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이복현 원장의 입장은 다소 애매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에도 상반기까지 “이사의 충실 의무 주주 확대”를 상법 개정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재계가 법 개정에 강력히 반발하자 하반기에는 “경제상황을 고려해 소모적 논쟁은 지양하자”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하자는 정부 주장에 동의했다. 이 원장은 최근 한 유명 경제유튜브 채널에서 입장이 바뀐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주주가치 보호는 그간 보수 정부가 해왔던 것인데 진보에 뺏긴 것”이라며 “원래는 (윤석열 정부가) 상법 충실의무 개정안을 지금의 민주당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깔끔한 조문을 만들어 추진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재계의 반대가 너무 강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장이 라디오방송은 물론 유튜브 채널에까지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3월에는 MBC라디오에, 4월 초에는 CBS라디오에 출연했다. 특히 MBC 출연 때에는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MBK파트너스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임기 말 레임덕 예방 행보라는 해석도 있지만, 향후 정치 활동을 염두에 둔 이미지 구축으로 해석하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경제에 전문성을 가진 검사 출신임을 명분으로 금감원장에 발탁됐지만 재임 기간 중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 교체 과도기에 민감한 문제에 선명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이는 그가 유튜브 방송에서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면 6월에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데서 더욱 잘 확인된다. 상법 개정안을 정치적 이슈로 인정하고 이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앞으로 정치에 나설 가능성도 분명히 열어뒀다.
그는 “보수주의자고 시장주의자니까 뭘 하더라도 보수영역에서 해야지 그럴(민주당에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환경이 훨씬 더 나쁜데 굳이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자기 희생할 정도로 마음이 단련이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치를 안 한다는 건 아니고 진영도 보수로 정했지만 지금처럼 승산이 적은 때 나서서 상처 입기보다 적절한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같은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에 기용된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달리 이 원장은 정치보다 금융 현안과 관련된 활동에만 치중했다. 이 원장의 임기는 6월 5일까지다.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새 정부가 들어서도 후임자 임명되기 전까지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