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을 열고 이슬이 가득 맺힌 노란 호박꽃을 보면 참 아름다워요. 누가 호박꽃을 밉다고 했을까요.”
맑고 깨끗한 시인의 영혼이었다. 그가 덧붙였다.
“하루 종일 누워 지낼 수 있는 이 임대아파트가 참 좋아요. 일정 기간마다 방문해서 목욕을 시켜 주는 분도 있고요. 생활지원비도 나오죠.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누군지 모르지만 그분의 정책에 감사하고 있어요.”
착한 국민과 약한 사람을 사랑했던 대통령을 동시에 보는 순간이었다. 거기에는 불순물이 없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와 경쟁을 벌이던 이회창 후보도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였다. 이회창 후보가 대법관 시절 그 밑에서 일하던 부장판사가 나의 친구였다. 그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벌인 토론은 품격 있는 멋진 대결이었다. 약자의 친구 다음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의 자질은 무엇이어야 할까. 당시 여당의 원내총무를 지낸 분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노무현이 정몽준과 단일화를 하려고 하는데 나 보고 다리를 놔 달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지. 협상이라면 이쪽에서 대통령 후보를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 사실 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은 그걸 포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그런데 노무현은 그거 당연한 게 아니냐는 거야. 의외였지. 승부수를 거는 건데 대단한 거지.”
당시 이회창 후보를 따라다니면서 취재를 했던 한 메이저 신문의 정치부 기자한테서 이런 말을 듣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려면 사람들을 모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장관 자리 하나를 두고 일곱 명 여덟 명에게 시켜주겠다는 헛약속이라도 해야 하는 게 현실이야. 그런데 이회창 후보는 헛말을 하지 못해. 정직한 성격이지. 심복이 정치자금 문제로 걸려들어 감옥에 가니까 그게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면서 자기가 구속됐으면 좋겠다고도 했잖아?”
요즈음 대통령 선거의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의 토론방송을 봤다.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면서 물고 뜯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이 소리뿐이고 알맹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있었던 한 국회의원한테서 이런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대통령 선거에서 화두는 경제민주화였어. 그런데 내가 모시던 대통령 후보가 그 개념에 대한 공감이나 근본적 이해가 없는 것 같았어. 정책을 진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하고 입만 까는 건 전혀 달라.”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건 행복과 통합이 아닐까. 젊은이들이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정신적 성장이 있어야 통합이 가능하다. 내가 자라던 1950~1960년대의 가난은 부끄럽거나 무능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자 따로 가난한 사람 따로다.
젊은이들 사이의 ‘헬조선’이라는 말이 상대적 박탈감을 상징하는 것 같다. 국민들의 상한 마음을 어루만지고 하나로 만들 대통령이 필요하다. 박정희 대통령은 ‘잘 살아보자’는 깃발을 들고 앞장섰다. 박정희 대통령은 가난해 봤다. 1980년대 사람들은 독재에 저항하고 자유롭고 싶었다. 억압을 체험한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은 ‘민주화’로 국민들의 마음을 합쳤다. 악마의 아바타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증오를 부추기는 존재는 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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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master@ilyo.co.kr

