공이라고 해도 메이저리그 치고 느린 거잖아요. 이 점은 제가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정후는 24일 경기에서 4회 두 번째 타석 때 3루 뜬공으로 물러났는데 당시 브라이언 월시 주심이 높게 빠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자 표정이 굳어지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타석에서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정후한테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 공에는 냉정해지지 못했어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제 스스로 호흡도 되지 않은 상태이고, 약간 흥분해 있는 상태에서 치다 보니까…. 제가 냉정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가급적이면 심판 판정에 감정을 내비치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정후도 사람인지라 높은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자 순간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현명한 이정후는 이런 상황을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다음에 비슷한 일을 겪게 되면 평정심을 잃지 않을 자신이 생겼을 테니까.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SI)’는 25일 경기 후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초반 확실히 변했다”면서 “팀이 개선된 건 몇몇 선수가 성장해 강력한 시즌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블리처 리포트’의 팀 켈리 기자는 “올 시즌 자이언츠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2년 차 외야수 이정후의 성과”라면서 “파워와 콘택트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이정후는 단숨에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가 MLB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자 이제는 미국 현지 매체에서도 이정후의 활약과 그 배경, 그리고 의미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